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천 30% 꼼수로 할 바엔 안 해야"
더불어민주당 청년 당원 모임 '그린벨트'가 지난 1월 출범했다. 왼쪽부터 김본비, 권아름, 황준환, 유호준 예비후보.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2030세대는 진보 정당편'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세대 균열 조짐을 보이더니 20대 대선에서 남성을 중심으로 청년세대의 이탈 현상은 공고해졌다. 위기의식 속에서 '청년 정치'는 오는 6·1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민주당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2위였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격차는 역대 최소치인 '0.73% 포인트(p)'였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극복했다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씁쓸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방송3사 출구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18대 대선 때보다 20대 대선에서 20대(18.0%p↓)와 30대(20.2%p↓)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은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 남성그룹의 하락폭(20대 25.9%p↓, 30대 25.5%p↓)은 여성(20대 11.0%p↓, 30대 15.4%p↓)보다 컸다.
그린벨트는 연대를 통해 민주당은 물론 한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그린벨트 제공 |
청년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했지만 실천은 없었다. 결국 바뀌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당사자들한테서 나왔다. 지선을 준비하는 민주당 청년 당원 모임 '그린벨트'는 지난 1월 11일 출범했다.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가 도시 안쪽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것처럼, 연대를 통해 민주당은 물론 한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청년 정치인 연대체로 발전해 지선 이후에는 선거 규칙부터 직접 바꾸겠다는 대담한 목표도 세웠다.
3월 말일 기준 '그린벨트'에 참여하는 인원은 112명으로 늘었다. 예상보다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기존 체제에 익숙한 청년 당원들은 참여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탓이다.
<더팩트>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그린벨트'에 속한, 지방선거 출마 예정인 예비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대담에는 권아름(강원도 원주시 나선거구 기초의원, 만 34세), 김본비(경기도 팽택시 바선거구 기초의원, 만 26세), 유호준(남양주시 제5선거구 경기도의원, 만 27세), 황준환(대전시 내 지방의회 출마 예정, 만 22세) 예비후보가 참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어느 때보다 '청년 정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그린벨트' 측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장(가운데). /이선화 기자 |
이들은 90분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광역·기초의원 출마 예정자로서 청년 정치의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현 민주당 상황에 대해 가감없는 진단을 내렸다. 이들의 정치 입문 햇수는 적게는 4년 차부터 많게는 12년, 입당은 3~7년 차다. 출마하려고 할 때마다 "다음에 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는 이들은 "청년에게도 다음은 없다"며 지금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린벨트 초창기 멤버인 봉한나(경기도 부천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그린벨트의 출범 배경과 역할, 향후 목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봉 예비후보는 "그린벨트는 민주당에 숨을 불어넣는 마지막 보루이자, 당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시작점인 모임"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신인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도록 기존의 공천방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투표 방식 개선, 지역 당원에게 충분한 후보자 정보제공 등,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공천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실패 원인인 '내로남불'적 행태에 대해 낡은 세계관으로 규정하고, 앞으로의 정치는 거대악과의 전쟁이 아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정치, 일하는 정치로 시민의 삶에 효능감을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선 이후에도 당내 정치문화 개선, 신인 정치인 육성 과정 요구 등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대담 전문.
권아름 예비후보는 정치 입문 4년 차다. 육아와 정치를 병행하면서 기성 정치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윤호 기자 |
-자기소개와 정치 입문 계기를 말해달라.
권아름(이하 '아름'): 원주에서 5살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36세 권아름이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다. 대학 졸업 즈음 일을 하려고 서울로 갔다가 13년 후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으러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냥 서울에서 낳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많이 얘기했지만, 고향에서 낳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이들 돌이 되기 전인 2019년부터이고 청년, 보육, 여성 활동 위주로 많이 했다.
