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회로 공 돌린 靑…'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입력: 2022.04.21 05:00 / 수정: 2022.04.21 05:00

민주당, 꼼수에 꼼수 쓰며 속도전…가까워지는 '대통령의 시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처리에 거리를 두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직 총리 및 장관급 인사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처리에 거리를 두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직 총리 및 장관급 인사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에 거리를 두고 있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 입법의 시간"이라며 국회로 공을 돌린 것. 하지만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대화'를 통해 민주당과 검찰 측이 접점을 찾기 바랐던 청와대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수완박 논란에 침묵하던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검찰총장직을 건 김오수 총장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어렵게 이뤄진 면담에서 나온 대통령의 메시지는 검찰과 민주당을 모두 질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강제 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대목은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해당 발언 뒤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언급, 민주당이 진정 국민을 위한 입법을 강행하려는 것인지 되돌아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양비론적 메시지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민주당은 대화 대신 각종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원회는 상임위원회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의해 여야 각 3명 동수로 구성하며, 활동기한은 90일 내에서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정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의 요구로 정상적으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되면, 민주당이 목표로 정한 이달 내 검수완박 입법은 불가능하다. 다만 다수당이 꼼수를 사용할 경우 이런 규정도 무력화가 가능하다.

안건조정위는 위원 3분의 2(4명) 이상이 찬성하면 기한에 무관하게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데,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위원장(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야당 몫 위원으로 선임하면 실질적인 4(민주당+민주당 출신 무소속) 대 2(국민의힘) 구도로 안건조정위를 조기에 종료시킬 수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민주당은 지난 7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자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원회로 사보임 시키면서, 그를 야당 몫 안건조정위 위원으로 임명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양 의원이 19일 민주당의 일방적인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속내를 드러내자, 20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당을 탈당하고 양 의원 역할을 대신 맡기로 역할을 조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검수완박 법안의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 이후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속전속결로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간 청와대는 "국회의 시간, 대화의 시간"이라며 검수완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국회로 공을 넘겨 왔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여야가 협의해 국민의힘과 검찰이 인정할 만한 대안을 만들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현실은 떠넘긴 공이 민주당의 꼼수를 동원한 속도전이라는 무게를 더해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해 밀어붙이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단인 만큼 이대로 민주당이 속전속결로 국회에서 안건을 처리해 넘길 경우 문 대통령은 마지막 국무회의(5월 3일) 해당 법률안을 공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큰 방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경우 국민의힘, 검찰, 검수완박 강행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거센 비판이 민주당을 넘어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도 향할 전망이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민주당과 강성 지지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박 수석은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검수완박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되고 나서 정부 이송이 되면 그때부터 정부의 시간, 대통령의 시간이 되는 것"이라고 국회의 시간에 청와대를 끌어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층 속도를 내면서 청와대가 마냥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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