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 신평 "尹, 통합 잘할 것…개혁 의지 부족은 한계"
입력: 2022.05.30 00:00 / 수정: 2022.05.30 21:12

"제 마음에 있는 이재명, '애석하다' 그런 느낌"

신평 변호사가 후보 시절부터 지켜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소통능력은) YS나 DJ를 능가할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다.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첨성로의 자택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 변호사. /경주=남용희 기자
신평 변호사가 후보 시절부터 지켜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소통능력은) YS나 DJ를 능가할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다.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첨성로의 자택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 변호사. /경주=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경주=이철영·박숙현 기자] '사람에 충성 안 한다'던 강골검사가 검찰총장직 사퇴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야권에선 '검찰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시작됐다'며 맹공을 퍼붓는 반면,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일부 우려에도 추진을 강행하면서 '결단력 있다', '소통 노력이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의 이단아' '영원한 내부고발자' '反기득권주의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신평 변호사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법조계의 카르텔에 맞서 사법 정의를 온몸으로 부르짖었고, 교편을 잡고서는 기득권층에 유리한 로스쿨 구조 개혁을 홀로 주장하면서 '공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그이기에 더욱 궁금했다.

시골에서 조용히 농사지으며 물러나 있던 그를 다시 불러낸 건 '조국 사태'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등 한때 '친문'이었던 그는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를 '진보 귀족 정권'이라고 맹렬히 비판했고,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편에 섰다. 보수와 진보 구분 프레임에 비껴 있는 그는 새로운 정부의 출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를 듣기 위해 지난 26일 경북 경주 한옥 자택을 찾았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정계 입문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저는 그분이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자질은 YS나 DJ를 능가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매번 정부와 기득권층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윤 대통령에 대해선 무한 신뢰를 보여 오히려 취재진의 선입견을 무색케 했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의 뛰어난 공감능력 같은 진면목이 대중에 알려지고, 문 정부 인사들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가 진행되면 오는 2024년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변호사와 윤 대통령의 인연은 길지 않다. 오히려 반(反)윤석열 동맹에 속해 있었다. 신 변호사가 "저는 윤석열을 잡으려던 사람이었다"고 할 정도다. '제거해야 할 대상'에서 '공정의 희망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바뀌게 된 계기는 직접 만나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라고 한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내 책을 한번 읽어봤다면서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이후 계속 연락하다가 술 한 잔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분으로 신 변호사의 '공정사회를 위하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신 변호사는 대통령 취임식 특별 초청명단에 'No2'로 오를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신 변호사는 윤 정부가 '통합' 과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보면서도, '개혁' 부문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저는 윤 대통령이 통합과 개혁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이분이 통합은 잘할 것 같다. 그런데 개혁의 마인드가 과연 충분한가. 그런 면에서는 조금 미흡한 느낌이 든다. 우리 사회가 빚어내는 여러 가지 갈등이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반윤석열 동맹에 속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 받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갈무리
신 변호사는 '반윤석열 동맹'에 속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 받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갈무리

다음은 인터뷰 전문.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보름 지났다. 어떻게 보나.

전반적으로 낙관한다. 윤 대통령이 정계 입문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저는 그분이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소통능력이나 공감능력에서 )YS나 DJ에 버금갈 거라고 말했는데 사실 제 마음 속에서 기본 자질은 YS나 DJ를 능가한다고 본다. 물론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좋아지겠지만 기본 자질은 능가한다고 본다.

-제일 잘했다거나 조금 부족하다 싶은 면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

제일 잘한 건 역시 청와대 탈출이다. 대단한 용단을 내렸고 또 그 결과가 또 가시화하고 있다. 그걸 제외하자면 국민과의 소통 국면을 많이 확장시켜 나가는 것, 그건 아주 잘 된 거다. 옛날을 생각해보시라. 맨날 청와대에 틀어박혀서 혼밥하면서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지도자상을 보다가 완전히 지금 다르지 않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윤 대통령 본인에게 아쉽다기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자질을 잘 못 보는 것 같다. 윤 대통령에 대한 오해, 편견,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조금 안타깝다.

