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논란 정호영 후보자와 거리두기 나선 尹 당선인?
민형배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러나 국회 의원현황에 따르면 정당은 '무소속'이지만, 약력에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 등 민주당 여러 당직으로 기재돼 있었다. 민 의원의 탈당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위장 탈당' '꼼수 탈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꼼수 탈당'과 '찬성 강요' 민주당에 "미쳤다"
-지난 20일 민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야.
-맞아. 지난 20일 오후 2시 50분쯤 민 의원의 탈당 지라시가 공유됐어. 이때만 해도 '설마'하는 생각으로 의원실에 진위를 물어봤는데 답장이 없었어. 그래서 혹시나 해서 국회 누리집에서 국회의원 현황을 살펴봤는데 민 의원의 소속 정당이 정말 '무소속'으로 분류돼 있었어. '검찰 출신' 소병철 의원 대신 법사위에 투입된 지 이틀 만의 일이었어.
-법사위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하고 형사소송법 등을 심사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소집할 걸 대비해서 양향자 의원을 투입했다가 반대 입장을 보이니까 민 의원을 '무소속' 신분으로 대신 안건조정위에 합류시키려는 의도였지. 여야 3명씩 구성돼서 4명만 찬성해도 법안 심사를 끝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민형배 의원은 탈당으로 '무소속' 신분이 됐지만 국회 누리집 이력 소개란에는 여전히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직을 맡고 있다고 적혀 있다. 무늬만 '탈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누리집 갈무리 |
-물론 정당법상 탈당은 강제할 수 없어. 민 의원의 자발적인 의사가 강했다고 해. 하지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법의 절차를 준수하겠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해왔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허락했는지 모르겠어.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미쳤다" "막장으로 가는구나" "예상 못 한 일" 이란 반응이 나왔어. 사실 원내지도부에서도 원래부터 '탈당' 카드를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해. 양 의원이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반대한다는 문건이 알려지면서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에게 접촉을 했고, 실제로 양 의원 대신 교체하려고 했대. 그런데 박병석 국회의장 측에서 '같은 회기에 또 사보임할 수는 없다'고 반대하면서 결국 '탈당'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시도한 거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택지가 없고 아예 국회에서 심사 자체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되게 난처했다"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어.
-사실상 탈당이라고 할 수 없는 목적 달성을 위한 '위장 탈당'이잖아. 위장전입 같은 거지. 민 의원은 민주당에서 여러 당직을 맡고 있는데 실제 국회 누리집에는 '무소속'이라고 나와 있지만 이력 소개란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어. 그래서 민 의원의 당직 처리 부분을 문의했지. 민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했으니까 (당직도) 자동으로 아마 처리되지 않았을까.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당에서 뭐가 날아오지는 않았다. 당 조직국에서 아마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누리집 업데이트는) 아마 조직국에서 의결 절차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답했어.
-민 의원은 4월 국회 또 하나의 핵심 이슈인 인사청문회 검증 관련 당 TF 단장이기도 했잖아. 그런데 탈당을 했네. 이번 사태는 인사청문회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검수완박'에 신경 쓰느라 당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직 검사의 비판 문자를 실명 그대로 공개했다.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양 의원이 민주당 인사한테서 '검수완박' 강행 처리 찬성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것도 충격이었어. 양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고 밝혔지.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 퇴임 전에 못 하면 안 된다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다"고도 했어. 이 같은 폭로에 대한 박 원내대표 반응은 더 놀라웠어. 그는 "개별의원, 강성의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양 의원에게 전달했을지 몰라도 그런 것 때문에 (입법 강행을) 제가 결정했던 건 없다"고 했어. 그는 또 "금도를 좀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어. 설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양 의원을 저격한 셈이야.
-법사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도 놀라웠어. 지난 18일 법사위 소위에서 '검수완박' 법안 심사하는 중에 법원행정처에서 비판 입장을 내자 김용민 의원이 "입법 정책적 사안인데 법원행정처에서 이래라저래라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냐"면서 "제가 질의하는데 제 말을 끊는 건 아닌 것 같다","국회 논의가 차장님이 보기에 우스워 보이고 그러진 않죠?" 라고도 했어. 김 의원은 또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국민이 우스운가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실명 그대로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어. 그러면서 "이게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검사가 보낼 문자인가"라면서 "저에 대한 보복 수사를 준비하겠다"고 비꼬았어.
22일 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제안한 중재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원래 소위는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잖아. 다른 입장을 냈다는 이유로 저렇게 불쾌함을 표하는 모습의 바닥에는 이분법적 사고가 뿌리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야. 민주당은 '검찰과 언론이 마지막 남은 권력'이라고 주장하지만 국회의 입법 권력이야말로 가장 개혁이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다행히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여서 '폭주'는 멈췄어. 최근 사석에서 한 민주당 의원을 만났는데 '검찰개혁' 당론 법안에 여러 맹점이 있다면서 수정이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혹시나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제약이 생길까 봐 공개 비판하는 걸 고민하는 모습이었어.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내 민주적 소통 시스템을 손봤으면 좋겠어.
