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파기는 국민의힘 책임"…민주당, 검수완박 법사위 강행 처리
입력: 2022.04.27 00:00 / 수정: 2022.04.27 00:00

조정안도 합의 불발…정의당과 손잡고 강행 처리 수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중재안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찰개혁 합의파기 윤석열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중재안'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찰개혁 합의파기 윤석열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여야 합의안 재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반발하는 국민의힘을 향해선 "합의 파기의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꼼수 탈당' 논란으로 역풍을 맞을 뻔했으나, 국민의힘의 헛발질에 '검수완박' 강행 동력을 얻으며 직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26일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소위 통과에 반발해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기초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의견과 정의당안을 반영해 마련됐다.

우선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무'와 관련해 한시적으로 유예한 직접 수사권 대상을 부패·경제범죄 두 가지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박 의장안을 기초로 한 수석전문의원실 조정의견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돼 있는 것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향후 시행령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여지를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한시적으로 유예된 부패·경제범죄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이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 현황을 분기마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넣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안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5개인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줄인다'는 내용의 이행 여부를 국회가 감시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또 합의안에서 법이 시행된 후 이관하도록 한 4개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선거범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검찰에 남겨둔다는 규정도 추가했다.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정치권 방탄용'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며 정의당이 제안한 안을 수용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일부 손봤다. 민주당은 합의안대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 등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뒀다. 다만 조정의견이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해야 한다'고만 한 데 비해 민주당 수정안은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라고 한정했다. 별건 수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건으로 확보한 증거나 자료로 관련 없는 사건의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삽입했다.

민주당은 또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의 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법사위 조정의견에서는 검사가 해당 사건의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직무'를 하지 못하도록 제안했지만, 법원행정처 우려를 받아들여 조정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파기한 점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강행 처리 동력을 얻은 모양새다. 26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검수완박 중재안 재논의를 위해 모인 박홍근(오른쪽 두번째) 민주당·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파기한 점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강행 처리 동력을 얻은 모양새다. 26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검수완박' 중재안 재논의를 위해 모인 박홍근(오른쪽 두번째) 민주당·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늦어도 오는 29일까지는 중재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히며 속도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합의 파기'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합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뜻에 따라 무효가 된다면 이는 중대한 헌법 가치 훼손"이라며 국민의힘에 합의안 법안처리 동참을 촉구했다. 이어 박 의장 주재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재안 강행 처리에 대한 총의를 모았다.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 원안을 통과시키자"는 강경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이 먼저 협상을 파기해 '강행 처리'의 명분을 확보한 만큼 '원안' 추진으로 상대방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또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에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주 프레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강행처리의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의원총회 직후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 집결해 '검찰개혁 합의파기 윤석열·국민의힘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물밑 재협상을 통해 국민의힘에 조정안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고도 밝혔다. 이 역시 여야 견해차가 좁히지 않아 4월 법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조정안은 국민의힘이 추가 보류 대상으로 요구했던 공직자·선거범죄 중 선거범죄만 한시적 유예 수사권 대상으로 늘리되, 민주당 내 강경파가 주장하고 있는 '수사권 폐지 유예기간 명문화'를 부칙으로 담아 서로 양보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정안으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의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수정안을 마련했다. 정의당은 자신의 제안을 수용한 정당과 4월 입법 처리에 동참하고 의사일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된 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하면 정의당이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목표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사회권을 쥔 박 의장의 협조도 관건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정의당 제안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박 의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제는 선택하고 일정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정의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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