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선 패배 책임 '자숙' 대신 '서울시장 출마'로 돌파?
입력: 2022.04.02 00:01 / 수정: 2022.04.02 00:01

"서울주민 됐다"며 출마의사…전문가 "인물난에 '사즉생' 택한 것"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오른쪽)가 1일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며 사실상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다음 주 중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송 전 대표. /송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오른쪽)가 1일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며 사실상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다음 주 중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송 전 대표. /송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대선 패배의 책임은 '출마(서울시장)'일까, '자숙(선출직 포기)'일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며 사실상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다음 주 중으로 직접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는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반기를 드는 의원들도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인지도가 중요한 '격전지' 서울에 출마해 대선 패배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송 전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서울시민이 됐다'며 자신의 주소지를 인천에서 서울로 옮겼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지자체장 피선거권을 얻으려면 선거일 60일 전까지 주소지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선이 다가왔고 자신을 향한 출마 요청을 많이 받고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당의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걸림돌을 없애면서도, 최종 결정은 자신이 아닌 '당과 당원'에 맡긴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템플스테이 칩거'를 이어가다 지난달 30일 '조계사 회동'으로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이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 '절반의 출마 선언'은 당내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서울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상임고문보다 31만766표 앞선 곳이다. 또 현 정부에 대해 화난 부동산 민심이 거센 지역이기도 하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설은 그의 주변 당원·의원들을 중심으로 불꽃이 번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현재까지 이른 것이다. /남윤호 기자
서울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상임고문보다 31만766표 앞선 곳이다. 또 현 정부에 대해 '화난 부동산 민심'이 거센 지역이기도 하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설'은 그의 주변 당원·의원들을 중심으로 불꽃이 번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현재까지 이른 것이다. /남윤호 기자

서울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상임고문보다 31만766표 앞선 곳이다. 또 현 정부에 대해 화난 '부동산 민심'이 거센 지역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험지'로 분류돼 정치 신인들이 출마를 꺼리기도 하고,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거물급'이 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물난'으로 눈을 돌리다 보니, 송 전 대표를 포함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거물급의 이름이 거론됐다.

송 전 대표 '차출설'은 그의 주변 당원·의원들을 중심으로 불꽃이 번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현재까지 이르렀다. 이 고문도 힘을 실었다. 송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템플스테이를 하던 당시 이 고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남국 의원이 절을 찾아 송 전 대표에게 출마를 권했다. 일각에서는 '이 고문의 의지가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가는 것이다'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출마가 당내 주류 의견이라고 단순 등치할 수는 없다. 내부에선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가 '차출'이 아닌 '자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실재하지도 않는 차출론을 만들어내는 행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주변 의원들(전용기·이수진·이용빈·윤호중·김남국·정성호 등)이 송 대표에게 나와달라고 부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송 전 대표가 그 모양새를 설계했다는 주장이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찬성론, 그리고 반대를 표하는 의원들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남윤호 기자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찬성론, 그리고 반대를 표하는 의원들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남윤호 기자

박용진 의원은 "차출 방식으로 다시 복귀하는 건 책임 있는 모습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송 전 대표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는가 하면, 송 전 대표의 오랜 지기인 우상호 의원도 "'책임을 진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냐는 반론을 하게 될 경우 당 선거 전체에 영향을 준다"며 우려를 표했다.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권유하는 주변인들을 두고 우 의원은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물론, 서울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20여 명도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가 '선출직 불출마' 약속을 깨는 부담을 안고 출마 결심을 굳힐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1월 대선 과정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024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이 민주당에 요구하는 자기혁신과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자신부터 '광야'로 나서겠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그는 "선배 된 우리가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차갑게 보는 시선과 현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을 대적할 말은 송 전 대표뿐이라는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성파 종정 예하의 취임 법회에 참석한 송 전 대표. /송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성파 종정 예하의 취임 법회에 참석한 송 전 대표. /송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가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내 막강한 후보가 없을 경우 지방선거 전체를 망칠 수 있다"며 "지지자들은 송 전 대표가 당을 위해 '사즉생(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의 마음으로 한 번 더 헌신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 송 전 대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서울시장 같은 큰 선거에서는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지방선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을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기초단체 의원의 경우에도 국민들이 '줄투표'를 한다"며 "지방선거에서 밀리면 그 여파가 2024년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을 잃게 됐을 경우, 그거야말로 (송 전 대표가) 무책임한 자세가 된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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