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표결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한 후보자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못한 가운데 내각 핵심인 총리 자리도 비어 국정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힘은 연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반 협치' '발목잡기'라며 압박하고 있다.
여야는 한 후보자 인준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이틀간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나흘째인 13일까지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있다. 한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영향이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격' 인사라는 판단이다. 과거 한 후보자가 공직과 대형 로펌을 오갔던 행적을 들어 '관피아'로 규정하며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일을 당연시하는 이기적인 한 후보자에게 국정운영을 맡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3일 "민생위기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마냥 공석으로 둘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민주당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민주당은 지체 없이 국무총리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소집에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미루는 배경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카드'라고 여기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한동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그콘서트로 만들었다는 국민 질타를 받고 있다"며 "자신들의 준비 부족을 탓하고 부끄러워하기는커녕 한 총리 인준을 인질로 잡아 다른 장관을 낙마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구태 중의 구태"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소집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남윤호 기자 |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국민의힘 위원인 성일종·김미애·전주혜·최형두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을 향해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인준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미 민주당이 제기한 한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모두 말끔하게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은 다른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한 후보자의 국회 인준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공직자 끼워팔기'라는 놀라운 발상을 하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이 선택한 결과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윤 대통령이 취임 후 1호 안건으로 결재한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민주당은 법사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한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으며, 나아가 새 정부 국무총리를 볼모로 잡아 인준 조건으로 한 후보자 낙마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행보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게끔 유도하는 동시에 민심 이탈까지 노리는 일종의 양면전술로 볼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의 성비위 사건도 부각하는 것도 유리한 선거 국면을 조성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인준 표결 제안이 나오는 점은 국민의힘으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3선 중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총리와 부적격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자"며 한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제안했다. 다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일뿐 당론으로 채택된 것은 없다"며 "조만간 의총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