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파안대소' 이유? 김건희 "파평윤씨 종친 도와달라"
16일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돌며 의원들과 인사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도 일어나 악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퇴장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이 끝날 대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후 윤 대통령 첫 시정연설인 만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여야 지도부 만찬 회동 제안에 응하지 않고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신경전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오자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악수로 맞이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환영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윤 대통령이 가까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목인사와 함께 악수했다. 또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하지 않고 야당 의석을 돌아서 올 때까지 남아 기다리기도 했다.
이같은 장면이 나온 배경에는 당내 사전 의견 공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전 의총에서) 첫 번째 시정연설이니 최대한 예우는 갖추는 게 옳지 않겠나 하는 다수 의원들, 지도부의 제안이 있었고, 당내 의원들이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 환담하는 윤 대통령. 이날 환담 자리에서는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김건희 여사의 대화 내용도 알려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국회사진취재단 |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국회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 사전 환담 자리도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자리에서는 지난 10일 취임 기념 외빈 만찬에서 윤 위원장과 윤 대통령 부인 김견희 여사가 나눈 대화 내용도 소개됐다. 당시 만찬에서는 윤 위원장이 김 여사를 바라보며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활짝 웃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제 부인에게 (윤 위원장이) 왜 웃었냐고 물으니, '파평윤씨 종친이기도 한데 잘 도와달라'고 윤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윤 위원장도 "김 여사가 '시댁이 파평윤씨이고 시아버님이 '중'(重)자 항렬로 위원장님과 항렬이 같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이 같은 대화에 참석자들이 웃으면서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가 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문제 있는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협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병사월급 200만원 즉시 이행하라'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
다만 비공개 자리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도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한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 꼭 협조해달라"고 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윤 대통령과 3당 대표 만찬 회동 제안에 대해서도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환담에 앞서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협치와 협력을 원한다면 국회에 오시기 전에 하실 일이 있다"며 "협치를 방해하는 수준 이하, 양심 불량 장관 후보자와 비서관들 먼저 정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의 '장병 사기 죽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취임도 하기 전에 사병 월급 200만 원 공약을 파기하더니,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서는 장병 복지예산을 대폭 깎았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시정연설 전 국회 본관 앞에서 '병사월급 200만 원 즉시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에게 관련 공약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본 뒤에도 말없이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