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이전 지도부보다 다채로워...부족한 부분 노력"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1988년으로 청년 주거권 향상을 꾀하는 비영리 단체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 출신이다.그는 현 비대위 체제를 "다채롭다"고 자평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집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활동가로 살다가 직접 바꿔보겠다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권지웅(34)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거대책위원장 겸 캠프 대변인으로 일했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구성 절반이 '2030세대 청년'으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전면에서 '민주당 쇄신'을 외치고 있다.
'평등법 제정'부터 '부동산 실책' 쓴소리까지, 그는 당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비대위에 대해 "다채롭다"고 자평했다.
'반성'과 '쇄신'을 외치는 청년 목소리에 당내에서 불편한 반응은 없을까. 권 위원은 "목소리 내는 것 자체에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하냐' '싸가지 없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 뿐 아니라) 중진 의원들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며 "민주당이 변화할 동력을 될 수 있게 분명히 자기 입장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비영리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주거불평등완화를 위해 힘써온 권 위원은 정치권에 입문 후 관련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 못해 아쉽다고 고백했다.
그는 생후 50여 일 된 아들을 슬하에 두고 있다. 권 위원은 '자녀가 어른이 됐을 때 어떤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정규직 직장을 갖지 않았다고, 집을 소유하지 않았다고 '2등 시민'이 된 것 같아 주눅들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 위원과의 일문일답.
권 비대위원은 2020년 총선 출마 당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라는 마음으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사진은 지난 28일 비대위에서 모두발언을 진행 중인 권 위원. / 이선화 기자 |
-정치 입문 전 청년주거문제 활동가(민달팽이유니온)이자 전문가였다. 정치권에 뛰어든 계기는.
2020년 총선에 출마할 때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44% 정도가 세입자다. 세입자의 주거와 삶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잘 안 다뤄지더라.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300명 중의 한 명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입문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세입자와 관련한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바뀌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0.73%p차로 석패했다. 당내에서 패배 분석과 쇄신보다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더 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본인이 느끼는 당내 분위기는.
물론 '아깝게 졌다'는 이야기도 한다. 다만 그것은 대선 때 워낙 고생을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위로다. 대놓고 '사실은 진 게 아니다'라거나 '아주 아깝게 졌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실제로는 '우리 이대로 하면 제대로 반성하는 게 아니다'라며 절치부심하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비대위 체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일단 비대위 자체가 비상 상황에 꾸린 지도부이다보니 '정당성' 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부족함이 있다. '비대위'라는 조직 자체가 그렇다. 대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비대위 구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 문제제기가 있는 것은 저도 안다. 타당한 문제 제기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짧으면 6월까지 길면 8월까지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장악력이 있는 사람이 비대위 구성원 중에 필요하다. 그래서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그리고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공동으로 세운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부분은 부족한 점도 있고, 보완해 가려고 하는 노력도 함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비대위 체제는 어떤가. 자평해 본다면.
지금 비대위가 종전의 최고위나 비대위에 비해서 좀 다채롭다고 느낀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저와 김태진 위원이 함께 들어왔고, 채이배·조응천·이소영·배재정 위원 등도 당내 '주류 질서'에 있지 않았던 분들이다. 저는 당내 사람이긴 하지만 원내 질서에 익숙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원내 시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비대위의 메시지로 내기도 한다. 최근 부동산 관련해서도 조응천 의원과 공개적으로 충돌했지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 큰 논쟁이 있었던 건 아니다.
권지웅 비대위원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조응천 의원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동결 의견을 냈는데, 이에 대해 본인은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세금을 깎아주지 않아서 대선에서 졌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저와의 내용적 이견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시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이건 제 생각이지만...(웃음) 그 이후에도 어떻게 생각하냐고 더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다. 저도 세금을 깎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게 아니라, 우리가 부동산 실패에 대한 반성을 '세금을 안 깎아줘서'라고만 좁혀서 (패배 분석을 하면) 안 된다는 게 제 말의 핵심이다.
부동산 세금에 부담 느끼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완벽히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있다. 특히 '종부세'가 그렇다. 공시지가 11억 원이 넘으려면 15~16억 원이 넘는 집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 의원과 제가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이 다른 건 맞다. 저는 세입자를 대변하는 측에서, 조 의원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되려 이렇게 얘기하는 게 민주당의 지지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다고도 생각한다.
