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개혁 찬성하라"…팩스·전화 쏟아지는 민주당 의원실
입력: 2022.04.04 15:30 / 수정: 2022.04.04 15:30

5일 의원총회서 검찰개혁 등 논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검언개혁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전화와 팩스를 다수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정책의원총회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검언개혁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전화와 팩스를 다수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정책의원총회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상반된 현안이 정치권의 검찰개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이 전화와 팩스 등으로 '4월 내 개혁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라는 시선 속에 일각에선 '갈라치기' 우려가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각 의원실에는 '4월 내 개혁 추진'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는 전화와 팩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고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4월 검언정상화 법안 전원 통과 프로젝트' 등의 제목으로 여러 글들이 올라와 있다. '여성시대' 인터넷 카페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가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은 윤 대통령 취임 5월 10일 이전 상설특검, 검찰개혁법, 언론개혁법 통과"라는 글도 공유되고 있다.

해당 카페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연락처는 물론 전화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나와 있다. "민주 당원입니다. 민주당 의원님들의 검언개혁 찬반 여부를 확인하고자 전화드렸는데 의원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식이다.

의원들의 찬반 현황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8시 기준 '재명이네 마을'에서 취합한 결과, 개혁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88명, '여성시대'의 경우는 개혁 찬성 의원이 100명이다.

이들은 민주당 국회의원 찬반 현황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들에 대해선 "메일, 문자, 전화, 팩스, 지역구 사무실 방문으로 민생과 민심이 곧 검언개혁임을 설득하고 회유, 격려하도록 합시다"라며 서로 촉구하고 있다. 모바일 팩스 앱 사용 등 독려 방식도 다양화한 모습이다.

지지자들의 의원실 팩스·전화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이 고문 지지자들은 의원들에게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을 투표하라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는 전화와 팩스 공세에 각 의원실이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당시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로 뭉친 '파란 장미 시민 행동' 측이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지지자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의원실은 이들의 행동이 '의견 개진'의 한 방법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A 의원실 관계자는 "팩스가 하루에 200장, 전화는 30통 정도 온다. 검언개혁을 잘 해달라고 좋게 말씀한다"며 "당연히 당원이니까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B의원실 관계자는 "팩스가 많이 들어왔다. 오늘만 29건"이라며 "편지처럼 실명으로 보내주는 분들은 의견 개진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냥 두는데, 이름 없이 보내는 분들은 행동을 증명하기 위해 소비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애로를 겪고 있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 의원은 검언개혁에 찬성인데 '반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확산력이 빨라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개별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집단 행동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음해한다든지 이런 게 아닌 한 당원으로서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과도하게 사람들을 편 가르거나 근거 없는 걸로 매도해버리거나 하는 건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검언개혁 추진은)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지도부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며 "어떤 동력을 가지고 어떻게 해나갈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그걸 풀어나갈 능력이 없고 역풍이 불면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검언개혁을 촉구하는 집단행동 관련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검언개혁을 촉구하는 집단행동 관련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민주당은 오는 5일 국회 본회의 산회 직후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개혁 법안 추진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 임기 완료 전인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해 문 정부에서 시작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구상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직후 "4월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고,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듭 '새 정부 출범 전 검찰개혁 완수'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상반된 사법개혁 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수 의석을 활용해 개혁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독주 프레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도 국민의힘 반발 속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개혁안을 밀어붙인다 해도 본회의 상정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돼 문 대통령 임기 중 개혁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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