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준비위 '보도 자제' 요청 논란…文, 기자단과 소통
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여야에 '검수완박법'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박 의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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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매국노가 교회 다녀"…박병석 교회에 전화까지 돌린 강성 지지자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두고,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야에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한 반발과 집단 항의가 거셌다고?
-22일 박 의장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문자 총공격', 민주당 당원 권리 게시판 항의 글 작성, 국회의장실에 1000통 이상의 팩스·문자·전화 등을 보내며 박 의장에게 반발 의사를 밝혔다고 해.
-지지자들이 박 의장을 비판한 데에는 민주당 초선 강성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한 박 의장을 향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으로 보여.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의장의 최종 중재안 제안 과정은 헌법 파괴적"이라고 밝혔어.
-한 지지자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박병석이 다니는 교회 장로님과 통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어. 내용인즉슨 박 의장이 다니는 모 교회 소속 장로에게 전화해 '매국노가 다니는 교회라고 당신네 교회 이미지가 안 좋아졌으니 교회 목사에게 건의해 박 의장에게 전화라도 하라고 하라'고 말했다는 거야. 이 지지자는 통화 내용을 공유하며 '박병석 때문에 일상 회복이 안 된다'며 분노를 표출했지.
이재명 상임고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온 게시물. '검수완박'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의장에게 분노해 그가 다니는 교회에 항의전화를 했다는 내용의 글이다. /재명이네마을 홈페이지 갈무리 |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이 탈당할 당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이소영 의원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만든 국회법 취지를 훼손하고 편법을 감행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가 지지자들의 비난 세례로 꽤 고초를 치렀다고?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진보 유튜버들이 방송에서 얘기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말들을 듣고 의원실에 항의와 문의를 해 힘들다"고 밝혔어. 의원실에 전화해 인신공격이나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욕설도 한다고 하니 사실 항의의 양도 양이지만,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 보좌진들의 정신 건강이 해로워지지 않겠어?
-또, 이 관계자는 "(이 의원의 경우) 법안에도 찬성했다. 다만 대안을 마련하고 졸속으로 (입법이) 진행되면 안 된다는 취지인데,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이 말을 무조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 '남편이 검사라서 반대한다'라고 해석해 항의하는 전화가 온다. 이런 상황은 사실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의원들을 향해 집단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18원' 후원을 보내거나 하는 일이 민주당 내에서 오늘내일했던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이번처럼 예민한 입법 이슈였던 '검수완박' 상황에서는 더 극에 달했던 것 같아. 이런 움직임에 고통을 호소하는 의원들도 점점 늘고 있는 걸로 보여.
-일부 의원들은 '팬덤 정치'에 기대 이들을 이용하는 듯한 행태도 보여 당 안팎으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입법 활동에 있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함은 명확하지만, 자칫 의정활동에 방해가 가거나 업무에 지장이 갈 만큼의 '걸림돌' 행위는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야. 결국 당에도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무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측은 지난 26일 취임식 무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이선화 기자 |
◆尹 취임준비위, '사진 보도 자제' 요청…국민 감동 때문?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취준위)는 다가오는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준비에 한창인 듯 해. 그런데 얼마 전 취준위 측이 취임식 무대 준비 현장 '사진 보도' 자제를 요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던데?
-맞아. 취준위 측은 지난 26일 오후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입기자단 단체 대화방에서 '취준위 대변인실' 이름으로 공지문을 내고 "보도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어.
-이유가 뭐야?
-준비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면 본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아. 취준위 측이 취재진에게 보낸 공지 내용은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무대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 중입니다. 무대 설치 과정이 몇몇 언론에 의해 사진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는 취임식이 될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의 보도 자제를 부탁드립니다'는 문장이 전부야.
-이를 두고 과도한 취재 통제라는 기자들의 반발이 빗발쳤어.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만들어지고 있는 취임식 무대는 국회를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게 다소 과하다는 거지.
-특히, 지난 6일 윤 당선인은 제66회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서 "언론 가까이에서 쓴소리를 경청하겠다"며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 하지만 취준위 측의 '보도 자제' 요청은 윤 당선인의 발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아.
취임준비위 측은 지난 26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무대 설치 과정이 몇몇 언론에 의해 사진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는 취임식이 될 수 있도록 보도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진은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
-공개적인 항의도 있었다면서?
-맞아. 이같은 취준위 측 요청에 대해 한 출입 기자 A 씨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어. 그는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무대 설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구글링만 해도 역대 대통령 취임식 무대를 설치하는 사진이 수두룩하게 나온다"며 "언론이 무대 사진을 촬영해 보도하면 국민에게 선사하려는 감동과 희망이 깨집니까"라고 강하게 항의했지. A 기자의 발언에는 약 100개가 넘는 '좋아요'와 공감이 쏟아졌어. 대다수 언론인이 '보도 자제'에 대한 취준위 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에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여.
-원래 취임식 무대는 보도할 수 없는 거야? 이전 대통령들의 준비 과정은 어땠어?
-앞서 A 기자가 언급했듯,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식 무대는 여러 보도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취임 행사 무대도 모두 언론에 보도된 바 있지.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의 취임 준비 과정에서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공병부대원들이 ‘지뢰 탐지기’로 폭발물을 확인하는 사진까지도 보도된 사례가 있어.
-취준위 측에 따르면 초청 규모는 약 4만1000명이며,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인 33억 8000만 원이 소요된다고 해. 나랏돈 들어가는 취임식 준비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돼야 국민도 더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래저래 이번 취재 보도 자제 요청을 두고는 아쉬운 소리가 많이 나왔던 만큼, 대선 때 윤 당선인이 말했던 '언론 자유 보장'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는 모습. 출입기자단과 만난 것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뉴시스 |
◆文, 퇴임 앞두고 손석희 만나 '작심 발언'…기자단과도 '작별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녹지원으로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퇴임 전 마지막 언론과의 직접 소통에 나섰어. 오랜만에 이뤄진 직접 소통의 자리였지?
-문 대통령이 재임 중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를 연 것은 2019년 10월 녹지원 초청 행사 이후 2년 6개월 만이야. 문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기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제한된 인원을 초청해 진행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질의응답 이후 이번이 처음이야. 올해 초에는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거든.
-분위기는 어땠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으로 마지막 청와대 대통령, 마지막 청와대 참모, 마지막 청와대 기자가 된 이들이 마지막으로 모여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어. 청와대 측이 사전에 준비한 막걸리를 곁들이며, 1시간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지.
-다만 마지막 소통의 장이었는데, 질문은 다섯 명만 할 수 있었어. 또한 사전에 출입기자 대표 간사단과 청와대 측이 협의한 순서대로 질문이 이뤄졌어. 질문으로는 '퇴임 후 계획', '퇴임 전 사면권 행사 여부', '검수완박에 대한 견해와 거부권 행사 여부', '김오수 검찰총장 사표 처리 계획',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소회', '지역 균형 발전 과제'가 나왔어.
-이 중 민감한 사안인 사면은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즉답을 피했고, 거부권 행사와 김오수 검찰총장 사표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어. 또 조 전 장관 등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다음으로 미루어두고 싶다"며 답하지 않았어. 문 대통령이 지난 14~15일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진행한 '특별대담'이 이날 밤과 다음 날(26일) 밤 2회에 걸쳐서 방송됐는데, 해당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그간의 소회와 현안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어.
-손 전 앵커와 이틀에 걸쳐서 만나서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출입기자들과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걸까?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 전체와 만난 것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2년 4개월 만이고, 퇴임 전 마지막 자리였는데 약 1시간가량 질문 몇 개만 받고 퇴장하셔서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