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투표 당선자 대거 속출, 4125명 中 509명 벌써 '당선'
입력: 2022.05.25 00:00 / 수정: 2022.05.25 00:00

주요 원인으로 출마자 수 '미달' 꼽혀

6·1 지방선거 전에 일찌감치 무투표 당선을 확정 지은 이들이 있다. 이들 모두 선거구 의원정수보다 후보자 수가 적은 미달인 사례다. 7616명의 출마자 중, 4125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약 509명이 벌써 무투표로 당선됐다. /남용희 기자
6·1 지방선거 전에 일찌감치 '무투표 당선'을 확정 지은 이들이 있다. 이들 모두 선거구 의원정수보다 후보자 수가 적은 '미달'인 사례다. 7616명의 출마자 중, 4125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약 509명이 벌써 무투표로 당선됐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6·1 지방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 선거구 의원정수보다 후보자 수가 적은 '미달'인 사례다. 무투표 당선으로 인해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회가 사라지자 유권자의 투표권이 박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제8회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761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들 중 4125명이 선출되는데, 무려 509명이 무투표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했다. 비중은 약 12%에 달하며,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89명과 비교해도 5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후보자 명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시·군장 6명 △시·도의원 108명 △구·시군의회의원선거 295명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 99명 △교육의원 1명이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인 구·시·군장에선 더불어민주당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후보,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 후보, 명현관 전남 해남군수 후보와 국민의힘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후보,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후보, 김학동 경북 예천군수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정당별로는 교육의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거대 정당 소속으로, 민주당 282명 국민의힘 226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21명과 함께 영·호남에서만 280명이 무투표로 당선돼 과반 비율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무투표 당선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선거법상 구조적 문제를 이유로 꼽는다. 기초의원 선거는 1개의 선거구에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후보 1명씩을 내더라도,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등록하지 않으면 출마자 수 미달로 기초의회에 무혈 입성이 가능하다. 509명 중 295명에 달하는 구·시군의회 의원선거 출마자들이 바로 이 경우다.

무투표 당선 현상에 대해 '양당제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대안 정치세력이 사라졌고, 제3정당으로 원내에 입성한 정의당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출마자 수가 부족한 경우이기에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양당제로 인해 제3정당 후보자가 출마하지 못하는 것은 진영 논리 측면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수정당에 대해서도 "끝없는 분당과 합당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측면도 크다"고 비판했다.

반면, 1인 선거구제가 적용되는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진영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탓에 무투표 당선이 만연하다. 여야는 '험지'로 통하는 호남과 영남권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극히 작아 애초에 출마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지역일꾼을 봅는 지방선거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공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당 힘이 작용하지 않는 지역정당 생성과 관련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용희 기자
지역일꾼을 봅는 지방선거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공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당 힘이 작용하지 않는 '지역정당' 생성과 관련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용희 기자

지역 일꾼을 선출해야 하는 지방선거가 여전히 중앙정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공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방선거가 단순히 대선의 연장전으로 부각돼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타나는 현상은 지방분권화에 대치되는 잘못된 현상"이라며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공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과도하게 중앙정당의 힘이 작용하지 않도록 지역정당을 만드는 등의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권자의 투표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투표할 기회가 없는 유권자로선, 우리 동네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를 검증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측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제275조에 의해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후보자가 1명으로 투표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유세 운동을 비롯해 전단지 홍보, TV 토론 또한 할 수 없기에 지역 주민들은 어떤 사람이 출마하는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선거 당일, 투표 없이 당선인으로 결정된다.

무투표로 당선된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후보와 박병규 광주 광산구처장 후보. 이들은 소감을 말해달라는 <더팩트>의 질의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무투표로 당선된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후보와 박병규 광주 광산구처장 후보. 이들은 '소감을 말해달라'는 <더팩트>의 질의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무투표로 당선된 일부 후보들은 '소감을 말해달라'는 <더팩트>의 질의에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답했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후보는 "무투표로 당선된 만큼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달리 좀 더 열심히 하겠다"며 "발표했던 공약을 꼭 지켜서 주민들의 성원에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후보는 "이념과 진영싸움에서 벗어나 민생 회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구민들께서 위임해주신 권한을 바르게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도 사퇴, 사망, 등록 무효 등으로 인해 추가 사퇴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무투표 당선자 수 역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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