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터 초석' 논란에 靑 "文대통령, 난감…20분간 부처님 말씀 설명"
입력: 2022.04.08 00:01 / 수정: 2022.04.08 00:01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아냐…섬세하지 못했다는 지적엔 공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북악산 남측면을 산행하던 중 법흥사 터에 도착,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북악산 남측면을 산행하던 중 법흥사 터에 도착,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청와대 뒤편 북악산 남측면 개방(6일)을 앞두고 해당 탐방로를 산행하는 과정에서 법흥사 터 초석에 앉은 것을 두고 불교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7일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6일 불교계 독립언론인 법보신문은 문 대통령 내외가 산행 중 법흥사 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두고 "불교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한 불교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에 "(문 대통령 내외가 법흥사 터 초석에 앉은)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7일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한 법흥사 터(추정)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면서도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서울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통해 산행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서울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통해 산행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문 대통령 내외의 산행에 동행했을 당시에는 해당 초석에 대해 "최근의 것"이라며 "1968년 1·21 사태(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때 (불교) 신자들이 여기를 출입하다가 그때부터 제한이 되면서 아마 그때 초석들이 남아있는 거 같다. 여기는 좀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불교계에선 "일반인 관점에서는 문화재 지정 여부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스님과 불자들에게는 (법흥사 터 초석이) 성물"이라며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문 대통령은 난감해했다는 후문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재한 45번째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에서 "(오늘) 티타임 참모회의에서 이틀 전 산행 시 대통령 내외가 법흥사 절터의 초석에 앉은 게 적절치 않다는 언론기사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참 난감하신 것 같았다"라며 "관저 부처님에 대한 말씀을 20여 분 간 설명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저는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며 2017년 자신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할 때 아침마다 열린 참모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한 발언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서울 북악산 만세동방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으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서울 북악산 만세동방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으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뒤편에 부처님 한 분이 계신다. 제가 산책 삼아 자주 뵈러 가는데 청와대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고 경복궁과 광화문과 세종로가 한눈에 일직선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이어서 자리하신 위치도 최고라고 보여진다"며 "저는 이 부처님께서 꼭 경주 남산에 계시다가 어떤 연유로인지 지금의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문화재청·서울시·불교계 등과 협의해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예견대로 그 부처님은 경주 남산에서 오신 부처님으로 밝혀졌고, 2018년 '서울시 유형문화재(24호)'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1977호)'로 지정됐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안목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부처님과 대통령의 인연이 꽃피운 연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기억이 있다"라며 "지난 5일 법흥사 터를 지나면서 '체계적인 문화재 발굴 조사를 거쳐 기록을 고증하고 그 역사를 불교계와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한 문 대통령의 발걸음은 어느덧 보물이 된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내외는 부처님 앞에 공손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고, 동행했던 청와대 참모들도 자신의 종교를 떠나 정성껏 예를 올렸다"라며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불교를 존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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