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 전략 지역구 선정'…'송영길 늪' 벗어나나
입력: 2022.04.14 05:00 / 수정: 2022.04.14 05:00

"다양한 각도에서 후보자 물색" vs "'새 인물' 안 나오면 의미 없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이후 당내에서는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서울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이후 당내에서는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서울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목소리를 수용한 결정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새 인물론'을 띄우고 있지만, 송 전 대표 이외에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아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광역단체장 중에는 서울을, 기초단체장 중에는 강원 강릉시와 춘천시, 대전 서구를 전략 선거구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에 더해서 대승적 결단이 불가피하다"며 서울 전략 지역구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오직 경쟁력과 승리 가능성을 기준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후보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후보에 경쟁력 있는 '제3의 인물'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신현영 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 선정된 지역에 신청한 후보자들을 포함해 우리 당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후보자를 물색할 것"이라면서 "이미 신청한 후보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함해 전략 후보를 물색하고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전략 선거구 결정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 전략 선거구 지정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 지방선거 관련 기구에 마땅한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추가 모집해줄 것을 요청했고 시민 추천제를 제안했다. /남윤호 기자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전략 선거구 결정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 전략 선거구 지정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 지방선거 관련 기구에 마땅한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추가 모집해줄 것을 요청했고 '시민 추천제'를 제안했다. /남윤호 기자

그간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공개 반대해 온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당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시민 추천 제도'를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정신을 살려 서울시민과 당원이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후보 발굴부터 공약 추천 그리고 선거운동에 이르기까지 서울시민과 당원의 총의를 모아 낼 수 있다면 서울은 물론 전국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당의 결정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한 조치이며, 당내 '송영길 반대론'과 '새 인물론'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서울 지역구 의원들을 포함한 민주당 서울 지역위원장 49명은 지난 11일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장 후보군에 새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고 당에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일부 의원들은 송 전 대표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하산(사퇴)'하지 않고, 서울시장에 '차출을 가장한 자출'을 했다며 '송영길 비토(veto)'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10일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공개 비판하며 4명의 '새 인물'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강경화 전 장관, 강병원 의원,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을 거론했다. 이들이라면 당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현재 송 전 대표를 포함해 서울시장 예비후보에는 박주민 의원, 김진애 전 의원, 정봉주 전 의원, 김주영 변호사, 김송일 전 전라북도의회 사무처장 등 6명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여기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출마해도 15% 이상 지는 것으로 나와 감히 출마 선언도 하기 어려운 선거에서 당을 위해 희생할 각오로 나가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선화 기자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출마해도 15% 이상 지는 것으로 나와 감히 출마 선언도 하기 어려운 선거에서 당을 위해 희생할 각오로 나가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선화 기자

당내 반발에도 송 전 대표는 완주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오는 17일 서울 홍대 상상마당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의 공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출마해도 15% 이상 지는 것으로 나와 감히 출마 선언도 하기 어려운 선거에서 당을 위해 희생할 각오로 나가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출마가 '선당후사' 의도이고, 화난 '부동산 민심'이 거센 서울지역에서 이기기 어려운 민주당에서 패배하더라도 자신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에는 "저를 비판하는 열정으로 이미 서울시장 후보를 찾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선거를 50여 일 앞둔 현재 상황에서도 서울시장 선거판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11∼12일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상대로 오 시장과 송 전 대표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냐고 물은 결과, 오 시장은 50.8%, 송 전 대표는 39.0%(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5%포인트)를 기록했다. 박주민 의원은 오 시장에 10.6%포인트 격차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공천 관련, 당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인물 찾기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들의 문제는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말만 하지 말고 인물 경쟁력에서 비견할 만한 신선함을 가진 인물을 영입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서울 전략 지역구 선정의 경우, 전략적으로 고민해 인재 영입 후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둔 결정"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 나온 사람 중에서 경선하는 게 제일 최선일 거다. 결국 송 전 대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일 사람을 (당 지도부에서) 내놓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가운데)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06호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가운데)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06호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 지도부가 서울시를 전략 선거구로 선정한 건 '만사지탄(晩時之歎, 때늦은 한탄)'이라고 본다.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라며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의 출마, 이에 대한 서울시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인한 갈등, 윤석열 당선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민주당으로 돌아설 민심 등 3가지를 고려했을 때 더 이상의 갈등이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봤다.

이어 그는 "서울은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서울시장 출마에서부터 파열음이 생기면 민주당에 '지방선거 대패'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며 "기존 인물로는 누가 나오든지 의미가 없다. 낙선한다고 한들 차라리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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