'윤석열 1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다가오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심도 덩달아 깊어지는 분위기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아빠 찬스' 의혹으로 연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여러 장관 후보자들 역시 사외이사, 위장전입, 전관예우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임영무 기자 |
◆'尹 1기 내각' 청문회...관전포인트는 공정과 상식?
-인사청문회가 곧 시작된다고?
-맞아. '윤석열 1기 내각' 첫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야. 오는 25~26일 이틀 동안 검증대에 서게 돼.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은 지난 21일 기준 전체 18개 부처 가운데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일정만 확정됐어. 오는 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29일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다음 달에는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4일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지.
-새 정부 1기 내각인 만큼 관심이 큰 것 같아.
-후보자들은 곧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안목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를 이끌 당선인이 선택한 인사들은 소위 '제대로 된' 사람들인지 관심이 모이는 거지. 후보자들이 청문회나 여론의 심판대를 넘지 못할 경우 윤 당선인에게도 적지 않은 리스크로 다가올 거야. '대통령을 한다는 사람 안목이 저거밖에 안 되느냐'는 비판부터 '국정 운영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올 테니까. 물론 후보자들이 큰 문제 없이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윤 당선인은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겠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른 거 같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자는 누구야?
-아무래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그렇지. 정 후보자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어.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을 지내던 때 딸과 아들은 경북대 의대로 편입했지.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이었을 때 두 자녀는 모두 경북대의대에서 봉사활동을 했어. 봉사활동은 편입 서류평가에 반영되지. 또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편입 전, 경북대 교수 등과 논문 2편에 유일한 학부생으로 이름을 올렸어. 당시 아들은 "선배들이 놀랄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했는데 논문 공저자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해.
-정 후보자에 대한 윤 당선인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하던데 무슨 말이야?
-처음 정 후보자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할 때만 하더라도 윤 당선인 측에서는 지난 17일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가, 지난 19일에는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했지. 또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라는 점에 대해서도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했어. 장제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정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면 좋겠다. 청문회가 끝나면 당선인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 씨의 작가 지원금 특혜 논란을 거론하면서 아빠 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정 후보자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어.
-정 후보자는 어떤 입장이야?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의대 편입에 위법 행위나 부당한 팩트는 없었다고 주장했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임명 뒤에라도 상응한 조치를 받겠다고도 했지. 정 후보자는 지난 21일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도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말로 대신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지. 하지만 같은 날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경찰은 정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어.
-윤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겠는데.
-그렇지.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가는 '인사 실패'라는 비판이 따라올 것이고 지난 대선에서 품지 못한 '절반'의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해서 정 후보자가 의혹을 떠안고 청문회까지 가는 것도 윤 당선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이미 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는 데다 국민 여론도 썩 좋지 않아서야. 최근에는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어. 정 후보자 외에도 여러 후보자들이 '사외이사 이해충돌' '위장전입' '전관예우' 등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야. 윤 당선인이 줄곧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이번 인사청문회의 관전포인트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지난 18일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발표 후 악수를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국힘·국당 '합당'…이준석, '지각' 안철수 꼬집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한 식구가 됐지?
-맞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 18일 합당을 공식 선언했어. 통합 당명은 '국민의힘'이야. 국민의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어. 통합 당명과 규모 측면에서 사실상 흡수 통합이라는 평가가 많아. 국민의힘 의석수는 110석이지만, 국민의당은 단 3석에 불과하거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등 절차가 남은 상태야.
-합당 선언식 현장은 어땠어?
-국회 소통관에서 합당 선언을 발표하기로 공지가 됐거든. 소통관은 기자들이 상주하는 곳이야. 그런데 합당 선언 발표가 다소 지연됐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기자회견장에 도착했어. 제 시각에 맞춰서 말이야.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조금 늦었거든. 이 대표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 혼잣말로 "늦는 것 보니 중요한 일이 아닌가 보다"라며 웃으면서 농담조로 꼬집더라고.
-안 대표가 늦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던데.
-당일 안 대표는 인수위 일정이 있었어. 이런 가운데 부친이 병세로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때문에 이 대표와 안 대표가 합당을 선언할 계획에서 '연기론'이 나오다가, 양당의 사무총장으로 바뀐다는 얘기가 있었지. 안 대표는 부친이 위독한 상태에서도 직접 국회를 찾은 거야. 실제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안 대표의 표정이 어둡더라고. 합당 선언문은 안 대표가 대표로 낭독했어. 안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 "(합당 선언문을) 반반 읽나요?"라고 물었는데, 국민의힘 측에서 "다 읽으셔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된 거야. 안 대표는 합당 선언문을 읽은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합당 선언은 공당의 책무다. 그래서 회의를 중단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설명하곤 곧바로 부친이 계신 부산으로 떠났어. 안타깝게도 안 대표의 부친 안영모 전 범천의원 원장은 지난 1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어. 윤 당선인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어.
-합당 이후 잡음도 새어 나오잖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야.
-맞아. 이른바 '검수완박'을 두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처리 기조에 찬성하는 입장을 냈거든. 이후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를 향해 "당장 탈당하라"며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노출했어. 권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돼. 때문에 국민의당에선 권 원내대표에 대한 제명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어. 합당 이후 야권 내 균열이 생기면서 통합 야권의 '국민의힘'이 순항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