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면직예고제' 시행…'파리 목숨'은 이제 그만?
입력: 2022.04.03 00:01 / 수정: 2022.04.03 00:01

"보호 장치 생겨 환영…불안정성은 여전"

오는 5일부터 국회의원 보좌직원 면직예고제가 시행된다. 국회의사당 전경. /임세준 기자
오는 5일부터 국회의원 보좌직원 '면직예고제'가 시행된다. 국회의사당 전경. /임세준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앞으로 국회의원 보좌진이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은 없어질 전망이다.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가 본격 시행되면서다. 당사자들은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고용 불안전성'이 여전하기에 기대는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5일부터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가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여야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보좌진 의사에 반해 면직을 요청할 경우 '직권면직요청서'를 면직일 30일 전까지 국회사무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면직 보좌관에게 30일분의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제도를 적용한 것이다.

국회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다만 행정부 소속 별정직 공무원들은 면직할 경우 면직심사위원회를 거쳐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는 데 반해, 국회 별정직 공무원은 관련 규정이 전무했다.

이에 따라 보좌진 임면권을 가진 국회의원으로부터 당일 또는 문자 해고 통보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예고 없이 면직되더라도 일정 기간 수당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처럼 고용 안정성이 취약해 '보좌진은 파리 목숨'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왔다.

보좌진들은 제도적으로 보호장치가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고용 불안정성은 여전해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9년 11월 15일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당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보좌진들은 제도적으로 보호장치가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고용 불안정성은 여전해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9년 11월 15일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당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면직예고제를 두고 국회 보좌진들은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마련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고용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소속 한 보좌진은 "사실 제 주변은 관행적으로 한 달 전에는 협의해서 면직을 해왔던 터라 엄청 달라졌다거나 변화가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그래도 관행이 아닌, 제도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긴 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진은 "하나의 제어 장치가 생겼다는 점에서 반가운 느낌"이라고 했다. 다만 "사실 기대는 크게 안 한다. 어쨌든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니"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보좌진은 "면직예고제가 시행되니 이직하거나 할 때 준비할 시간은 있을 것 같다"면서도 "딱히 달라지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도 취지대로 '이직 준비할 시간을 가져라'라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다. 하지만 국회라는 곳이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게 있어서 예를 들어 사기업이나 다른 의원실로 갈 경우 평판 조회를 하게 되는데 면직예고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약간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좌직원 처우 개선 문제를 넘어 입법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국회사무처에서 고용해 의원들에게 배정해주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좋겠다. 국회의원은 계속 바뀌지만, 국회가 해야 할 입법 서비스 자체는 지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의 사적 지시나 갑질도 사라지지 않을까. 지금은 어쨌든 밥줄이 걸려 있으니 대놓고 말은 못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좌진의 직책 명칭도 달라진다. 4급 보좌관은 그대로 두고 5급 비서관은 '선임비서관', 6~9급 비서는 '비서관'으로 바뀐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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