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른 사정 체계…민주당 "검찰공화국 현실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기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했던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 대해 "미국에서 그렇게 한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어 인사검증을 맡기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대통령 비서실에선 정책 위주로 해야지, 사람 비리, 정보 캐는 건 안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민정수석을 없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사정, 특별 감찰 안 하고 사정은 사정기관이 알아서 하는 거고, 대통령 비서실은 사정 컨트롤타워 안 하고 공직 후보자 비위, 의혹 정보수집도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미국의 경우 백악관 법률고문실에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개시한 후 법무부 산하 FBI에 1차 검증을 의뢰하고, FBI가 1차 검증 결과를 통보하면 이를 토대로 다시 법률고문실의 종합 검토 및 판단을 거치는 방식으로 인사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두는 것은) 미국의 선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정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는 논리가 타당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FBI 같은 기관이 없다. FBI는 연방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 공안정보 수집 등의 역할을 하는데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완전한 독립기구로 법무부 장관이 FBI 수사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없는 기관이 하는 역할을 법무부 산하에 새로 만들어서 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데, 고작 이틀짜리 입법예고로 정부가 강행하는 것은 무리한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또한 1908년 법무부 검찰국으로 발족해 1935년부터 지금의 FBI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100년 이상 역량을 쌓아온 FBI 수준의 인사검증을 이제 법무부에 신설하는 부서에 맡겨서 제대로 역할을 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법무부에 인사검증을 맡기는 게 '위법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현행 정부조직법이 규정하는 법무부 장관의 역할에 인사정보 관리에 대한 것은 없어 법무부에 인사검증을 맡기는 것은 대통령령 개정이 아닌 국회 차원의 법률 개정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실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한다고 하면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 수장인 법무부(장관 한동훈)에 그 권한을 몰아주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진중권 작가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에 두고 인사검증을 맡기는 것은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만 아니면 나름대로 개혁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면서도 "한동훈이 한다면 민정수석실을 법무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인사는 막강한 무기인데 너무 (법무부에) 집중되는 것 같아 이게 과연 개혁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제왕적 청와대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더니, 고위 공직자 인사 정보에 관한 한 하나부터 열까지를 모두 검찰의 손에 쥐여주려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이 추천을 관장하고, 한 장관이 검증한 결과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전달되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이다. 검찰에서 손발이 닳도록 합을 맞춘 측근들끼리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의 인사 정보를 갖고 좌지우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과거 청와대 인사검증팀과 차이라면 딱 하나, 모든 단계를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장악'해서 감사원,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에서 파견 나온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오히려 보조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뿐"이라며 "대통령-한동훈, 법무부-검찰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에 무소불위의 권력까지 더한 '검찰공화국'은 소설 1984에 나오는 진실부를 떠오르게 한다. 진실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고, 방침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처벌 대상에 오르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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