김본비(이하 '본비'): 평택시 바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본비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혼자 10보 앞서지 말고 이웃 10명과 함께 한 번만 앞서라 그럼 성공한 인생이다"라고 가르치셔서 그걸 어떻게 실천하고 살아갈까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근본적인 제도들을 개선해 나가고 법이나 조례 제정을 통해 많은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가장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지금은 지역구에서 대학생위원장, 도당에서 대학생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년 문제, 특히 아무래도 20대 여성이다 보니 구조적 성차별이나 여성 운동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황준환(이하 '준환'): 대전 구도심 구축 아파트에서 비정규직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장애 청년 황준환이다. 마을 언론사 활동으로 일상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특히 청소년으로서 학교 석면 문제 같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면서 점차 우리 삶에서, 특히 지방에서 정치가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 길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총선 후보자와 함께 대담 토론회를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이제 대전시 내 지방의회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대전광역시 중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유호준(이하 '호준'): 이번에 남양주시 제5선거구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의 없는 야간자율학습에 반대하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광화문 농성에도 참여했고, 학교에서는 총여학생회 정책국장을 하면서 구조적 성차별,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내가 평생 이걸 할 만한 그릇이 될까'하고 물어봤을 때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역의 소소한 일들을 찾아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그때부터 장애인 문제 관련 장애인 화장실 정상화 등 여러 일들을 했다. 마을에 저상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많은 분들은 '다음 기회에'라고 말했는데,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유호준 예비후보는 드물게 광역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청년에게도 다음은 없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여러 정당 중 더불어민주당을 택한 이유는?
아름: 제 경우는 식구들이 장애가 있다. 복지적인 차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했을 때 그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함께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어머니가 중증 장애인이라 산정특례 대상자다. 그래서 아직도 살아계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 (특례 대상자가 아니었다면) 치료를 못 받거나 포기했을 수 있다. 의료 민영화처럼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수적인 정책과 제 방향성은 너무 달라서 민주당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정치도 서민이 혜택볼 수 있는, 같이 살 수 있는 정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다.
본비: 민주당이 물론 항상 약자만을 위한 정당, 가장 아픈 사람을 위한 정당이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대신 가장 많은 이들을 가장 폭넓게 대변해 줄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많은 이웃과 연대하기 위해 민주당을 선택하게 됐다. 또 민주당은 유신 체제 당시 민주사회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정당이고, 그 당시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와 민생이었기에 시대정신을 관통한 정당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시대정신을 관통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준환: 어디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든 평등을 보장받아야 정의로운 국가, 정의로운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그 길에 가장 앞장선 정당이라고 생각했기에 택했다. 또 지역에서 마을 공동체 경영 활동을 하고 조례 제정 운동을 하면서 소외받았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고자 현실적인 방법을 제공했던 게 민주당이라고 생각했다.
-정치 입문 후 기성 정치의 벽에 막혔던 경험이 있다면?
아름: 아무래도 현역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그분(기성 정치인)들이 하신 일들과 네트워크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가 아닐까. 육아에 돈이 많이 드는데 출마 결심 이후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쓰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출마하고 나서 사무실을 구하기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기성 정치인분들은)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걸 볼 때, 그 몇 배의 시간을 쓰면서 노력했던 과정이 떠올라 벽이 높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짜여진 기득권 틀이라는 게 존재하더라. 이걸 깨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상처 되고 힘든 부분이 있다.
황준환 예비후보는 같은 조직이라는 점 때문에 쓴소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기성 정치의 벽을 느꼈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준환: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청년 조례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지역 청년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데 그 과정에서 '왜 내부 총질하느냐' 하는 핀잔을 들었다. 당에서도 같은 당 지자체장이다보니 이걸 해결하자는 의지를 많이 보이지 않더라. 같은 조직 안에 있더라도 문제점을 파악했을 때 그것에 대해 시정하려는 노력보다 감추기에 급급하다면 정치는 변할 수 없다. 그게 제가 느꼈던 기성 정치의 벽이 아닌가 생각한다.
본비: 소소한 벽들이 많았지만 근본적인 벽이 있다. 현 민주당 공천 제도나 경선 제도를 보면 기성세대 정치인을 평가하는 데 기준이 맞춰져 있다. 연륜이나 행정력, 조직력, 당에 대한 충성도 같은 것들이다.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사회생활 기간이 떨어지므로 당 활동기간, 조직력 등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는 미래 발전 가능성, 그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 역량, 창의성 이런 것들로 평가받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당에서는 가점을 적용해주지만 마라톤 선수와 멀리뛰기 선수를 경쟁시켜놓고 마라톤 선수 기준에서 평가하며 멀리뛰기 선수에게 가점을 주는 것 과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 생각한다.
