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주말인 24일 여의도공원에서 '서울의 불안과 맞서겠다'며 공식 출마 선언을 발표한 지 채 이틀 만이다. 당 안팎으로는 그간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 있어 '전략 지역구 선정' '송영길·박주민 공천 배제' 문제 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당 지도부의 결단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주말인 24일 여의도공원에서 '서울의 불안과 맞서겠다'며 공식 출마 선언을 발표한 지 채 이틀 만이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박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추진하면서 서울시장 후보 행보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당 안팎으로는 그간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 있어 '전략 지역구 선정' '송영길·박주민 공천 배제' 문제 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당 지도부의 결단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법사위 간사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서울시장 후보 중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법사위 상황으로 어제 서울시장 경선 후보 간 토론에도 가지 못하고, 오늘 당에서 정한 정견발표 영상 촬영 일정도 참석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더 젊고 다양한 서울시의 미래를 시민들께 설명해 드리고 싶었는데, 늦어진 경선 일정과 국회 상황으로 이젠 그마저도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저에게 주어진 여러 개혁의 과제는 끝까지 완수하겠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고맙다"고 했다.

경선 포기 선언 하루 전인 25일에도 박 의원은 당 비대위에 문제 제기를 했다. 자신이 법사위 간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비대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작 후보자 토론회 참석은 토론회 당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현실적으로 후보 활동이 불가함을 토로했다. 박 의원은 "우리 당 관계자라면 누구나 오늘 법사위가 늦게까지 지속될 것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을 한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것은 무슨 생각이신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는 늘 비대위의 입장을 기다리고 존중해왔지만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장 예비후보 첫 TV 토론은 '당내 사정'으로 취소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 의원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진애 전 의원 경쟁으로 좁혀졌다.

송 전 대표는 박 의원의 후보 사퇴 결정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안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경선에서 서울시정에 대한 비전을 함께 토론하고 경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결단의 고뇌를 읽었다"며 "법사위 리더로서 당장 검찰선진화법 통과뿐 아니라 그 후속 작업을 계속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 폐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실 것을 믿는다"고 위로했다.

박 의원의 경선 포기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와 함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부주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두고 당 내부에서 '대선 책임론'에 관해 찬반 논쟁이 계속되는 한편, 비대위가 '새 인물 영입'을 외치면서도 적절한 후보군은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박 의원과 송 전 대표, 김 전 의원으로 추렸다. 앞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박 의원과 송 전 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했다가 논란 끝에 비대위가 이를 철회했고, 또 비대위가 '새로운 인물'을 끝까지 물색하겠다며 박영선 전 중소기업부 장관 등을 직접 찾아 설득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이 암 투병을 하고 있는 모친을 간호하기 위해 서울시장 후보를 최종 고사하며 후보군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틀 후 박 의원까지 '후보 경선 중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특히 송 전 대표 공천 배제 결정이 있을 당시, 송 전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상 이재명 전 후보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계파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장 출마자인 김 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그간) 너무 시간을 끄는 바람에 선거 일정, 국회의원 사퇴 시한 등 여러 가지가 꼬여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사퇴 결정에는 "지지자들이 박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많이 있기에 고심 어린 결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새롬 기자

서울시장 출마자인 김 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그간) 너무 시간을 끄는 바람에 선거 일정, 국회의원 사퇴 시한 등 여러 가지가 꼬여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사퇴 결정에는 "지지자들이 박 의원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많이 있기에 고심 어린 결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이 너무 졸속으로 진행돼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간 비대위에서 서울 시장 경선 과정이나 공천 배제 파행과 관련한 책임 있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 비대위원은 박 의원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며 당 지도부의 그간 결정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 의원은 훌륭한 후보인데, 후보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 굉장히 아쉽다"면서도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그간 행보를 두고는 "서울시장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려고 애썼으나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광역지자체장 선거 그중에서도 서울 후보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라며 "그 과정에서 결정이 늦어졌던 것을 (국민들이) 일부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을 못 구할 거면 빨리 결정하는 게 더 좋지 않았겠냐'는 지적은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행보를 두고 전문가는 정치권의 '새 인물 찾기' 전략이 결국 경선 과정을 지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에서 '새 인물 찾기'에 몰입하는 이유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새로운 인물은 참신함이 있지만, 그 참신함이 (패배의) 불안함을 함께 준다. 서울시장처럼 큰 선거는 불안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 과정 잡음을 두고 "송 전 대표가 공천 배제 당시 '이재명 정치 복귀 반대 성격의 선제타격의 의미'라고 얘기하며 당 내부의 복잡한 계파 갈등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지방선거 직후 8월에는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지선이) 전초전 성격을 띈 것"이라고 분석했다.

many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