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경제'...구태의연하다는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정치권 안팎으로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더팩트ㅣ통의동=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내정했다. 전문가들은 '통합'과 '경제'라는 윤 당선인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반면 협소한 틀에서 구태의연한 후보자를 뽑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 30분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 회견장에 한 후보자와 함께 입장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에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며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부 차관, 국무총리를 지내셨고 이후에는 주미대사와 무역협회장을 역임하시며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대내외 엄중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 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며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며 국정 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일 잘하는 정부로 민생과 외교 안보를 빈틈없이 챙기겠다"며 "한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 받은 한 후보자는 정통 관료로서 관록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 내정자로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대내외적으로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에 국무총리 지명이라는 아주 큰 짐을 지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큰 책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한 후보자는 "대내외적으로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에 국무총리 지명이라는 아주 큰 짐을 지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큰 책임을 느낀다"며 "코로나 시대는 중소영세 상인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 등 우리 민생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중장기적 운영을 위해 꼭 해야 하는 네 가지가 있다"며 △국익 외교와 국방 자강력 △재정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높은 국가 등을 언급했다. 한 후보자는 "저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윤 당선인과 행정부, 입법부, 국민들과 협조해 가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를 향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으로 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느 한 진영에 편항된 인물이 아니다. 정통 관료로서 생활한 사람"이라며 "국민 통합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보수, 진보 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박 평론가는 "윤 당선인은 경제에 약점을 갖고 있는 만큼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를 전공한 총리가 필요했다"며 "윤 당선인에 비해 한 후보자가 이야기하는 경제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이후 1970년 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통 관료의 길을 걸었다.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며 마이크를 넘기는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
박 평론가는 "한 후보자는 경륜과 경험, 관록이 있는 인물로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 안정감을 채워줄 것"이라며 "한 후보자 총리 내정은 최고의 카드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조건은 인사청문회 통과"라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은 국민통합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통합정부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윤 후보자가 한 후보자 내정을) 이에 걸맞는 컨셉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자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윤 당선인이) 경제 능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마지막 총리를 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과의 이런저런 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복합적이다"라며 "협치의 의지가 보여 안도감이 있지만 너무 인물이 없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 당선인은) 독한 사람을 뽑지 않고 중도적인 인물(을 내정했다)"라며 "(한 후보가) 노무현 정부 때도 일을 맡았고 다른 (보수) 정부에서도 일을 한 것도 있으니 (윤 당선인이) 거기에 신경을 많이 쓴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그런 이유로 인물을 너무 협소한 틀에서 뽑지 않았는가 싶다"며 "경제가 좋지 않아 (한 후보자를 내정)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지만 올드하고 구태의연하다는 생각과 인물이 좀 적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