호준: 4년 전에 지금 현역 지역 정치인분의 선거 사무장을 했었다. 이번에 '제가 출마하겠다'고 많은 분들께 의견을 드렸더니 '그분이 계속 나오는데 그래도 나갈 거냐', '같이 활동했던 분들인데 네가 나가는 게 도의겠나', '(그분이) 8년 하지 더하겠어? 다음에 해라'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논리가 뭐랄까, 조금 서글펐던 것 같다. 4년 뒤에도, 8년 뒤에도 저와 같이 활동했던 분들은 여전히 저보다 나이가 많을 거다. 언제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과연 우리의 시대는 언제 올까 싶다. 그래서 "저한테도 2022년은 이번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린다.
또 힘들었던 건 후원회장님을 모시려고 지역 선배들에게 전화를 돌리면 눈치 보면서 (거절하신다)...여러 이유를 대지만 부담스러운 거다. 그런 일들을 겪을 때 벽이구나 생각한다. 저를 도왔다가 제가 떨어지면 그분과 사이가 틀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 그게 좀 많이 서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공동 후원회장님은 많지만 막상 지역에는 한 분도 안 계신다. 또 같은 학교 선배가 계시면 '선배님이 계신데 어떻게 네가'(라는 말을 듣는다). 학연이 오히려 좋은 게 아니다(웃음).
아름: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내가 저 리그를 깰 수 있을까', '저들보다 뭘 돋보이게 해야 한다'라는 부담감, 막연한 두려움도 굉장히 있다.
호준: (아름님이) 이 중에선 제일 연장자여도 지역에 가면 막내인 거다(웃음).
준환: 말씀에 공감도 하지만 그래도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역 청년위원장께 '제가 나가는 게 같이 활동하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겠나'라고 여쭤보니 오히려 저를 혼내시더라. '경쟁해야지, 계속 미루다 40대, 50대 되어서야 나갈 거냐. 당원으로서 경쟁하는 게 그분들에게 어떻게 누를 끼치는 거냐. 오히려 민주당을 위해서 네가 역량이 있다면 나가는 게 맞다'라고 하셨다.
김본비 예비후보는 현행 공천 제도는 기성 정치인 기준으로 짜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
-정치 입문했을 때보다 지금은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고 느끼나.
호준: 저는 정말 많이 느낀다. 특히 조직되지 않은 당원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분들이 '그래도 한 명은 나와줘서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역구인 남양주에 저 다음으로 젊은 민주당 후보가 만으로 38세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의힘 기초의원으로 등록한 분은 02년생이더라. 지금 제가 여기서 떨어져 나가버리면 민주당이 제일 나이 많은 정당이 된다. 그래서 출마를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더라. '네가 나가서 구색은 맞춰졌다. 너마저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하고(웃음). 기억하기로는 4년 전에 제 지역구에 37세인 분이 출마했었는데 그분에게 '벌써부터 어린 나이에' 이런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에 비하면) 진짜 많이 바뀌었다. 저는 이제 28살인데.
아름: 2019년 원주시에 청년정책위원회가 없을 때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들어주셨던 청년위원회 활동부터 시작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청년 활동도 많아졌고, 지역에 민주당 청년위원회도 많이 변화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의원 '청년 공천 30%'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 당원들은 짜맞추기식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 /남윤호 기자 |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의원 '청년 공천 30%'를 약속했다. 이번에는 실현될 거라고 보나. 또 일각에선 청년들만 '특혜 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준환: 중앙에서 의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에서는 어느 때나 계속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믿는다. 다만 정치적으로 잘 설계돼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천 룰을 세밀하게 설계해서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조정하는 게 지금 지방선거 기획단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게 '특혜'라는 의견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할당제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능력을 갖춰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니까 배제하고, 정치적 대의자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의회가 왜 존재하겠나. 다양한 시민의 정치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만약 30% 청년 공천으로 (부적절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1차적으로 당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고, 2차적으로 유권자가 당선을 제지하면 된다. 청년 공천(에 대한 우려)은 그렇게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청년 공천 의무 비율이 너무 높아서 다른 계층의 정치적인 대표권을 침해하지만 않으면 된다. 인구비에 맞는 일정 수준까지는 정당이 그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호준: 저는 '30%'라는 것을 설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그 수혜를 제가 입게 되겠지만(웃음). 제가 당에서 6년을 활동했는데 '그동안 당이 청년 정치인을 키울 생각을 했나'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많은 청년들이 국회의원 의원실에도 들어가고 지역 대학생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청년 정치인이 무엇을 하고 싶을까'라고 고민할 시간을 과연 당에서 해줬나, 우리에게 교육해줬나 하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당의 많은 청년 정치인들은 국회나 중앙당, 지역당에서 맡고 있는 의제를 그냥 따라가는 청년 이미지로만 소비되지 않았나 반성한다. 이번 지방선거도 단순하게 일회성인 '정치학교'를 만들기보다는 교육 시스템을 더 확실히 마련하고, 청년들이 자기가 내는 고민들을 의정에 반영해 바꿔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들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동안 '청년 정치'가 중요하다는 의견은 많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내 수평적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윤호 기자 |
-그런 지적은 그동안 계속 있었는데 개선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준환: 제가 봤을 땐 정당 내부의 정치적인 시스템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시스템 자체가 당내 수평적 민주주의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사실 청년뿐만이 아니고 청년, 노인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제 의견을 낼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최근에 민주당 안에서 대의원 추첨제를 도입하자고 의사를 개진하고 있는데 정당에서 의사결정의 다원성을 보장하는 방법들이 도모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다.
