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입법 마침표…멀어진 협치
입력: 2022.05.06 00:00 / 수정: 2022.05.06 00:00

총리 인준안·추경안 '협조' 필수…대치 완화 가능성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검수완박 입법이 마무리됐다. 이날 형사소송법이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표결 처리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검수완박' 입법이 마무리됐다. 이날 형사소송법이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표결 처리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 입법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 간 물리적, 법적 마찰이 발생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협치는 한 발짝 더 멀어졌다.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속전속결이었다. 통상 평일 오후 2시에 개최되던 임시회는 오전 10시에 열렸다. 개정안은 본회의 개의 3분 만에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정의당 의원 6명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권했다. 국민의당 이태규·최연숙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셈이다.

이로써 지난달 12일 민주당이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한 지 21일 만에 검수완박 입법은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 직후 논평(이수진 원내대변인)을 내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2단계 권력기관 정상화 1차 입법조치를 완료했다"며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완성해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권력기관 간의 감시와 통제, 견제와 균형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넘긴 검수완박법을 국무회의 시간 조정까지 감행하며 공포했다.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넘긴 '검수완박법'을 국무회의 시간 조정까지 감행하며 공포했다.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 대통령. /청와대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은 곧바로 정부에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통상 오전 10시인 국무회의 개의 시각을 오후 4시로 변경했다가, 다시 오후 2시로 옮겨 관련법을 공포했다. 필리버스터 등 저지 수단이 고갈된 국민의힘은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지만 소용 없었다.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 공포되자 국민의힘은 "오늘, 74년 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는 조종을 고했다(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평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검수완박법 통과로 고발인은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덮여도 검찰에 이의 신청조차 할 수 없어 변호사를 쓰기 어려운 힘없는 서민이 향후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게 될 것도 자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등 진보 야당이 이날 형사소송법에 기권한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홀처럼 정치권 이슈를 빨아들이던 '검수완박' 정국의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검수완박 강행과 저지 과정에서 여야가 강하게 부딪혀 감정이 상한 만큼 곧바로 진정 국면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6·1 지방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각자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해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하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미 헌법재판소에 법안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을 향해선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에 대해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며 졸속으로 표결, 의결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위법 행위를 사법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배 의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앙증맞은 몸"이라며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는 배 의원 외에도 국회 법사위 과정에서 국회법을 어기고 상임위원장석을 점거한 데 대해서도 법적 후속 조치를 밟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강하게 충돌해 당분간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전조정위원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강하게 충돌해 당분간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전조정위원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가 절실한 국민의힘이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도 관측된다.

당장 이달 중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려면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취임 후에도 '반쪽짜리 내각'이 확정된 상황이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이달 중순까지 심사를 거쳐 지방선거 전 코로나 피해보상금 등 예산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민주당과 이견이 있어 이 역시 민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합의안 파기에 대해) 국민의힘이 국민과 민주당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겠다"라며 총리 인준과 추경 처리를 언급하고 "뭘 협조해달라 도와달라 이런 거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이처럼 유리한 상황을 활용해 국민의힘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참여 등 중대범죄수사청(일명 한국형 FBI) 등 후속 입법 조치를 위한 논의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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