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민주 '회기쪼개기' vs 국힘 '필리버스터'…정국 급랭
입력: 2022.04.27 21:21 / 수정: 2022.04.29 08:14

'합의 파기 책임론' 권성동 "쿠이보노"…尹 측 '국민투표' 제안 공방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상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다음 달 3일에 걸쳐 관련법 처리가 확정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모습. /국회=이선화 기자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상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다음 달 3일에 걸쳐 관련법 처리가 확정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모습. /국회=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당선인 신분에서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 (당선 확정 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약 2주 앞두고 격랑에 휩싸였다. 27일 국회 본회의에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이 상정되면서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 내 법안 처리'가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국회의장의 협조로 '회기 쪼개기'로 맞서면서다.

본회의장 바깥에서 여야 샅바 싸움은 한층 치열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진행방해 등에 대해 법적 책임 묻겠다고 하는 한편, 신뢰 회복 없이 향후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인사청문회 협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원내 전략이 고갈된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을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검찰 수사권 폐지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며 여의도 논쟁에 발을 담갔다. 새 정부 출범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정국 주도권 다툼은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심화할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는 이날 오후 5시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전날(26일)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와 안건조정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속전속결 처리된 지 하루 만이다.

본회의 상정의 열쇠를 쥔 박병석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 뒤, 더는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본회의 소집을 결단했다. 박 의장은 회동 후 입장문을 내어 "지난 22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공식 합의하고 서명해서, 국민 앞에 발표한 검찰개혁 합의안은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중재안을 제안하면서 "어느 정당이든 합의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방향을 같이 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정치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게 된 점이 결단의 배경으로 보인다.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가 예정되면서 여야 대치 국면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선화 기자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가 예정되면서 여야 대치 국면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선화 기자

본회의가 열리고 박 의장은 가장 먼저 '회기 쪼개기' 관련 민주당 요청 건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4월 임시국회 회기를 이날까지로 단축하고, 30일과 다음 달 3일 하루짜리 본회의 소집 등 총 세 차례 본회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회기 소집은 3일 전에 공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각각 30일과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차례대로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는 회기를 마치면 자동으로 종료되고,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 본회의에서 지체없이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국회법을 활용한 것이다.

'회기 쪼개기'를 통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통과 때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당초 민주당은 거대 의석과 정의당과의 공조를 무기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동의서 제출을 검토했지만, 당내 일부 신중론자들이 있고 코로나19 자가격리 중인 의원들이 있는 등의 상황을 감안해 해당 방안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민주당은 예정대로 다음 달 3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공포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 내 법안을 공포하는 방안도 전망된다.

회기 변경 건이 표결된 후 '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이 먼저 상정됐다. 개정안은 검찰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방향을 원칙으로 하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와 경제범죄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새로운 수사기관 출범 전까지 검찰에 남겨둔다는 내용이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방탄용'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선거 범죄의 수사권도 올해 12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첫 주자로, 여야는 본격적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통상 원내대표는 물밑 협상을 조율해야 해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지 않지만, '합의 파기' 책임론에 휩싸인 권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김종민 민주당 의원,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이 번갈아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국회 본회의 개의는 열쇠를 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회동한 박병석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국회 본회의 개의는 '열쇠'를 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회동한 박병석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여야 대치 속에서 진행되면서 향후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측에 합의 파기 관련 대국민 사과를 공식 요구하고, 법사위 과정에서 위원장석 점거 등의 행위에 대해 박 의장에게 징계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사과 없이 원내 협조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합의파기와 국회선진화법을 처참히 무너뜨리고 있는 국민의힘과 권성동 대표가 국민과 민주당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어렵게 도출됐던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 권 원내대표와 국민의힘과 대화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3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안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5월에는 보나 마나 총리 임명동의안뿐만 아니라 추경 처리 (협조 요청)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합의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여야 간 신뢰 회복 없이 협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안건조정위 의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날(26일) 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발의한 법안을 2건 심사했는데, 동시에 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합류한 것은 안건조정위 취지를 정면 위배한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있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도 가세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본회의 개의 전인 오후 3시 20분께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당선인 취임 후 국민투표 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 일은 국회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소극 대응했으나, 본회의가 소집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반나절 만에 6·1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도 동시에 실시하자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선인이 알고 있는 헌법이 달나라 헌법인지 모르겠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향후 정국 난색을 예고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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