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광고'·이재명은 '방송연설' 최다 지출
20대 대선 선거비용을 살펴본 결과, 국민의힘은 '광고'에, 민주당은 '방송연설'에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당 회계보고서에 집계되지 않는 '유세차량' 비용은 제외한 결과다. 마지막 피날레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홍보영상부터 웹자서전까지.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진 지난 20대 대선에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홍보전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각 대선후보 진영이 대선 선거비용을 어디에 지출했을까. 후보별 지출 내역을 살펴본 결과, 법정홍보물 등 고정지출과 오프라인 유세 등 전통적 선거운동 외에 온라인 선거운동에서 각 진영의 대선자금 활용법이 뚜렷하게 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선 선거비용 총액으로 국민의힘·윤석열 대통령(이하 국민의힘)은 425억6677만9551원(선거비용 제한액의 82.9%)을, 민주당·이재명 후보(이하 민주당)은 487억5297만5093원(선거비용 제한액의 95.02%)을 각각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각 정당 중앙당,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 시도당, 정당선거사무소의 '선거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해당 내역은 선관위 누리집에도 공개돼 있다.
이 중 <더팩트>는 선거사무 관계자 수당 및 실비, 현장 소품 등 선거 전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출이 대다수인 시도당, 정당사무소 선거비용은 제외하고 선거비용 세부 항목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선관위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각 정당의 회계보고서도 파악했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의미가 좁게 제한돼 각 정당마다 규정한 선거비용이 상이하므로 '간접 선거비용'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윤석열 '광고'·이재명 '방송연설'에 최다 지출
시도당을 제외한 중앙당과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의 '선거비용' 총액은 국민의힘이 226억7584만1692원, 민주당은 388억743만3522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중앙당에서 유세 차량을 일괄 계약해 전국 각 시도당에 제공하는 식으로 (주)세진 사운드 외 6개 업체에 총 110억3517만4277원을 지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도당과 시군구당에 유세 차량 제작과 임차 비용을 개별 지출해 파악할 수 없었다. 이를 감안하면 두 진영의 실제 선거비용 지출액은 선관위에 신고한 대로 약 50억 원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대 대선에선 선거운동 초반부터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의 양강구도 속에서 치러졌다. 이런 흐름은 양측이 지출한 선거비용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60억가량 금액 차이가 나지만 비슷한 구성으로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이들 모두 광고와 방송연설 등 전통 매체를 통한 홍보에 최다 금액을 제출했다. 후보와 찬조연설자들이 나서는 방송연설은 현행 공직선거법상 각 1회 20분 이내에 TV와 라디오 별로 11회씩 연설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신문광고·인터넷광고 등 '광고'에 99억1008만1820억 원(43.7%)을 지출해 가장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 이어 사실상 '고정비용' 성격이 강한 인쇄물(53억3872만5470원, 23.5%) 항목을 제외하면 방송연설 비용(25억8665만5000원, 11.4%)이 뒤를 이었다. 이어 △공개장소연설 18억8979만7509원(8.3%) △전화전자우편문자 10억1947만657원(4.5%) △그 밖의 선거운동 9억5393만4136원(4.2%)△선거사무소 5억1223만2140원(2.3%)△소품 4억6494만4960원(2.1%)순이었다.
민주당은 '유세 차량' 관련 비용이 포함된 공개장소연설(122억7428만4277원, 31.6%)을 제외하면 방송연설에 가장 많은 비용(72억1884만5600원, 18.6%)을 지출했다. 뒤이어 △광고 69억4543만3890원(17.9%) △그 밖의 선거운동 58억8638만6592원(15.2%) △인쇄물 46억1295만1700원(11.9%) △전화전자우편문자 9억8848만3682원 (2.5%) △소품 6억5115만2200원(1.7%) △선거사무소 2억2989만5581원(0.6%) 등이다.
국민의힘의 광고비 중 포털사이트를 통한 온라인광고 비중이 가장 컸다. 온라인광고 집행비로 (주)다츠에 약 59억8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또 신문광고 집행비로 (주)베리모먼트에 약 31억 원을 지출했다. 이 외에 TV조선(9억2752만 원), SBS(6억4377만8850원), KBS(4억2741만6000원), MBN(3억6680만 원), MBC(6972만640원) JTBC(4224만 원), YTN(1550만 원) 등에도 상당한 비용을 썼다. 민주당은 광고 및 방송연설 비용으로 KBS 등 방송사에 74억여만 원을 투입했다. 온라인광고 집행비로는 (주)지엔앰퍼포먼스 등에 56억8000여만 원을, 신문광고 집행비로는 그랑몬스터에 5억8000여만 원을 썼다.
◆ AI윤석열부터 웹자서전까지 다양한 온라인 홍보물
20대 대선에서도 TV와 신문 등 전통 매체에 의존하는 경향은 여전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각 정당은 SNS 홍보영상 제작 등에도 관심을 보이며 비슷한 규모로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특히 민주당은 라이브방송, 온라인플랫폼, 온라인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홍보 방식을 선보였다. '그 밖의 선거운동' 항목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차이는 뚜렷했다.
대선 과정에서 'AI윤석열'은 촌철살인 멘트로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위키윤 누리집 갈무리 |
국민의힘은 '그밖의 선거운동' 비용으로 약 9억5000만 원을 지출한 가운데, 홍보물과 동영상 제작 등 온라인콘텐츠 제작에 약6억9000만 원(72.9%)을, 온라인플랫폼 구축에 1억1000여 만원(11.6%) 쓴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현안에 대해 '촌철살인' 멘트를 날려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AI윤석열' 관련 개인화메시지 발송용 영상제작비로는 5987만 원이 지출됐다.
반면 민주당은 '그밖의 선거운동' 비용으로 58억8000여만 원을 투입했다. 온라인플랫폼 구축에 19억5600여만 원, 임명장 제작 및 발송에 약 17억 원을 지출했다. 여론조사에만 8억3000여 만원(14.2%)를, 온라인콘텐츠 제작에는 6억4400여만 원(10.9%)를 썼다. 라이브방송과 매타버스 관련 비용에도 각각 약 1억4500만 원, 2억1550만 원을 썼다. 이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한 효과를 준 것으로 평가받는 웹자서전 관련해선 삽화 비용이 500만 원, 3분40초 분량으로 이 후보의 성장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제작비용은 4950만 원이 지출됐다.
민주당은 '스타 PD'를 영입하는 등 SNS 홍보 영상에 열을 올리고 선거비용도 상당히 지출했지만 오히려 선대위 청년실무진의 짧은 영상이 홍보 효과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모 공약' 관련 이 후보 영상. /이 후보 유튜브 갈무리 |
민주당은 대선 기간 김영희 MBC 전 부사장을 영입해 유권자 관심을 끌 온라인 홍보 영상 제작에도 공을 들인 바 있다. 이와 관련, '불만을 노래해' 영상 제작 경비는 3888만5000원, 일명 '재스파' 영상 제작경비는 2530만 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을 노래해'는 가수 경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착안한 '민심 청취' 콘텐츠였고, 재스파는 이 후보가 청년들과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놀이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콘셉트의 영상이었다. 다만 두 영상 제작 모두 코로나19 확산세와 저조한 반응으로 중간에 무산된 바 있다. 반면 선대위 청년 실무진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홍보물은 별도의 비용 없이 오히려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후보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공약과 관련해 짧게 찍은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었다.
한편 '선거비용' 항목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홍보에 도움이 된 지출도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는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강력한 차기 당선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찬했다. 이와 관련, 인터뷰 제작 경비는 '조직활동비' 명목으로 신동아미디어에 77만 원이 지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