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예정된 2차 청문회도 '불투명'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보이콧으로 인해 파행됐다.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단 한 개의 질의도 받지 못했다. 야당 측은 한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첫날인 지난 25일 파행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가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집단 불참했다. 여야 간 기싸움이 가열되면서 26일로 예정된 2차 청문회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에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호영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45분께 산회를 선포했다. 주 위원장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불참한 가운데에서도 절차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총리) 청문회가 마지막에 보고서를 채택하고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어서 오늘 더 진행하기 어려운 사정이기 때문에 회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 인청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개의됐지만, 39분 만에 정회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다.
한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전관예우, 이해 충돌, 배우자 재산 증식 등이 문제가 됐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근무한 것이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의혹과 함께 이때 받은 고문료 18억 원의 성격, 그리고 부인의 재산이 10년 새 12억 원가량 늘어난 과정 등이 주요 쟁점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가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에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 등의 이유를 들며 국회에 위임된 고위공직자 검증 권한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문위원은 총 12명으로 민주당 7명, 국민의힘 4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인청에서 민주당·정의당 소속 인청특위 위원을 대표해서 홀로 청문회장에 참석한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충실한 자료 제출을 전제로 청문회 일정을 재조정하자는 요청을 간곡히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의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허술한 '맹탕 청문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미 한 차례 "한 후보자 측은 여전히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이므로 제출이 불가함'이란 이유로 자료를 주지 않는다"며 인사청문 일정 재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강 의원은 "충분히 검토하고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일정 재조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협상을 안 한다면 협치의 국회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대표단 회의에서 "청문회가 파행을 겪는다면 그 책임은 한 후보자에게 있다"며 인사청문회 파행 책임을 한 후보자와 국민의힘의 탓으로 돌렸다.
오전에 열린 인사청문회에는 여야 간 설전이 난무했다. 한 후보자는 단 한 차례의 질의도 받지 못하면서 입도 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오후 2시께 속개하기로 한 차례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오후 4시 30분 국민의힘 위원들만 참석해 산회가 선포됐다.
국민의힘 측은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과 정의당을 향해 '발목잡기'라고 맹비난하며 역공을 펼쳤다. 야당의 요구가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은 한 후보자가 야당이 요구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제출했으며, 인사 검증에 있어 개인적·절차적인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자료제출 하지 않았다는 야당 측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한 후보자는 자료요청에 비교적 성실히 응했다"며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청문회의 3~4배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선화 기자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특별한 이유 없이 국회를 파행시키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요구한 것들을 다 수용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한 후보자께서는 자료요청에 비교적 성실히 응했다고 판단한다"고 맞섰다. 성 의원은 "민주당을 비롯한 위원께서 요청한 자료가 1090건이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청문회 3~4배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주혜 의원도 "겨울에 산딸기를 따오라는 것처럼 불가능한 자료 제출 요구도 많다"며 "후보자 부친은 지난 1982년, 모친은 1994년에 별세했는데 부모친의 부동산 거래내역 일체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김미애 의원도 "미제출 자료를 보면 제출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고, 또 합당한 사유가 있다"며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에게 무리한 자료 요구를 하면서 이를 핑계로 보이콧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첫날부터 파행되자 국회 내에는 전운이 감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물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 등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 이외 18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로 연쇄적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자칫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과 정부를 운영해야 하는 '불편한 동거'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현 상황에 대해 "협치가 필요한 절실한 상황"이라며 "민생을 챙기겠다던 여야 의원들이 모두 정치적 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충분히 제출했으면 한다"면서도 "최근 국회 상황을 돌아볼 때 민주당이 입법 계산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국민의힘과 거센 충돌을 빚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에 대해서도 쉽게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청문회에 비협조적으로 나온 것도 인사청문회와 입법 교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국민의힘 인사청문회 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 인청에 협조해달라"며 민주당과 정의당에 호소했다. 이들이 "기다리겠다"고 말한 만큼 26일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계속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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