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야당"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을 시작으로 국회도 전환을 맞았다. 초유의 '여소야대' 정국을 맞은 국민의힘은 약 170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과 함께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편성 등 당장 처리해야 할 입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국회도 '여소야대 정국'으로 재편됐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지만 약 170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인사청문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추가경정예산편성 등 우선 처리해야 할 입법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당장 닥쳐올 여야 관계는 대결 구도로 기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당이 되자마자 '협치'라는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권교체에 담긴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총리 후보자 인준을 위한 본회의를 빨리 열어야 한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은 물론이고 시한을 넘긴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서 채택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을 향해 '발목잡기'를 그만하라며 압박한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비롯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검증과 함께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있다. 때문에 이날 오전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선 '국무총리'로 내정된 한 후보자 대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부겸 국무총리가 자리했다. 결국 인사청문 정국에서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윤 정부 '1기 내각'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직 대부분을 임명하지 못한 채 '반쪽'으로 출발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이날 현재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국무위원 후보자는 추경호(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이종섭(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총 7명이다. 이외 7명의 후보자들은 청문회를 마쳤으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고, 다른 3명의 장관 후보자들은 오는 11~12일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한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가운데, 김 총리는 11일 임기를 마치고 12일부로 사임한다. 이에 당분간 추경호 총리 권한 대행 체제로 내각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여곡절 끝에 내각 진용이 갖춰지게 되면 오는 12일 첫 국무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지만, 곧 추경안을 둘러싸고도 여야 간 협상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코로나로 지친 민생을 달래기 위해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며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추경안의 손실보상 대책 등이 윤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히 반영했는지, 문재인 정부 예산을 무리하게 감액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도 '여소야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던 종전 약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대선 분풀이'로 규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서고 있어 극한 대결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소속 조수진·유상범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측에서 논의하거나 협상 요청 온 적이 없다"며 "오늘부터 국민의힘은 여당이 됐지만, 아직 국회 상황은 야당"이라고 토로했다. /국회사진취재단 |
여소야대 국면을 맞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면서도 민주당에 협조를 요구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측에서 논의하거나 협상 요청 온 적이 없다"며 "오늘부터 국민의힘은 여당이 됐지만 아직 국회 상황은 야당"이라고 토로했다.
함께 자리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는 향후 정국을 가늠할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거둘 경우 집권 여당에 힘이 실리며 협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여당이 된 만큼 지역에 다녀왔다"며 "지역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현안을 더 살피기 위해 당분간 지역에 힘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심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행정-의회 간 상생을 도모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지방선거에서 필승의 전략을 구사해 여당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고 말했다.
'향후 야당과의 협치 전략'에 대해선 "끝없이 소통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여당으로서 야당에게 따질건 따지고 요청할 건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