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회초리 들고 온 26살"…박지현의 비대위 6주
입력: 2022.04.29 00:00 / 수정: 2022.04.29 09:15

'온정주의 비판'부터 '송영길 저격' 번복까지…숨 가빴던 '타임라인'

<더팩트>는 박지현-윤호중 투탑체제 출범 이후 박 위원장의 출범 이후 6주 간의 행보를 책 페이지에 형광펜치듯 시간 순으로 톺아봤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쓴소리를 가감없이 하는 것에는 좋은 평가를 내리는 반면, 정치 신인에게 맡겨진 과중한 책임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는 '박지현-윤호중' 투탑체제 출범 이후 박 위원장의 출범 이후 6주 간의 행보를 책 페이지에 형광펜치듯 시간 순으로 톺아봤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쓴소리를 가감없이 하는 것에는 좋은 평가를 내리는 반면, '정치 신인'에게 맡겨진 '과중한 책임'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고루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한 특단의 조치.(민주당 모 의원의 박지현 위원장 평가)"

지난달 13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당 지도부로 임명된 지 약 한 달 반의 시간이 지났다. 그의 비대위 영입 발표 당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절실하게 간절하게 변화하겠다. 결단하고 성찰하며 과감히 혁신해 다시 희망의 씨앗을 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위기에 투입된 박 위원장은 당을 거칠게 흔들고 있다. 내뱉는 발언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더팩트>는 '박지현-윤호중' 투톱 체제 출범 이후 박 위원장의 6주간 행보를 책 페이지에 형광펜칠하듯 시간순으로 톺아봤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쓴소리를 가감없이 하는 모습에 좋은 평가를 내리는 반면, '정치 신인'에게 맡겨진 '과중한 책임'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1주 차(3.14~19): '안희정 부친상 민주당 인사 근조화환' 비판

박 위원장은 영입 첫 주부터 당내에 만연한 '온정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일침을 날렸다.

지난달 14일 비대위에서 박 위원장은 안희정 전 지사 부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조문용 조화를 보낸 것을 두고 "'개인적 위로를 전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하는 것들은 오늘부로 뼈를 깎으며 쇄신하는 민주당에서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을 했으면 감싸고 팔이 안으로 굽는 건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뼈아프게 반성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박 위원장은 "민주당 내에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무엇보다 세 번이나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어느 때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 그 과정에 2차 가해에 동참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조문과 근조화환을 보낸 인사들을 향해 유감을 표했다. /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갈무리
박 위원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조문과 근조화환을 보낸 인사들을 향해 유감을 표했다. /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갈무리

해당 사건을 두고 박 위원장은 3일 후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해 "안희정 씨 (부친상에) 조문 간 걸 보고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몸 아파서 힘들어 죽겠는데 진짜 이 아저씨들은 왜 그러나 (생각이 들었다)"며 "진짜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화가 났다"라고 발언해 당을 향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화제가 됐다.

√2주 차(3.21~26): '서해 수호의 날' 추모 메시지 오표기로 인한 사과

2주 차에 박 위원장은 메시지 혼선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그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7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추모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가 천안함 피격사건과 제2연평해전을 혼동해 표기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일자 박 위원장은 작성 2시간 만에 글을 수정하고 "서해수호 용사분들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즉각 사과했다.

해당 주간에 박 위원장을 향해 때아닌 '학력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오표기가 그가 '지방대 출신'이라 그렇다는 일부 비난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시사인' 유튜브에 출연해 "제가 춘천 한림대를 나왔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 '한림대 나온 애가 무슨 말(정치)을 하냐'는 식의 말을 많이 한다"며 "지금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인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이제껏 해왔으면 정치판은 완벽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정면돌파했다.

√3주 차(3.28~4.2): '전장연, 시민 볼모'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직격…"대신 사과"

박 위원장은 3주 차엔 '청년 정치' 반열에 같이 올라있지만 대척점에 서 있는 이준석 당 대표를 향해 '갈라치기 정치'라며 회초리를 들었다. 이 대표가 출근시간 서울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다'고 말한 것을 두고 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장애인들에게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보란듯이 전장연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헌법이 정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 대표가) 오히려 차별받는 장애인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며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라고 한다.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고 이예람 중사와 관련한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선화 기자
박 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고 이예람 중사와 관련한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선화 기자

√4주 차(4.4~4.9):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불발엔 '눈물', 노영민·송영길 지선 출마에는 '맹비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3번 연거푸 했다. 박 위원장은 한 달째가 되는 주에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상정 불발에 탄식하며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였다. 故 이 중사는 부대 내에서 성추행을 당한 데 이어 2차 피해를 호소하다가 지난해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추적단 불꽃' 활동가로 일했던 박 위원장에게 더 가슴 아프고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6일 비대위 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이예람 중사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어제 본회의 문턱에도 닿지 못했다"라며 "가장 먼저 특검의 진상규명을 애타게 기다리셨을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빠른 특검 처리를 기대하셨을 많은 국민들께도 실망을 드렸다. 죄송하다"라고 했다. 말을 잇는 동안 박 위원장은 울먹였다.