-본인은 비대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
비대위 첫 발언으로 '평등법' 제정을 말씀드렸다. 평등법을 처음 논의된지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그대로 둔 동안 여러 가지 차별로 인해 어려움 겪은 시민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제 또래들 혹은 저보다 젊은 시민들을 만나면 '그거 아직 안됐냐' '안 될 이유가 도대체 뭐야'라고 되물음 받는다. (그들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느껴지는 거다. 평등법이 통과되면 꽤 많은 젊은 시민들에게는 '대한민국이 좀 변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줄 거다.
주거 활동하면서 알았던 것이 '분양 주택'은 구청에서 허가가 잘 되는데 '임대 주택'은 허가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숙사 같은 경우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도시 계획 권한을 가진 관청이 허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별 정체성도 그렇지만, '세입자'인 사람들도 만약에 그런 차별이 없었다라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존엄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순간의 차별'이 아니라 '불평등'으로 다시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더불어 청년 위원으로서 계속 당내에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당내 반응은 없는지.
어떤 요청(평등법 제정, 청년˙여성 공천 등)을 하는 것을 두고 불편해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려하는) 꽤나 합당한 근거도 당연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떤 비판적인 목소리 자체가 잘못됐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은 없다. 되려 '우리가 옛날에 왜 그랬냐면~' 이렇게 항변하시는 분은 있다(웃음). 목소리 내는 것 자체에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하냐' '너 되게 싸가지 없다' 이런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바 없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당 내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
-오히려 당 내 중진들이 내부 비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저희들 뿐 아니라 중진 의원들도 이야기를 시작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떠맡기고 있다' 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다만 그들도 좀 힘을 실어야 될 때는 민주당이 변화할 동력을 될 수 있게 분명히 자기 입장을 밝혀줬으면 좋겠다 하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혹시 목소리 내 달라고 부탁해봤나.
아직 구체적으로 그러지는 않았다.
-'이대남'의 표심이 오는 6월 지선에는 민주당으로 돌아올까. 이대남 표심을 포용하려는 방안들이 당내에서 논의하고 있나.
저는 '이대남을 위한 정치가 꼭 필요한가' 혹은 반대로 '민주당이 2030대 여성의 지지를 얻은 것이 이대녀들을 위한 정치를 했기 때문이었나'를 물었을 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좋은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정치가 어떤 특정 연령과 성별에게 아주 호응이 있었던 거다. 앞으로도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여성 의무 할당, 구체적 수치로는 30%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실제 실현 가능성은.
그간 안 됐던 일을 하는 거라 당연히 쉽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현장의 목소리, 당선 가능성, 그간 헌신했던 이들의 대우 등 다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상임고문도 대선 당시 지방선거에서 '정치교체'를 약속했다. 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변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송영길·이낙연 차출설 등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혁신 방향에 맞춰 '서울시장' 같은 광역단체장 자리에 '거물급'이 아니라 여성·청년이 나오면 안 되나.
서울시도 젊은 시장 후보를 낼 수 있다면 더 지지하고 지원하고 싶다. 근데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를 고집할 수도 없다. 대선을 치르자마자 지방선거를 거치게 됐고, 오히려 젊은 후보자들이 될 사람 입장에서도 꺼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박주민 의원이나 박용진 의원 등은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다. 이런 분들이 선전하는 것도 민주당에 상당히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송영길 전 대표와 같은 거물급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정 정도 타당하다고 본다.
권 위원은 "대선 과정에서도 캠프 대변인으로서 세입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제가 일일이 피해 사례를 다 발굴하지 못해 얘기를 못 했다"며 향후 세입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기는 것을 구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
-민주당에 입당 후 청년 주거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 활동을 하며 스스로 아쉬움은 없나.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캠프 대변인으로서 세입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제가 일일이 피해 사례를 다 발굴하지 못해 얘기를 못 했다. 하고싶어도 활동가 시절처럼 동일하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이대로 가다가 제가 세입자나 (입당 당시) 대변하려고 했던 시민 집단을 대변하지 못한 채로 정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쉬움을 해소하려면 당 내에 '세입자 위원회'처럼 거주자들이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진다든지, 집 없는 이들의 고충이 드러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등의 구상은 해 봤다. 지금은 비대위원이라 이런 의견을 내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권지웅 비대위원은 누구? 1988년생으로 만 34세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재학 당시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다. 이후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민달팽이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맡으며 청년주거권·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활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