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방선거 핑계로 '차별금지법 제정' 또 미루나
입력: 2022.05.10 05:01 / 수정: 2022.05.10 05:01

20년 미뤄온 과제, 공청회 일정도 미정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당론 채택을 위한 당내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감지된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지만, 공청회 시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당론 채택을 위한 당내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감지된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지만, 공청회 시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15년 전에 낸 것도 민주당, 방치한 것도 민주당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지난달 29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 회의 모두 발언 중)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당론 채택을 위한 당내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감지된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지만, 공청회 시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계류된 법안들을 방치하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소장파' 지도부 중심으로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지난 3월 "평등법은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고, 2007년 차별금지법으로 처음 발의됐다.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이 흘렀고 국가의 소극적인 대응 속에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은 심화됐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닌, 평등법 제정을 설득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비대위 모두 발언에서 밝힌 바 있다.

박지현 위원장은 자신의 비대위 합류 배경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이라고 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에게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자'고 권유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검수완박' 관련 입법이 한창일 당시 "필리버스터 전쟁 중에 차별금지법 (이야기)인가라고 걱정하지만, 사람 생명이 걸린 일이고 차별받는 이들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활동가가 위험하다.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여성·장애인·아동의 생존도 위태롭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소수자, 에이즈 감염인, 그리스도인들이 참석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소수자, 에이즈 감염인, 그리스도인들이 참석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이선화 기자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과제였고, 2007년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기독교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한 반대로 성적 지향 등 7개의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법안을 정부가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이후로 현재까지 근 20년 동안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검수완박을 두고 초고속 입법 처리를 마쳤던 민주당이, 20년간 표류한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같은 속도를 보일까. 현재로서는 같은 속도는커녕 동력을 얻기 위한 엔진이 탑재돼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차별금지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담은 법안 4개가 발의돼 있다.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민주당 의원안, 장혜영 정의당 의원안 등이다. 약 한 달간 국회 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차별금지법 찬성 입장을 표명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내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 계획을 의결했지만, 일정 등 세부 논의 등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여야 간 합의'가 돼야 한다는 이유다.

당 내부에서도 중론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강하게 주장하는 의원들도 계시고 원내대표께서도 논의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서 지금 정책위 차원에서도 찬반 여론, (법에 관한) 오해와 쟁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 원내대변인은 "(입법을) '언제 추진하겠다'는 (당론) 같은 걸 결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두고) 단식하는 분들도 있기에 더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내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국민의 10명 중 7명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회에 조속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남용희 기자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국민의 10명 중 7명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회에 조속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남용희 기자

여론은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쪽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권익위원회(인권위)는 지난 8일 '국민의 10명 중 7명(67.2%)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의 여론조사를 발표하며 국회에 조속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0%였다. 해당 조사는 인권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월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민주당 비대위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과거와는 다른 민주당의 과제"라며 "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처벌 조항의 경우, 고용과 관련한 처벌이 있을 때만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또 생각보다 법 내용이 합리적인데도 무조건적 반대에 부딪히고 당내에서도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오른쪽부터) 민주당 권인숙, 이상민, 박주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오른쪽부터) 민주당 권인숙, 이상민, 박주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당내 차별금지법 발의자인 이상민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빨리 공론화를 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모아야 하는데 공청회 하나에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건) 법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인데 (답답하다)"며 "(차별금지법은) 인권에 관한 것이고 헌법에 나온 것들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법을 알리는 것 자체를 게을리하고 미루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모든 연령대, 모든 지지층, 모든 지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 여론이 더 높다"며 "민주당은 당론으로 차별금지법 5월 제정을 결의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공청회 포함 법안 제정 일정 협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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