8일에는 대선패배(송영길)와 부동산 책임론(노영민·박주민)이 있는 인사들의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비대위에서 "어제 지자체 광역단체장 접수 명단을 보고 민주당에서 반성과 쇄신이 가능한 것인지 깊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두고 "대안이 없다는 분도 있다. 하지만 정말 후보가 없는 것인지, 꺼져가는 기득권을 지키려고 좋은 후보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인지 냉정히 자문해봐야 한다"며 "심판받았으면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5주 차(4.11~4.16): '검수완박 신중론' 소신과 '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본회의 통과

5주 차에 접어들어 박 위원장에겐 '기쁨과 우려'가 함께 찾아왔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박차를 가하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는 "더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고, 故 이 중사의 부친과 함께 특검법 본회의 상정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12일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 자리에 서서 "검찰개혁은 분명 해야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며 당내 '검수완박' 움직임에 대한 신중론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제기했다. 그는 "우리 앞에는 두 길이 있다. 하나는 검수완박을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길이고, 다른 길은 검찰개혁을 강행하는 길"이라며 "문제는 강행하더라도 정의당 동참과 민주당 의원의 일치단결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의당이 공식 반대했고 당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의 명분은 충분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발언 당시 종이를 든 손을 떨었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의원석에서는 박 위원장의 발언 도중 "(검찰개혁을) 안 한다고 아예 말을 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륭안이 통과되었다. 방청석의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모씨의 손을 잡고 있는 박 위원장. /이선화 기자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륭안이 통과되었다. 방청석의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모씨의 손을 잡고 있는 박 위원장. /이선화 기자

15일에는 불발됐던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해당 법안은 재석 234인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박 위원장은 이날 故 이 중사 부친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 방청석에서 특검법 통과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중사 아버님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며 "이 중사 아버님께서는 (제게)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이를 여야 의원님들이 보여주셨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빈틈없는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6주 차(4.18~4.23): '송영길 경선 배제 취소' 주장, 급선회 두고 '이재명 비대위에 설득 전화' 오보까지

해당 주간에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관위)의 '박주민·송영길 서울시장 공천 배제' 결정이 알려지며 민주당이 들썩였다. 지난 19일 밤 전략공관위가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공천을 배제하기로 한 사실이 한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던 박 위원장은 다음날 20일 새벽 페이스북에 "이 결정은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전략공관위 결정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도 박 위원장은 "서울시장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건 패배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실패에 책임이 있는 노 전 실장을 당에서 공천한다면 송 전 대표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다음날 비대위는 송 전 대표를 비롯한 박 의원, 김진애 전 의원 등 모든 후보를 경선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박 위원장을 포함해 비대위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려 '송 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설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주당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박 위원장은 이 고문의 전화나 텔레그램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박 위원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치 신인인 박 위원장이 당내 관련 사항들에 관해 발언하는 것을 두고는 향후 후폭풍이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이선화 기자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박 위원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치 신인인 박 위원장이 당내 관련 사항들에 관해 발언하는 것을 두고는 향후 후폭풍이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이선화 기자

√ 당내 반응은…'쇄신' '반성'에는 긍정적 반응, 막중한 책임에는 '후폭풍' 우려도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박 위원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치 신인인 박 위원장이 당내 관련 사항들에 관해 발언하는 것을 두고는 향후 후폭풍이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은 "처음에는 연배도 젊고 정치 경험도 없어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자리를 잡고 문제 제기도 적절하게 하고 있어 (당에) 든든한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박 위원장 영입은 '고루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본다.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당에서 금기시돼 있던 부분을 건드리면서 용감하게 얘기하지 않나. 노 전 실장에 대한 비판도 당 내에서 아무도 이야기 못한 문제라 그런 면은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짜 젊은 26살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고 온 거다. 우리는 다 회초리를 맞아야 할 사람들인 것"이라고 일갈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다선 의원은 박 위원장을 두고 "새롭긴 하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수혈된 2030 인재라면 젠더, 청년같이 (자신에 소속된)이야기만 하기 마련인데, (박 위원장의 경우) 공천같이 예민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의견 표출의 경우 (박 위원장이) 말이 바꿔야 하는 경우가 와 버리다 보니 (이런 세세한 사항들까지 박 위원장이) 발언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선출직이 아닌데 너무 과도하게 많은 책임을 (당에서) 주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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