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대계를 여론 수렴 없이 정권교체기에 하는 것은 정말 위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앵커와 퇴임 전 특별대담(26일 방송)을 하고 있다. /JTBC 유튜브 갈무리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종로 청와대→용산 국방부 청사) 계획에 대해 "개인적으로 새 정부 집무실 이전 계획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며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100년 대계인데, 어디가 최적의 장소인지 두루 여론 수렴도 하지 않고, 게다가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는 나가라, 우리가 5월 10일부터 (국방부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은 저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JTBC를 통해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 2편에서 이같이 언급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필요하다면 최적의 장소를 충분히 논의하고, 국방부와 합참이 안정적인 이전 계획을 세우게 한 후 그 계획에 따라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 이런 식의 결정과 일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1호 국정과제'처럼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으로 신구 권력 간에 크게 갈등할 수는 없는 것이니 우리 정부는 적어도 국정,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는데, (윤 당선인의 계획은) 시기와 장소의 문제라는 뜻인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구상했던 것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겠다는 것이었다. 행안부가 부처 이전으로 세종시로 가면 그 공간으로 들어가고 청와대 본관, 영빈관, 헬기장, 지하벙커, 위기관리센터는 시민 개방 이후에도 필요시 사용한다는 개념이었다"라며 "지금 당선인 측이 하는 전체를 옮기겠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본인이 집무실 이전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잘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그 공약은 원래 박근혜 정부의 '구중궁궐 청와대' 이미지를 벗어나 국민들 곁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다"라며 "저는 코로나19 유행 전 대단히 활발하게 현장을 다녔고, 국민과 직접 소통을 하면서 구중궁궐 청와대 이미지는 없어졌다. 국민은 (집무실 이전을) 중요한 과제라 생각 안 하는 상황에서 이전하면 비용도 들고, 행정 혼란도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서)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지난 3월 20일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구중궁궐 청와대에선 단 하루도 있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선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제가 국민을 많이 만났고,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그다음에 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를 (역대 정부) 못지않게 했었다"라며 "마지막에 코로나 때문에 나라 전체가 거리두기 하는 상황을 놓고 소통 부족, 구중궁궐 청와대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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