호준: 제가 입당했을 땐 지역위원장이 최민희 전 의원이었다. 현재는 김용민 의원이 위원장. 제가 있는 지역구는 지역위원장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게 허용된다. 그런데 다른 당 지역위원회 분들은 '그렇게 해도 괜찮대?'라고 걱정하더라. 다른 게 당연한 거다. 어떻게 다 똑같겠나.
-지역위원장 눈치를 보는 이유는 아무래도 공천권 때문일까.
호준: 그런 것도 있지만 뭐랄까. 제가 하는 말을 사람들은 지역위원장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에는 그런 이해관계가 충분히 있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 정당은 민주 없는 민주당이지 않을까.
아름: '기성 정치의 벽'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우선 제가 청년위원회에 들어가서 청년위원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애들도 있는데 여성위원회로 가는 게 좋지 않냐', '청년위원회보다는 여성위원회가 잘 어울린다'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싫었다. 아이를 낳고 청년에 대한 소속감을 아예 잃은 상태, 박탈감을 느낀 상태에서 청년 활동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한계에 부딪혔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정치를 어디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역위에서 다양한 교육의 장이 있으면 참여하고 싶었는데 (기존 분들이)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스스로 커야 한다'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다. 그래서 제가 만약 정치인이 된다면 내 뒤를 따라오는 여성 정치인, 청년들에게 꼭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청년들이 정치를 못하고 떨어져 나가는 가장 큰 이유 같다. 아무도 자기를 키워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 자기들의 영역에 누군가 새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들이 깨져야지만 저 같은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을 거 같다.
또 제가 아이 키우면서 출마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돈은 많이 모아놓으셨어요? 남편은 괜찮나요? 애들은 어떻게 돌보나요?"라고 많이 물어 보셨다. 가정을 포기하고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개선돼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호준: 돈 문제가 크다. 제가 선거 나온다고 했을 때 같이 경쟁하는 분이 "경선 비용은 있니?"하고 오히려 걱정해주시더라. 사무실을 임대했는데 같은 건물에 시장 후보님도 있다. 그분 현수막 크기가 제 것보다 6배 정도 크다. 사람들이 '현수막을 왜 작게 달았니?'라고 하시면 이렇게 말씀드린다. "1년 직장 다니면서 번 게 3800만 원인데, 3500만 원 쓸 생각으로 선거 준비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크기"라고. 그럴 때마다 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현수막 볼 때마다 '저건 얼마 짜리일까' 생각한다(웃음). 단가 같은 게 머릿속에 다 계산된다. 현재 일주일 동안 선거 자금으로 103만 원 정도 지출했는데 그중에 70만 원은 사무실 임대료다. 집기 렌탈은 하나도 안 했고, 다 온라인에서 무료나눔을 받았다. 그래서 제 사무실에는 의자가 다 짝짝이다(웃음).
아름: 얼마 전 '자기가 초선 때 8000만 원 정도 썼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제가 아이 둘을 키우면서 8000만 원을 어떻게 쓰겠나.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겠다고 말하니 그분은 '그럼 유권자들은 선거가 장난이냐고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저는 장난하고 있지 않다. 누가 인생을 걸고 장난하겠나. 그 말이 되게 상처가 되더라.
