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서울시장 출마' 송영길과 빛바랜 '86 용퇴론'
입력: 2022.04.06 00:00 / 수정: 2022.04.06 00:00

당내서도 필승 vs 역풍 갑론을박…'세대교체' 가치와 어긋나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개표 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는 송 전 대표. /남윤호 기자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개표 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는 송 전 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지난 20대 대선에서 거대 양당 두 후보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정치인은 단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였다. 그는 대선 이후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멋지게 무대에서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뉴스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내세웠던 말과 행동이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 전 대표는 3월 10일 대선 출구조사가 발표될 당시 환호와 함께 눈물을 보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당 관계자가 나중에 말하길 이재명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온 JTBC 조사 결과가 지상파 3사 것보다 5초 정도 먼저 발표되면서 '이겼다'는 기쁨이 터져나왔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타깝게도 4기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그의 담대한 목표는 '아쉬움'의 눈물로 막을 내렸다. 결과는 '0.73포인트 차' 석패였고, 송 전 대표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지 반나절도 안 돼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커다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떨군 그의 뒷모습은 무척 쓸쓸해 보였다. 특히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조동연 교수의 개인사 논란, 두 번의 다리 수술과 부친상, 막판에는 망치 테러까지 대선 기간 어려운 일들을 겪었음을 알기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더 빛나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빈자리를 느끼기도 전에 근황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선 5일 후인 지난달 15일 고향인 전남 고흥 방문을 알렸고, 이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대흥사를 방문한 일과 무등산 등반 등 근황을 자신의 SNS를 통해 전했다. 이후 당내 일부 청년 정치인과 '이재명계' 의원 중심으로 송 전 대표를 향한 '차출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요청이 있더라도 송 전 대표가 한사코 고사할 줄 알았다. 그가 지난 1월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다.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면서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정치인 용퇴론'에 대해 86세대 맏형인 그가 전면에 나섰던 것이다. 다른 86세대 정치인들은 호응하지 않으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청년 정치인에게 양보하겠다는 그의 굳은 신념이 돋보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는 지난 1일 서울시로 주소지를 이전했다고 알리면서 "당의 결정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송 전 대표는 "개인의 정치적 진로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가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86광야론은 빛바랜 약속이 될 수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패배에 책임으로 지도부 총 사퇴를 밝히고 있는 송 전 대표(가운데). /남윤호 기자
송 전 대표가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86광야론'은 빛바랜 약속이 될 수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패배에 책임으로 지도부 총 사퇴를 밝히고 있는 송 전 대표(가운데). /남윤호 기자

당내에선 그의 출마 명분과 실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우선 '인물난'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하나의 시선이다. 당대표를 지냈던 중진이 나서면서 내·외부 인사가 출마에 도전하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사석에서 "송 전 대표는 자신이 험지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불태우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송 전 대표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실시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세 곳(종로·안성·청주 상당구)을 무공천한 바 있는데, '재보궐 선거 사유를 제공했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잣대라면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보선 지역이 되는 그의 지역구(인천 계양구을)도 공천할 명분이 없어진다.

실리적으로 지역 연고 기반이 없는 서울에서 송 전 대표가 승리할지 분명치 않다는 점도 부정 여론의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잡음이 불거질 경우 서울시장 패배는 물론 전체 선거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의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그가 새롭게 내건 '586 광야론'이 빛바랜 '공언(空言)'에 그치게 된다는 점이 아쉽다. 80년대 운동권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정치에 발을 들였지만 자신들이 지적해온 사회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기득권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용퇴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미래 세대와 연대하고 다리가 되겠다"며 침묵했다. 앞자리가 '6'으로 바뀐 송 전 대표가 이번에는 과감하게 '광야론'의 포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도로 문을 닫은 게 아닌가 싶다. 민주당이 대선 이후 열을 올리고 있는 '청년 정치' '세대 교체론'과도 지향점이 어긋난다는 느낌이다.

그가 강조하는 대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에는 수긍은 간다. 다만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라는 목표 외에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풀어야 할 난제가 여기에 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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