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넘는 토론 끝 '한덕수 임명' 당론 채택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자가 고문으로 활동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일제 전범기업 및 가습기살균제참사 기업 변론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묻자 한 후보자가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 등을 지적하며 검증 결과 '부적격'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자의 임명을 부결할 경우 새 정부 출범에 야당이 '발목 잡기'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재석의원 250명 중 찬성 208명, 반대 36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지난달 3일 지명된 지 47일 만이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3시간가량 의원총회를 열고 토론을 벌인 끝에 한 후보자 인준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반수 이상이 가결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단계라는 점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인준안을 부결시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위원장은 "(한 후보자를 인준해주는 편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런 점도 조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원내지도부가 잘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론 채택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인준 동의를 두고 의총장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의 각종 논란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반대 여론과 자칫 새 정부에 대한 발목 잡기로 비친다면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역풍이 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당초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이날 오후 4시에 예정됐으나, 민주당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오후 6시로 미뤄지기도 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의총 후 한반도의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과 안보상 긴장 고조 등을 고려해 총리 자리를 채우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가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총리 후보 인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야당의 발목 잡기' 프레임에 빠질 경우 지방선거 역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폭풍을 우려한 민주당 현직 광역자치단체장 12명이 인준 가결을 요청하는 연서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논의 과정에서 (지방선거) 후보님들의 의중까지 결정했다는 점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의견도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에둘러 밝혔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쟁점 사안이었던 '한덕수 인준안' 문제를 매듭지으면서 여야가 극한 대치에서 한발 물러나 '협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인준 표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여야 협치'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의 전격적인 총리 인준 협조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협치의 정신이 빛을 발하도록 여야가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허은아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부터 의회주의를 강조했다"며 "오늘 민주당이 '국무총리 인준안 가결'로 화답했기에, 국민의힘은 여야 간 협치 정신을 윤석열 정부 동안 이어 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인사청문회 정국이 끝나지 않아 여야 대치의 불씨는 남아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16곳의 장관 임명이 완료된 상태다.
완료된 16명의 장관 중 6개 부처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아빠 찬스'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직 임명이 안 된 상태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김인철 후보자는 자녀들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 등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고, 새로 인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는 한발 물러섰지만,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 없이는 여야 협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단단히 못 박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앞날이 참 걱정"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회가 운영되면 국회는 더 정쟁의 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라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167석'의 민주당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장관 해임건의안도 검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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