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장 '사과'로 양보..."'쇄신안 대국민 공동성명'은 거절 당해"
박지현·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뒤처진 지방선거 후보자 캠프에서는 두 위원장을 향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나 싶더니 다시 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두 위원장의 조속한 화해를 바라면서도 '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쓴소리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586용퇴' 등으로 촉발한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해 27일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선거 국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선을 앞두고 현장에서 뛰고있는 민주당 후보들과 윤 위원장에게 사과했다. 그는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 더 넓은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게 받겠다.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위원장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 한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앙당 선대위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현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지역 후보들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 지역의 캠프 관계자 A씨는 최근 현장 분위기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분위기가) 엄청 달아오르지는 않더라"라며 "아무래도 대선 직후 지선이라 그런 건지, 대선만큼 지지자들이 운집하거나 적극적으로 스킨십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두 위원장의 갈등 상황에 대해 A씨는 "후보가 시장 같은 현장을 가면 '(민주당이) 지금 야당인데 하나로 뭉쳐서 싸우지 못할 망정 이렇게 (자기들끼리) 자꾸 싸우고 있냐'고 쓴소리를 하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다. 당을 생각해서 하는 말 같다"라고 털어놨다.
다만 일각에서 '다수의 캠프에서 비대위원장의 유세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A씨는 "저희는 그렇지 않다. (두 사람 갈등은) 중앙당 차원의 문제일 뿐이고 어쨋든 비대위원장이니 오셔서 힘을 실어주면 저희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또 양당의 접전지로 꼽히는 인천 지역 캠프 관계자 B씨는 두 위원장 사이 갈등이 지역 유세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혼란스러우면 지지자들한테 영향을 미친다. 후보들로서는 되게 힘들어한다"라며 "아마 지역에서 (당 지도부가 이견을 보이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 것 같다. 지선까지는 자제해달라는 거다"라고 밝혔다.
B씨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당이 '똘똘 뭉치라'는 쓴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 고관여층들은 (후보를 만나면) '잘 좀 해봐라' '당 지도부나 민주당이 지금은 하나로 똘똘 뭉칠 때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한다"라며 "(최근 접전인) 여론조사 대신 (유세에서는) '투표하면 된다' '투표로 보여주자' 하고 있으니, 갈등은 이제 지나간 이야기였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의 박 위원장. /국회=남윤호 기자 /현장풀 |
이처럼 유세 현장의 쓴소리가 들려오면서 두 위원장은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에는 당초 있었던 저녁 유세 일정을 당일 오후 일괄 취소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는 말도 나왔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저도 들은 얘기인데 (26일에 두 위원장이) 만난 것 같다. 그리고 뭔가 수습을 하기 위한 합의를 논의한 것으로 들었다"며 상황을 전했다.
다만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박 위원장 측은 "만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6일 늦은 저녁 대면 상황은 아니였지만 메신저 등을 통해 소통하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졌다. 대화 이후 두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의 갈등 양상은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판단, 박 위원장이 그간 상황에 대한 공식 사과를 표명하고 '공동 성명'을 제안하는 것으로 갈등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위원장이 제안한 '공동 성명' 제안을 윤 위원장이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봉합하는 걸로 일단락한 갈등의 표면이 또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윤 위원장에게 당의 '5대 쇄신과제'를 담은 '공동유세문'을 발표할 것을 윤 위원장에게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선거 승리와 당의 쇄신을 위해 공개적으로 윤 위원장님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렸다"며 금일 예정된 인천집중유세에서 윤위원장과 함께 공동유세문을 발표하자고 요청드렸다. 윤 위원장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거부'를 당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둘 사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연출하는 것은 국민 앞에 진실하지 못한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불가피하게 인천 집중 유세에 참석하지 못하고 차를 돌렸다, 많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박 위원장 측은 페이스북으로 입장을 발표하기 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공동 성명 발표 등은) 윤 위원장님께 여쭤보셔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저희가 그쪽으로 (메시지를) 던져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윤 위원장이 피드백하셔야 하지 않을까. 그쪽에 한번 여쭤봐 달라"라고 답변했다.
앞서 윤 위원장 측도 박 위원장이 입장을 발표하기 전 공동성명 발표와 관련해 "관련해 따로 확인드릴 수 없다. 이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