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강력 비판…尹정부 향한 소신 발언도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곽현서 기자] "겉옷을 벗고 대화해도 될까요?"
2일 국회에서 마주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5선·청주 상당)이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툭 던진 한마디다. 보통 정치인이 정장 상의를 벗는다는 것은 격식을 풀고 하는 일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편하게 이야기해 봅시다"라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소통에 진심을 다한다는 그만의 철학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베테랑에게서 권위 의식은 없었다. 초선과 같은 낮은 자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낙선이라는 준엄한 민심을 확인했다. 2년 뒤인 지난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청주 상당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승리하며 국회에 재입성했다. 공백기는 더욱 낮은 자세로 국회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야인 생활을 마치고 국회에 돌아온 그의 각오도 남다르다.
"21대 국회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전혀 못 미친다. 예전의 행태가 지속되다 못해 오히려 후퇴하는 인상이다. 국민께 미안하다.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국회에서 녹여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풀어나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결연한 마음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입법부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민주당, 내란 반역 행태 보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질의로 이어지자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검수완박 법안 가운데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또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가 예상됐다. 정 의원은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3일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보다 훨씬 수위가 높았다.
"그동안에는 (민주당이) 검찰의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출범을 앞둔 새 정부를 '식물 정권화' 시키려는 차원으로 바라봤다. 이제는 국가 해체 상황까지 몰고 가려 한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내란 반역의 행태'로 보고 있다. 검수완박을 무리하게 통과시킴으로써 일당 독재의 실체를 드러내고 문재인 정권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검수완박법은 범죄자에게는 특혜가 주어지고 서민과 약자들에게는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반헌법적인 법안이라는 게 정 의원의 판단이다.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검찰은 6대 범죄 중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정 의원은 권력자들의 '부패방탄법'으로 전락하고 수사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에 개탄했다.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와 파기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을 짚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2일 중재안에 합의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 협의를 위해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권 원내대표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결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여야 간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다. 여야 간 합의가 국민의 뜻에 반하고 중재안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면 손을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尹 1기 내각, 적재적소까진 아냐"
검수완박 말고도 인사청문회로 국회가 시끄럽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다수의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전관예우' '자녀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고강도 검증과 공세를 벌이고 있다. 때문에 오는 10일 대통령직을 맡는 윤 당선인에게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를 두고 소신 발언을 이어 나갔다. 그는 "윤 당선인께서 인선한 것을 제가 언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다만, 당선인 또는 당선인과 가까이 있는 분들에 의해 인선이 이루어졌기에 100% 적재적소의 인물이 선정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워낙 짧은 기간에 인선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잘 알고 있는 분이나 자기가 믿을 수 있는 분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윤 당선인이) 나름대로 베스트 인물을 뽑으려고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정권 출범 이후 많은 정보와 인적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것이며 훨씬 많은 인재 풀에서 사람을 선정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3월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그의 생각은 달라졌을까. "(신중론은) 조금 더 절차와 소통을 갖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얘기했던 것이다. 윤 당선인이 그렇지 않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제에 반감을 품은 국민이 제왕적인 모습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옳다, 틀렸다고 얘기한 것이 아니다. 윤 당선인이 많은 전문가와 훌륭한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했다면,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6선+다수당 되면 국회의장 물망 오를 것"
'충청권 맹주'로 불리는 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힘을 보태겠다는 게 정 의원의 의지다. 지난 대선 승리의 기세를 몰겠다는 계획이지만, 민주당과 치열한 승부가 불가피하다. 지난 12년 동안 충북은 민주당 지방정부가 차지하고 있고, 충북 인구의 절반 이상인 청주의 현 시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특히 지난 총선 때 청주에서는 단 1석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충북도당위원장인 정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내부 다툼이 치열했던 '충북지사' 주자들의 힘을 한데 모은 데 성공했다. 지난 1일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와 충북지사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박경국 전 차관과 오제세·이혜훈 전 의원이 '원팀'을 선언했다. 공천권을 따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이들이 단합하기로 한 데는 정 의원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은 "우리 경쟁자들의 '원팀' 선언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예비후보들이 각각 흩어져서 단합된 모습을 충북도민에게 보이지 못했다. 그림상이더라도 '원팀'으로 간다는 것에 도민들은 국민의힘이 단합해서 가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경쟁 관계 때의 어떤 조그마한 앙금도 다 씻어내고 선당후사의 뜻으로 뭉치기로 한 것은 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충북과 지역구인 청주의 발전을 위한 구상도 명확하다. 교통망 확충을 통한 발전이 그것이다. 지리적 요충지라는 장점을 살리려는 복안이다. 정 의원은 청주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광역철도 건설과 청주국제공황 활성화를 우선 추진해야 하는 대표 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충북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역철도가 청주 도심을 통과하면, 생산유발효과는 2조7497억 원, 부가가치효과는 1조4754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4만7232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긴 하지만, 유일한 중부권 거점공항인 청주국제공항이 활성화된다면 중국 등 관광객 유입이 예상되고 충북 경제에 엄청난 임팩트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정 의원은 부산 출신이지만, 청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 청주의 민심, 청주의 전통시장과 관광명소를 자랑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넓게는 충북의 애환도 잘 안다고 했다. 때문에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자신의 역할과 주어진 책무를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충북에서는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충북의 정치적 자존심 측면에서 이런 직책을 맡는 인물 배출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제게 거는 바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기에 국회의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만약 2년 뒤 6선이 되고, 우리 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그때 물망에는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건 하늘의 뜻이다. 비정치적으로는 충북은 중앙에서 볼 때 소외 지역이다. 영남과 호남만 보인다. 항상 선거에서 민심의 바로미터는 충북이었다. 이번에 충청도 대통령도 나왔다. 지역색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충북도민의 기대가 많다. 충북에 배려할 수 있는 것은 배려할 수 있도록 중앙에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