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강조한 취임사…"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약속
10일 0시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군의 대비 태세 점검을 시작으로 현충원 참배, 취임식, 시민과의 만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제출, 경축 사절 접견에 이어 만찬까지 바쁜 첫날을 보냈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한 후 내빈들의 갈채를 받는 윤 대통령. /국회=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용산=허주열 기자] 10일 0시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새로 설치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군통수권을 이양받는 것을 첫 일정으로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첫 행보로 북한 군사동향 및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점검한 윤 대통령은 서초구 서초동 사저에서 임기 첫날 밤을 보낸 뒤 이날 오전 9시 52분 주민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현충탑에 헌화·분향을 한 후 '순국선열의 희생과 헌신을 받들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기고,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와 정부 관계자, 각계 대표, 외교 사절, 초청받은 일반 국민 등 4만1000여 명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라며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교역 질서의 변화와 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등 당면한 글로벌 난제 속 '민주주의의 위기'로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앞두고 미소짓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아울러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것은 바로 '자유'다.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회나 언급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였다. 이어 △시민(15회) △국민(15회) △세계(13회) △평화(12회) △국제(9회) △민주주의(8회) △위기(8회) 등의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선 비핵화 후 지원 입장을 분명히 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관심을 모았던 '통합'과 '소통'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본격적인 집무를 보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이동하기 전 인근에 위치한 삼각지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 8명, 국방부어린이집 원생 20여 명, 선생님 3명 등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동네에 관공서가 들어왔다고 복잡하지 않게,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어린이들을 향해선 "어린이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게 할아버지가"라고 말했다.
낮 12시 33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5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으로부터 취임 후 첫 결재 안건을 보고받고 결재했다.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로 결재한 안건은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제출'이었으며, 이어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환경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7개 부처 장관 임명안에도 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와 관련 대통령실 측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7명의 신임 장관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제청했다"라며 "장관 7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들로, 이들의 임기는 대통령의 결재와 함께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 정무직 임명, 부처 차관 임명안도 결재한 윤 대통령은 집무실 내 원탁에서 김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 양 실장과 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약 10여 분간 환담을 한 뒤 같은 자리에서 참모들과 '전복죽'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대통령실 측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에는 대통령 집무실 외에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처장, 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 수석 등 주요 참모들의 사무실이 함께 있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참모들의 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대화를 나누듯 윤 대통령도 한 공간 속에서 참모들과 격의 없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참모들과의 오찬 뒤에는 5층 접견실에서 미국·일본·UAE 경축 사절 접견이 릴레이로 이어졌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으로 다시 이동해 경축 연회에 참석한 뒤 대통령실 청사로 돌아와 '중국 경축 사절 접견', '한·싱가포르 정상환담' 일정을 소화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초청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임기 첫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