반환점 돈 21대 국회…"의회민주주의 기본 가치 못 지켜"
입력: 2022.05.31 05:00 / 수정: 2022.05.31 05:00

타협·협치 '실종'…의석수 쏠림에 '견제' 어려워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도 협치는 실종됐다. 여야가 주요 쟁점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도 타협과 소통은 부족했다. /이선화 기자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도 협치는 실종됐다. 여야가 주요 쟁점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도 타협과 소통은 부족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제21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어렵게 출범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바람과 달리 여야의 협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는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지만 쟁점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으며 각종 민생 법안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타협과 상생이 아닌 갈등과 반목의 정치가 재연됐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21대 국회는 출발부터 삐걱댔다. 여야의 원(院) 구성과 개원식 일정 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임기 시작 48일 만인 2020년 7월에서야 개원식이 열렸다.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가장 늦은 개원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해 4월 총선 이후 협치와 소통의 정치로 과거 국회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여야의 약속은 무색했다. 출범 당시 180석 거대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18개 상임위를 독식했다.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는 여야 간 힘겨루기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68석 의석을 내세운 민주당은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진 못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은 민주당 단독 의결로 법사위에 통과됐으나,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아 본회의 상정이 밀렸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충분하게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 데다 '거여 입법 독주' 비판 여론에 민주당은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는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각을 세웠다. 보수 정당은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법"이라며 반대했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법안이 애초 취지에서 후퇴했다며 지난해 1월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했다. 경제단체까지 과도한 처벌을 규정했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길어졌다.

21대 전반기 국회에 대해 타협과 상생이 아닌 갈등과 반목의 정치가 재연됐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21대 전반기 국회에 대해 타협과 상생이 아닌 갈등과 반목의 정치가 재연됐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21대 국회 출범한 이후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공수처법' '대장동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여야는 갈등을 빚었다. 심지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경안을 두고서도 건건이 부딪혔다. 올해 2차 추경도 진통 끝에 지난 29일 밤 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쟁점 법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오거나 국민의힘의 단체 퇴장으로 '반쪽 통과'가 일쑤였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당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셈법에 따른 퇴행적 국회의 모습이었다. 이는 국회가 '힘의 균형'을 잃어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가 어려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타협과 소통보다는 속전속결로 입법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21대 국회의 특징은 법은 지키되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지키지 못한 점"이라며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수단인데, (민주당은) 마치 그 수단이 가치처럼 보이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대 당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데 타협과 협상이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21대 후반기 국회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놓고 대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 원 구성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야당이 된 민주당은 애초 합의를 깨고 법사위원장을 사수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정당이 맡는 국회 관례를 깼다고 비판하고 있다. 견제와 협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가 커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야 간 정쟁 탓에 뒷전으로 밀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약1만800여 건(30일 기준)에 달한다. 전체 1만5916개의 발의 법안 가운데 67%는 계류 중이다. 국회의원의 책무인 입법 활동과 입법부의 기능에 의문부호가 붙는 대목이다. 국회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3분의 2선까지 의석을 확보했던 국회였기 때문에 각종 법안을 많이 통과시킬 것으로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번 21대 전반기 국회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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