본비: 당에서 청년 30% 공천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는데 우선 강제 조항이 아닌 권고 조항이라 실질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그 허들을 넘겨 당선까지 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헌·당규에는 '20세에서 만 45세까지'가 청년이다. 그러니까 선거일 기준 2022년 6월 1일 기준으로 생일이 6월 1일 이후 인 47세까지가 청년인 거다. 사회적 통념에서 살짝 벗어나는 '청년들'에게도 공천을 주고 '우리는 30% 채웠다'라고 당이 말하면 여론이 공감할까.
아름: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40대도 없다. 인근인 강릉, 삼척, 태백, 정선 이런 곳은 거의 없다고 하더라.
호준: 큰아버지가 홍천군 새마을지도자협회를 하시는데, 출마한다고 전화드리니 "거기서 고생하지 말고 우리 동네로 와라. 무조건 공천 나온다"고 하시더라. 청년위원장이 이미 청년이 아니라고.
청년 당원들은 당에서 다양한 교육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청년 30% 공천'이 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을 것 같나?
본비: 현재 소급 적용이 되면 (만 45세까지) 다 청년 가점을 받고 출마할 텐데 과연 만 18세와 만 45세가 경쟁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오히려 2030 청년들에게 공천 주겠다고 했지만, 나이 어린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 이게 과연 공정한 경쟁일까.
호준: 당 입장도 공감하는 게, 사람들이 '국민의힘 후보 이길 수 있겠어?'하고 물어보신다.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청년들이 '1-가' 번호를 받길 원하고 그게 아니면 어려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당이 과연 '1-가'가 아닌 지역구 후보자들에게 어떤 조움을 줄 것인지를 경선 전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겼을 때 '가산점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제가 온전히 받아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다.
준환: 사실 당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당을 믿고 지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결정적으로는 본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당 결정이 실효성이 있도록 지지하고 당위성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청년들이 해야 한다.
호준: 결국 '30% 공천'을 할 수는 있겠지만 30% 맞추기에 급급해서 하는 것보단 그렇게 하지는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지방선거를 이기는 공천이 돼야 한다.
-공천 할당 약속 이전에 청년들의 능력치를 키워준다거나 하는 게 먼저였다고 보나.
호준: 새누리당에서 청년 후보 낸다고 부산 사상에서 손수조 후보를 내보냈던 게 기억난다. 지금 민주당 상황이 30% 채우려면 어차피 안 될 것 같은 곳, 당선이 어려운 동네에 다 몰아서 공천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꼼수들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 30%하겠다고 '1-다'를 다 줄 수도 있다.
-'가번'은 후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호준: 당선 가능성이 가는 무조건 되고, 나는 수도권 기준으로 반반, 다는 2% 정도? 현역 국회의원이 나오지 않는 한 쉽지 않다.
-투표 용지 순서 때문인가?
아름: 거의 그렇다. 시민분들이 찍을 때도 (이름이) 맨 위에 있으면 뭔가 이 사람이 더 조건이 좋고, 준비된 사람 같은 생각이 있다.
호준: 궁극적으로는 '30% 채우려고 우리 쪽팔리게 그렇게까진 하지 말자'라는 게 제 생각이다. 어떤 당원분들은 '붙어 봐라. 가산점도 있는데'라는 말하기도 한다.
아름: 가산점도 받은 득표수에서 가산하는 거다. 시의원의 경우 400명을 두 후보가 300표, 100표 씩 가져간다면 (가산점 합해서 청년 후보는) 130밖에 안 된다.
호준: 또 문제가 (경선 여론조사) 전화받는 권리당원이 얼마 안 된다. (정보를 읽고) 투표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냥 전화로 후보 약력만 불러준다. 이렇게 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 문자로 했을 때 경선 비용도 훨씬 적게 들 거다. (경선 방식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당이 좀 없어 보인다.
아름: 이번에 저희 지역 강원도당 청년위원장도 직접 이야기했다. 경선 비용 많이 든다고. ARS 비용은 보전도 안 된다. 경선도 전화로 약력만 불러주니까 한계가 있다. 온라인으로 투표하도록 해서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경선 비용도 줄이고 선택의 폭을 넓히면 좋겠다. 그런 식의 변화가 계속 일어나야 한다. 이런 변화를 청년들이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
호준: 저도 지역위원장님이 '경선에서 지역위에 기대하는 게 뭐가 있나'라고 물어보길래 "모든 후보에 대한 정보 공개를 미리 해주시라. 이게 아니면 경선이 공정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근데 그게 (비용 문제도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