-언제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봤나. 지지 선언을 한 배경도 궁금하다.

처음 만나서 헤어질 무렵에 '당신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뭔줄 아느냐'라고 질문을 한번 던졌다. 윤 대통령이 궁금해하니 '그것은 운입니다'라고 자문자답했다. 헤어지고 악수하면서 "당신한테는 끝까지 운이 따를 거다. 그러니까 성급하게 생각을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나가시라" 그런 말을 했다. 제가 왜 그런 말을 했나. 그 사람을 보고 굉장히 선하다는 걸 알았다. 살아오면서 체득했다고 할까. 선한 사람은 반드시 그 끝이 좋더라. 그게 꼭 출세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그런 게 아니더라도 끝이 좋다. 그래서 저는 '윤 대통령이 끝이 좋으리라' 그렇게 마음이 굳어진 거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문재인 정부 수사가 진행되면서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문재인 정부 수사가 진행되면서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윤 대통령이 생각보다 소탈한 모습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데서 매력을 느끼는 건가.

소탈하고 검소하고 그 뒤에 있는 선한 인성, 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 차츰차츰 윤 대통령의 진면목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야당 측에서 제기해온 의혹들이 '너무 심한 게 아니었나' 하면서 여권이 (22대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 수 차이가 나는 승리를 거두리라고 예측한다. 윤 대통령의 진면목을 알아가는 게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고, 두 번째로는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될 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내가 물러났는데 우리 정권에서 부정부패 관련된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한다. 수사를 막아놓고 자화자찬하는 거다. 막아놓았던 수사 댐을 없애면 쭉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정부패, 비행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 보복 수사라는 비판이 있을 것 같다.

관계없다. 죄상이 바로 드러나는데. 조국 교수 때처럼 '선택적 정의'니 '보복 수사'니 해봤자 루저의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 단점이라면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꼽힌다. 당·정 관계가 흔들릴 수 있을까?

그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 안 한다. 오히려 낙관한다. 5·18 민주화운동기념식 때 국회의원들을 다 끌고 갈 수 있는 대통령이 과연 누가 있겠나.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녹록한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 끌고 가서 손잡고 같이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하는 놀라운 리더십을 보시라. 잘 해나갈 거다. (야권은) 자꾸 윤 대통령에 대해 '검찰 출신 악마다' '바보 멍청이다'라는 두 개의 상반된 프레임을 씌워서 공격해왔는데, 그건 그쪽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실제로는 안 그렇다는 거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서 여성 비율이 낮다는 등 지적이 있었다. 내각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비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의 취임 초기나 당선인 시절에 만나 조언을 해준 목영준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아주 잘한 인사'라고 호평하더라. 제가 볼 땐 크게 잘 됐다는 것도, 또 크게 못 됐다는 것도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참신한 인물들이 좀 적다는 점, 여성을 좀 더 우대하는 세계적 조류를 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도 친분이 있는데.

여권에선 이 후보에 대해서 아직 감정을 못 풀고 있다. 악담도 하는데 사실 저는 조금 짠하다. 이 후보는 저하고 긴 교제 기간을 통해서 단 한 번도 저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잊은 적이 없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부득이하게 윤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지만, 지금도 제 마음에 있는 이재명은 좀 '애석하다' 그런 느낌이 많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니 이 위원장 측에서 섭섭하다거나 그런 말은 안 했나.

얼마나 서운했겠나. 인지상정 아니겠나. 지인 중에 이해찬 대표와 각별한 사이인 분이 있는데 이해찬 대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갔는데 그분하고 이 대표, 이 위원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모였다고 한다. 우연히 저에 대한 화제로 옮겨갔는데 그때 이재명 경기지사가 저에 대해 각별한 뜻을 표시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인이 '이 지사가 그렇게 각별하게 생각하고 그분은 제 스승이라는 말까지 했다. 어떻게 그걸 떨치고 반대쪽에 설 수 있었느냐'라고 묻더라.

