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앞서 여야가 합의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실상 여야 합의를 뒤집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따른 본회의 처리를 고수하면서 정국 급랭과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중재안에서 공직선거 범죄에 대한 부분과 공직자 범죄에 대한 부분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국민의 많은 우려가 있는 걸 확인했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부패한 공직자에 대한 수사나 선거 관련 수사권을 검찰에게서 박탈하는 것은 국민의 우려가 매우 매우 큰 만큼 국회는 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국민이 혜택을 보는 입법을 하기를 위해서는 시한을 정해 놓고 상대를 강박의 상태에서 협상하도록 진행하는 방식보다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재안에 서명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빠진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의 지적이 많이 있다"며 "선거 범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지적과 뜻이 모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 처리에 제동을 건 셈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22일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민주당을 분리하되, 검찰의 보안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검찰의 6대 범죄수사(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직접수사권을 한시적으로 남기고 이후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이 출범하면 남은 수사권도 없앤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 안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은 뒤 권 원내대표가 대표로 나서서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을 최고위가 뒤집은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이 사흘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와 검찰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올 뿐 아니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된다는 내용에 관해 지적이 잇따랐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 방침을 밝혔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민의힘 쪽에서, 일부에서 합의를 부정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떠한 국민의힘의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또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면서 "특권 검찰을 완전히 해체해 우리 사법제도에 인권과 정의가 바로 서도록 흔들림 없이 전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 중재안을 두고 수정·보완할 논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재논의' 요구에 대해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당 일각에선 '시간 끌기용'이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주 안으로 검찰개혁법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을 전후로 여야의 격렬한 대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