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년 30% 공천 '억지춘향' 우려도
입력: 2022.04.05 00:00 / 수정: 2022.04.05 00:00

"1000명 후보자보다 500명 당선자 만드는 게 중요"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청년 공천 30%를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6·1지방선거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의 첫 회의.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청년 공천 30%를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6·1지방선거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의 첫 회의.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세대교체 기치를 내걸며 6·1지방선거에서 '청년 공천 30%'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당사자인 청년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억지 공천은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할당제' 목표만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생색내기식 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철마다 돌아오는 공염불 대신 중장기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높다.

4일 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지방선거 후보자 추천 방침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청년 공천 30% 이상 확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광역의원은 20% 이상, 기초의원은 30% 이상을 청년으로 공천하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광역·기초의원 모두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규정이 그동안 권고에 그쳐 선거 때마다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번에는 지역위원장의 당무감사에 평가, 반영할 예정이다. 다만, 농·어촌 등 현실적으로 해당 조항을 준수하기 어려운 지역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이는 민주당이 외쳐온 '인적 쇄신안'의 연장선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의 30% 이상 청년 공천을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성·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연일 청년 공천을 준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당사자인 민주당 2030 지선 예비후보들은 공천 비율 확대 방침을 환영한다면서도, 할당 비율 채우기에 급급한 '꼼수 공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년의 본선 경쟁력 등을 우려하는 당원, 기성 정치인들의 내부 반발을 어떻게 다독일지도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청년 출마 예정자들은 환영한다면서도, 비율 채우기에 급급한 꼼수 공천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당이 청년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2일 그린벨트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선화 기자
청년 출마 예정자들은 환영한다면서도, 비율 채우기에 급급한 꼼수 공천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당이 청년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2일 '그린벨트'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선화 기자

수도권 광역의회에 출마하는 한 20대 A 예비후보는 "현장에서 많은 당원들은 기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순하게 청년들이 선거에 소비되는 것을 넘어 메기 효과처럼 지역 선배들이 더 많이 청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하나의 자극은 충분히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배 당원들이 (청년 공천에 대해) 어떻게 공감할까' 우려도 하고 있다"며 "그냥 (기존대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도권 기초의회에 출마하는 또 다른 20대 B 예비후보도 "의무 없는 의무 공천은 청년 출마자 등장에 큰 효과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득권 현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정치신인의 등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30% 공천 규칙이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청년이 없는 걸 어떻게 하냐', '준비되지 않은 청년인데 그냥 주는 게 말이 되냐'는 등 그럴듯해 보이는 말로 여전히 진짜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없이 반발만 나오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라며 "당선될 확률이 사실상 없는 자리에 시늉하듯 공천해 비율을 채울 가능성이 몹시 높아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런 룰로 청년 출마자들이 도전해봐야겠다는 기회를 제공했고, 청년 당원이 출마하겠다는 걸 막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년 후보를 30% 공천하려면 그만큼 제대로 자질을 갖춘 청년 후보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부응할 만한 청년 정치인은 많지 않아 추후 당선 비율 하락과 공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자질에 대한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 단순하게 나이만 청년이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공적 마인드, 리더십, 당에 대한 봉사 등도 (공천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당이 청년 공천 할당 방침에 그칠 게 아니라, 청년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높다.

장 의원은 "기본적으로 1000명의 후보자를 만드는 것보다 500명의 당선자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충분한 자질을 가진 분들이라면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고, 또 당선자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단순하게 출마만 많이 하도록 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A 예비후보도 "억지로 사람 수를 맞추기 위한 것보다는 당이 지원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양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이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당은 4년 뒤에도 똑같은 얘기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착실하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당이 기회를 줘야 한다. (청년 정치인들이) 당선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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