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선거테크?…5년간 거대 양당 몸집 더 커졌다
입력: 2022.05.23 05:32 / 수정: 2022.05.23 05:32

'선거비용 이중보전' 문제 제기에도 정치권 외면

각 정당은 선거비용을 선거 전에 지원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또 지급받을수 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경상보조금은 별도다. 정당이 보조금에 의존하게 되고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각 정당은 선거비용을 선거 전에 지원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또 지급받을수 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경상보조금은 별도다. 정당이 '보조금'에 의존하게 되고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 올해 두 차례 큰 선거가 있다. 나갈 돈이 많아 언뜻 보기엔 정당의 곳간 사정이 빠듯해 보인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예외다. 최근 5년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의 재산과 수입·지출 내역을 확인한 결과 몸집은 더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뿐 아니라 남은 자금도 돌려주지 않고 당에 귀속하기 때문이다. 공영선거제의 기존 취지와 달리, 현 제도 아래에서는 거대 정당과 군소정당의 빈부 격차가 늘어나고, 정당의 행정비용 비대화만 초래할 수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부터 오는 6·1지방선거까지 모두 8차례 선거에서 각 정당에 지급한 국고 지원 금액(선거보조금+선거보전비용)은 총 1조4470억여 원이다. 이는 '선거공영제'에 따른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고 여력이 없는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기 위해서 보조금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오히려 정당별 불평등을 악화하는 식으로 제도가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보조금이 남아도 국고에 귀속하지 않고 당이 챙긴다. 선거 이후 일정한 요건(유효 득표총수의 15% 이상)만 충족하면 선거보전비용도 받는다. 매년 분기마다 지원하는 경상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선거가 있는 해에 거대 정당은 최대 3중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팩트>가 중앙선관위로부터 입수한 '2017년~2022년 정당 회계보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올해 3월 기간 전체 총수입은 민주당 △7680억8362만981원 △국민의힘 6463억9639만7452원 △정의당 1154억6429만2667원이었다. 총수입은 전년도이월,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보조금 및 지원금, 차입금, 기관지발행사업수입, 그밖의 수입 등을 합한 금액이다.

총수입에서 '전년도이월'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항목을 살펴보면 세 정당 모두 '보조금 및 지원금'이었다. △민주당 (38.83%, 2982억여 원) △국민의힘 (36.21%, 2341억여 원) △정의당(49.69%, 573억여 원)이었다. 보조금 및 지원금은 선관위로부터 지급받는 정당보조금(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 장애인추천보조금, 여성추천보조금, 선거보전비용)과 보조금외 정치자금을 합한 것이다.

정당의 총수입 중 국고 지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선거가 있는 해에는 수입과 재산이 더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선거테크'라고 불릴 정도다. 이중 보전 등으로 남은 선거비용을 당이 챙기면서 여유자금으로 손익과 재산을 계속 늘려가는 구조인 셈이다.

민주당의 총손익(총수입-총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2017년 상반기에는 -8억5248만8346원이었지만 올해 3월 기준 374억8033만여 원으로 급증했다. 재산은 '현금 및 예금' 항목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 상반기에는 49억여 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3월 기준)에는 374억여 원을 보유 중이다. '그밖의 재산' 항목은 2017년 대선 선거비용 차입금 388억여 원, 여의도 당사 매입 대출금 분할 상환으로 143억여 원 등 총 527억여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19대 대선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에는 마이너스 155억여 원으로 적자가 크게 줄었다.

국민의힘은 재산 규모가 크게 늘었다. 토지와 건물, 비품, 현금 및 예금 그밖의 재산 등을 포함한 재산 총액은 2017년 상반기 344억여 원이었으나, 올해 3월 기준 808억여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까지는 보유 중인 토지가 165억여 원 상당, 건물은 78억여 원이었지만, 현재는 토지 642억 원, 건물 215억 원 상당이다.

여유자금으로 '건물주'가 된 거대 양당이 받는 임대수익도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의도 중앙당사를 각각 약 200억 원, 400억 원에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 및 건물 가격 상승과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당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매입한 건물 1층에 위치한 우체국과 지하 식당에서 각각 월990만 원, 740여만 원의 임대 수익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임대료 및 관리비' 항목으로 약 4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정의당의 자금 사정은 여유롭지 못했다. 2017년 상반기 총손익이 9억5400여만 원이었지만 2018년 상반기와 2020년 상반기에 각각 1억4000여만 원, 32억4000여만 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산' 항목 역시 2017년 13억여 원에서 올해 마이너스 23억 원으로 줄었다.

선거보조금 이중 보전은 시민사회 등에서 여러 차례 문제 제기해왔지만 정치권이 외면 중이다. 선관위가 2013년 '선거비용 보전액을 지급할 때 이미 지급한 선거보조금은 제외하고 잔액만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지난해 5월 25일 같은 내용을 담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다시 제출한 상태다.

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거보조금은 돈이 없는 후보들이 출마할 수 있게끔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기득권 정당에 상당히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선거보조금 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기득권 정당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거가 있을 때 정당의 경상 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이, 선거에서 득표가 (일정 조건 충족)되면 선거보전비용이 또 지급된다. 주고 또 주고 주는 3중 지급 형태"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보전금이 부패방지와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데도, 보전 항목이 정책 관련 비용보다는 간판, 현수막, 선거사무관계자 인건비 등 실비 위주에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모두 혈세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좀 개선해야 한다.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면 보전해주는 (이중 보전) 제도는 없애야 한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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