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개편안 점검", 사드 배치 "신중 기조 이어갈 것"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더팩트ㅣ통의동=곽현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윤석열 정부가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삼을 국정 비전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18일 인수위가 출범한 지 47일 만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나 '사드 추가배치'등 주요 공약은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보고회'에서 국정 비전, 국정운영 원칙, 국정 목표에 따른 세부 국정 과제를 공개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47일 동안 여러 부처로부터 업무를 보고받고 전문가 회의를 거쳐 현장 방문회 등 국민제안을 받았다. 4번의 전체회의, 수많은 간사단 회의를 매주 서너번씩 했다"며 "국정과제 선정안을 검토하고 보완하는 작업들을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로 110대 국정과제와 521개 실천과제를 만들 수 있었다"며 "여러 다방면에 걸쳐 필요한 분야들은 민간 전문가들을 초빙해 함께 논의하고 정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했다. 6대 국정목표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는 "이번 국정목표는 정치·행정,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국정의 4대 기본 부문에 '미래'와 '지방시대'를 더했다"며 "새 정부의 미래 지향성과 함께, 대한민국 재도약의 선결 조건인 지역 불균형 해소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국정목표를 이루기 위한 국정전략의 이름을 '국민께 드리는 약속'으로 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이는 앞서 나열한 6개 국정목표 아래 나눠서 배치됐다. 실천과제는 총 521개다.
먼저 코로나19 경제 위기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제가 담긴 국정목표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는 15개의 국정과제가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피해 치유, 부동산 시장 정상화, 탈원전으로 무너진 산업 생태계 복원,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 비영리민간단체 투명성 확보, 디지털플랫폼 정부 등이다.
외교·국방 공약을 위한 국정목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에는 18개 국정과제가 마련됐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했던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도 해당 국정과제에 실천과제로 담겼다.
지역 균형발전 해법을 위한 국정목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에 담길 국정과제는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후에 발표할 계획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인수위는 이같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예산 등과 비교해 약 209조 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5대 국정목표 별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54조 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13조 원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65조 원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61조 원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에 16조 원 등이다.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지출 구조조정과 경제 발전에 따른 추가 세수를 꼽았다.
안 위원장은 "1년에 40조 원 정도인데 우리나라 (1년) 예산이 600조 원이고 그중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경직성 예산이 300조 원, 인건비가 100조 원 정도다. 그럼 200조 원 정도가 용도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중 10%를 구조조정하면 20조 원 정도를 우리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과제에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여성가족부와 관련해 "인수위를 시작할 때부터 정부조직 개편은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일단 현재 정부조직을 그대로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해 더 좋은 개편안이 마련될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은 '사드 추가 배치'가 국정과제에서 빠진것과 관련해 "신중기조를 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나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에 따라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할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드 배치를 인수위 계획에 넣기엔 좀 빨랐다"고 설명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사드 추가 배치'와 관련해선 "신중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효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은 "이미 배치된 사드 체계도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남북관계나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에 따라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할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드 배치를 인수위 계획에 넣기엔 좀 빨랐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영유아 하루 세끼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 △일하면서 공부하는 '미래형 로스쿨 도입'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등도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실망스럽고 우렵스럽다"고 비판했다. 여가부 폐지 등 당선인 본인이 직접 약속한 공약을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뒤집었다는 대목에서다.
조 대변인은 외교·안보정책, 원자력, 형사사법 분야 등 이날 발표된 국정과제를 지목해 조목조목 따지면서 "윤 당선자는 '무엇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만들고, '이념이 아닌 국민 상식'에 기반하겠다는 국정 운영 원칙만큼은 꼭 지켜지길 더불어민주당은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국정과제에 당선인의 기존 공약이 빠진 것을 두고 전문가들도 "기존 공약이 가장 무분별하게 바뀐 후보"라고 꼬집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당선까지는 상대 진영을 이겨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다면 이제는 정책적 색깔이 중요하다"면서 "윤 당선인이 책임자가 되었는데 정책적 결함이 생긴다면 지지율 하락과 함께 지지층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도 "후보 당시의 공약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와 함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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