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총결집' 민주당, 판세 뒤집기 가능할까
입력: 2022.05.24 00:00 / 수정: 2022.05.24 00:00

盧 서거 13년, 민주당 의원들 지지층 결집 호소…영향은? '글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노가 결집했다. 야당이 여당에 열세를 보이면서, 이날 결집이 지지층 결집 등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김해=이선화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노가 결집했다. 야당이 여당에 열세를 보이면서, 이날 결집이 지지층 결집 등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김해=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봉하에 모인 그리움과 개탄은 오는 6·1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식에는 여야가 총집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이해찬 전 대표, 문희상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친문 원로들도 함께 참석해 '범야권'이 결합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민주당은 이번 추모식을 계기로 판세가 나아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검수완박 강행'부터 '박완주 성폭력 사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중도층을 사로잡아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는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를 주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공식 추도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첫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 때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기념관으로 운영될 예정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관람하며 쓴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울러 추도식 전에는 문 전 대통령과 이 위원장, 권 여사, 윤호중·박지현 위원장 등이 함께 비공개 오찬을 한 사실도 화제가 됐다. 이 위원장은 오찬 이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오찬에) 워낙 많은 분이 계셔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긴 어려웠다. 일부러 사진도 하나 찍어주시긴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면은 대선 패배 이후 (4월 11일 첫 만남) 두 번째 만남인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추모식 이후 문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와 관련해서도 "여러 말씀을 함께 나눴다. 공개할만한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며 일축했다.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식에는 여야가 총집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이해찬 전 대표, 문희상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친문 원로들도 함께 참석해 범야권이 결합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이선화 기자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식에는 여야가 총집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이해찬 전 대표, 문희상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친문 원로들도 함께 참석해 '범야권'이 결합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이선화 기자

추도식에서 눈에 띈 것은 원내 지도부와 친노-친문 원로들까지 총출동한 민주당이었다. 이날 추도식에는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또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민주당 의원들이 총출동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참석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또한 이날 추도식에 '협치'를 앞세우듯 원내 지도부가 참석했다. 행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얼굴을 비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지만 초대 총리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바 있다. 이날 범여당 참석을 두고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분수령으로 삼고 있다. 오는 지선에서 열세인 현 상황이 23일을 계기로 조금은 긍정적으로 변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민석 공동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8일에 이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신 '판세는 봉하일 이후부터'를 외치고 있다. 그는 현재 판세가 윤 대통령 취임식 '프리미엄'과 박완주 의원 성폭력 사태 '마이너스' 등으로 기존보다 더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한 국무총리를 인준해준 '대승적 결정'으로 앞으로는 손가락질의 화살이 야당에서 여당(국민의힘)으로, 그리고 청와대로 향해 격차도 줄지 않겠냐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김해=이선화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김해=이선화 기자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비통합·비협치'를 부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엄정한 자기성찰과 담대한 실천이 절실한 오늘, 국민과 시대를 온몸으로 받들었던 '바보 노무현'이 그립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민생과 개혁 과제들을 담대하고 유능하게 완성해 나아가겠다. 대통령님의 뜻대로 국민과 함께,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남겼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총리의 추도식 참석은 환영할 일이지만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이 국무총리 인준을 가결했으니 이제는 윤 대통령도 '협치'의 노력을 '진정성 있게' 보이라고 지적했다.

조오섭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13년, 노무현 정신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검찰공화국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결집을 유도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를 찾은 추모객이 추모식을 바라보고 있다. /김해=이선화 기자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를 찾은 추모객이 추모식을 바라보고 있다. /김해=이선화 기자

'13년의 그리움'이 오는 6월 민주당에 다시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노무현 정신'으로 여러 선거를 이긴 민주당에 더 이상의 효력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보로 인해 중도층 확장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봤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이미 전선(戰線)을 잘못 걸었다"라며 "민주당은 지금 거대 야당으로서 국정의 안정을 꾀하는 '다수당의 역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데, '검수완박'으로 중도층에게 이탈 효과를, 한덕수 총리 인준과 한동훈 임명 강행 상황으로는 지지층에게 실망을 줬다. 두 역할 모두 못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민주당이 강성 당원 결집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일반 당원 및 비지지층인 중도층 확장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과 정권을 되찾겠다는 절박함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친노' '친문' 효과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이 '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지지층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것이 극적 효과로 나타난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전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지지층들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는 이미 2010년 지방선거 때 한 번 효력을 발휘했다. 또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에너지가 거의 다 했다고 본다. 그리움의 유효기간이 다 한 셈"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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