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영 의원 "이준석 대표님, 좋은 사람 되시라"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좋은 사람이 되시라"며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 지하철 승하차 시위 비판 발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표는 "전장연에 사과할 일 없다"고 선을 그어 전운이 감돈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장연을 향해 "조건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특정 집단의 요구사항을 100% 관철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 행태에 대해서도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평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지하철을 비롯한 교통 시설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총 25차례 벌여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 시위가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시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전장연의 요구사항은 '장애인'의 지하철 및 교통 이동권 보장이지만, 이미 서울시는 지하철 94%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마친 상태이며, 나머지 6%의 역사는 구조상 설치가 난해한 곳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볼모 잡고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넣는 방식으로 출입문이 닫히지 않게 지하철 운행을 막고 있다"며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결국 여야 의원들이 직접 나섰다.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민주당 의원과 중증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의원은 지난 25일 전장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의원은 "장애인단체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갈등은 정치권이 이용할 소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며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질, 볼모, 부조리를 운운하며 서울경찰청에까지 조치를 요구하는 모습에 새로운 (윤석열) 정권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님,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품위와 존중으로 사람을 대할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더 이상 갈등 조장을 멈추고 곧 집권여당이 될 정당 대표의 말의 무게를 깊이 상량하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도 "차기 여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자각이 있다면 지금은 교통약자를 공권력으로 진압하라는 경솔하고 위험천만한 발언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는 못할망정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라는 과잉된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차기 여당 대표의 공감 능력 '제로(0)'의 독선이 참으로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의 발언이 지탄받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의 결과치"라며 "스스로가 혐오 발언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하는지 아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사진취재단 |
SNS상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은 계속됐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발언이 지탄받는 이유는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의 결과치"라며 "스스로가 혐오 발언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하는지 아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보행장애에 속하며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나이 젊어야 뭐합니까?"라고 되물으며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니 인성교육부터 먼저 받길 강력히 권한다"고 일갈했다.
일파만파 확산하는 논란에,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이날 오전 전장연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무릎 꿇고 사과했다. 아침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각장애인이자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힘이 되고자 함께했다"며 자신의 안내견 '조이'와 참석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실 제공 |
김 의원은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아 이렇게 혐오의 눈초리와 화까지 감수하며 장애계를 대변해주시는데 감사하다"면서도 "공감하지 못해 죄송하고 적절한 단어로 소통하지 못했다. 정치권을 대신해서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계속된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인해 출퇴근길 교통체증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할머니의 임종을 맞으러 가야 한다는 시민의 울부짖음에 '버스 타세요'라고 답하는 모습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모습"이라며 "전장연은 조건 걸지 말고 시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김 의원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전장연 측에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장연에 사과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평가할 일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