-이 위원장과는 대화 나눴나.

이 후보 측에서 전화가 왔는데 안 받았다. 우선 제가 미안해서.

-조국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 위원장의 대선 출마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을 수도 있겠다.

(민주당내에서 이재명) 제거의 기회를 확실히 없앤 것이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이었다. 당시 야권이 압승하면서 '윤석열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는 것 아니냐' 해서 이재명을 살린 거다.

신 변호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상납 의혹은 진위를 떠나 확실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상납 의혹은 진위를 떠나 확실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두고 '계륵의 처지'라면서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빨리 수사를 해야 한다. 수사해서 혐의가 없으면 이 대표는 탄탄하게 정치가 장기적으로 보장되는 것이고, 사실이라면 그걸 어떻게 놔두나. 말이 안 된다. 거기에 어떤 사적인 견해를 개입시킬 필요가 뭐가 있나.

-의혹과 별개로 이 대표를 정치인으로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글쎄. 나이는 젊어도 그 사람이 갖는 정체성은 상당히 구닥다리다. (2030 남성 표를 가지고) 정치 상품을 파는데 그 사람에게서 우리가 미래 비전을 찾을 수 있나. 차별과 혐오의 조장 쪽으로 나아가는데 정치인이 그래서야 되나.

-그래도 젊은 당 대표가 있어서 국민의힘이 조금 달라졌다고 보지는 않나.

이준석 대표가 되고 나서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는데...그 다음엔 여러 말들 나오는 걸 보니 '잘못 봤구나' 싶었다.

-교수님과 윤 대통령의 공통점이 '공정'인데.

윤 대통령이 통합과 개혁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이분이 통합은 잘할 것 같다. 그런데 개혁의 마인드가 과연 충분한가. 그런 면에서는 조금 미흡한 느낌이 든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우리 사회의 어떤 모순을 피부로 느끼면서 어떻게 개선하겠다, 계획하겠다는 그런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아주 유복한 가정에서 훌륭한 부모의 훈육을 받으면서 순탄하게 자랐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빚어내는 여러 가지 갈등이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한계를 가진 거다. 개혁은 다른 대통령이 맡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개혁은 이재명 위원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나.

이 위원장이 대통령이 됐다면 놀랄 만한 개혁을 했을 거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그릇된 방향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윤 대통령과 인연이 길지는 않다.

길지 않을 뿐더러 저는 윤석열을 잡으려는 사람이었다. 반윤석열 삼각 동맹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인) 백운종 대표는 제게 문자해서 '당신은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 중에 최악의 인간이야'라고 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당시에는) 우리가 만나서 윤석열을 어떻게 하면 제거할지 논의도 했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도 몸담았다. 문 전 대통령도 선한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끝이 좋았다'고 할 수 있나.

그만하면 좋았다. 항상 (지지율) 40%대를 유지했으니 자기로선 만족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길을 달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조국 사태라고 보면 되나. 다른 부분은?

그분의 성품이 지도자형은 아니고 참모형이니까 본인도 버거웠을 테고 바라보는 국민도 답답했을 거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지지층에서 교수님에게 섭섭함이 있는 것 같다.

이해된다. 제가 얼마나 그 사람들한테 밉게 보였겠나. 인지상정 아닌가.

-후회 안 하나.

후회할 리가 있나. 우리 공동체가 꼭 필요로 하는 '운동권 세력 종식의 기회'를 마련하는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에 윤 대통령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느 순간 쓴소리 할 때도 있지 않을까.

하려면 하는 거다. 그러나 전반적인 모습을 보시라. 문 정부와 얼마나 다른가. 문 정부가 퍼부은 비난의 잔상에 얽매여서 '윤석열 정부가 곧 안 좋은 상태로 접어들 거다' 그런 추측을 하는데 그건 지혜로운 생각이 아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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