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尹에게 "용산 이전 예산" 협조…'인사권·MB 사면' 불씨
입력: 2022.03.29 00:00 / 수정: 2022.03.29 06:31

文·尹, 가장 뒤늦게 만나 가장 오래 대화…갈등 해소 국면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선 이후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들어가는 예산 집행에 대해 협조 의사를 밝혔다. 시기나 예비비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지만 '제동' 분위기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대선 이후 19일 만에 만났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가운데 가장 늦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만남이 늦었던만큼 171분이라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이 늦어지는 계기가 됐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윤 당선인과 만찬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열어 전했다.

장 비서실장은 예비비 논의 여부에 대해선 "절차적인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며 "제가 느끼기에는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 등을 서로 공유해서 문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식 전 집무실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그 문제는 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안 하다 말씀은 없었다"며 "문 대통령께서 협조하고 살펴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철폐하고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취임일인 5월 10일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들어선 서울 통의동으로 출퇴근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의지는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들어가는 예산 집행에 대해 협조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들어가는 예산 집행에 대해 협조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21일 안보 공백을 우려하며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현재로선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곧바로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인수위가 현 정부에 요청한 496억 원의 예비비 편성안이 당장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으로선 문 대통령의 협조를 끌어낸 점은 큰 수확으로 볼 수 있다. 구체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예비비 편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향후 청와대 개방과 '용산 시대' 계획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껏 고조된 신·구 권력의 갈등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인사 문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등이 갈등의 불씨로 남은 상태다.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 문제는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감정싸움을 벌일 정도로 민감한 현안이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띄우고 있지만, 청와대 측에선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만찬 회동에서 두 의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비서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앞으로 문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 동안 해야 될 인사 문제에 대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 실장께서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잘 의논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고, 윤 당선인께서도 장 실장과 이 수석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헤서도 "일제 거론이 없었다"고 했다.

한편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고 헤어질 때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면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며 "도울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고, 이에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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