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송영길' 지방선거 차출설 솔솔
박근혜 전 대통령은 2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한 지 120일 만에 퇴원했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지 약 5년 만으로 박 전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부모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소에 헌화하고 대구 사저로 이동했다. 24일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과거 참모진을 보고 웃는 모습. /이동률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대구 사저로 간 박근혜 전 대통령…"국가 발전에 힘 보태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후 대구 사저로 돌아갔지?
-맞아.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어. 건강을 많이 회복한 모습이었어.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거동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지.
-병원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던데?
-취재진과 지지자, 유튜버들로 북적였어. 경찰들도 집결해 현장을 통제했지. 인파들 사이로 "탄핵 무효",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의 고성이 이따금 들렸지만, 큰 충돌이나 소란은 없었어.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환한 표정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맨 오른쪽)도 바쁘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김정수 기자 |
-'박근혜의 사람들'도 대거 모였다고?
-박근혜 정부 당시 참모진들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지. '최순실 사태' 등으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여론의 공분을 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눈에 띄었지. 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함께했어.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뼉을 쳤지. 박 전 대통령이 떠난 뒤에는 서로 악수와 가벼운 포옹으로 안부를 물었어. 10분 정도 뒤에는 개인차량 등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갔어.
-박 전 대통령은 현충원으로 갔다며?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께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을 차분한 표정으로 참배했어. 8분가량 부모님 묘역을 찾아뵌 뒤에는 취재진 질의에 따로 답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해 대구로 출발했지. 현충원에서도 지지자들이 모였어. 지지자들은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다"며 박 전 대통령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였어. 참배 시간이 워낙 짧았던 탓에 박 전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고 울먹이는 지지자들도 있었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사저 앞에서 소감을 밝히던 중 소주병이 날아들어 행사가 일시 중단됐다. 10여 명의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박 전 대통령을 에워쌌고 경찰은 소주 병을 던진 남성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 대구 달성=이효균 기자 |
◆"엄호해!"...소주병 투척, 온몸으로 방어한 경호원 대처 화제
-대구 사저 앞 분위기는 어땠어? 온라인에서는 박 전 대통령 경호원들의 활약이 화제를 모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수천 명의 환영 인파가 모이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어.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 소리가 크게 들렸지. 박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갑자기 '소주 병'이 날아오면서 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어. 대국민 인사말을 시작한 지 1분여가 지난 시점이었어. 다행히 박 전 대통령까지 닿지는 않았어. 10여 명의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박 전 대통령을 에워쌌고, 경찰은 소주 병을 던진 40대 남성을 즉각 체포했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어.
-돌발 상황에 대처한 여성 경호원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어. 경호원들은 소주병 투척 직전부터 빠르게 움직여 박 전 대통령을 무사히 보호했는데, 한 경호원은 팔을 번쩍 들어 발 빠른 대처에 나섰지. 경호원들은 "기습이닷", "엄호해" 등을 외치며 박 전 대통령 곁으로 모였고, 한 경호원은 소주병을 온몸으로 막기 위해 끝까지 움직여 보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어. 이 경호원은 마지막까지 발로 소주병 파편이 튀는 것을 막아낸 뒤 박 전 대통령에게 달려갔고 일부는 방탄판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 장면을 영상으로 접한 누리꾼들은 "경호는 저렇게 해야 한다", "얼마나 훈련했으면 저렇게 빠르게 움직일까" 등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어땠지?
-소동이 벌어진 뒤 잠시 숨을 고른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국가 발전에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했어. 사실상 정치 선언과 다름없다고 봐. 탄핵과 파면, 구속, 실형 선고 및 장기간 수감생활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했던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지.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저 정치'를 시작으로 어떤 형태로든 박 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6·1 지방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전 대선 후보, 송영길·이낙연 전 대표 조기 등판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 전 후보가 송 전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중량감 있는 인물 필요'…다시 소환되는 거물들
-6·1 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두고 여야가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을 텐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전 대선 후보, 이낙연·송영길 전 대표 이름도 언급되고 있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에게 관련 질문을 했어. 지난 21일 김 씨는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박주민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지만, 재도전이 확실시되는 현 오세훈 서울시장 대항마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없다면서 이 전 후보와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을 제기했어. 우 의원이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면서 웃어넘겼지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라는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며 거듭 물어봤었지. 이때만 해도 낭설이겠거니 싶었는데, 실제로 당내 일각에서 차출 논의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과 가까워 '대선 후반전' 성격이 강한데 선거 승리로 패배의 굴욕을 씻고 위기의 당을 구해야 한다는 '역할론' 차원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해.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최근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선봉에서 들고 뛸 중량감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송영길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어. 서울지역 의원들이나 지자체장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대. 모 대선 캠프에 있던 관계자로부터는 이낙연 전 대표 차출론도 전해 들었어.
-다만 '낭설'을 대하는 태도에서 송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간 미묘한 차이가 보여. 이 전 대표 측은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이야. 측근에게 물어보니 이미 지선 이후 미국에 갈 준비를 마쳤다면서 차출론에 대해 펄쩍 뛰더라고. 송 전 대표 측도 부인은 하지만, 그가 최근 SNS 활동을 재개하면서 던지는 메시지들이 의미심장해. 그는 지난 15일에는 부친 산소가 있는 전남 고흥을 방문했다고 알리면서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는 법! 기어이 다시 봄을 찾도록 길을 내겠다"고 적었지. 출마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군불 때기'가 아닌가 해석되기도 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오른쪽)와 이낙연 전 대표는 조기 등판설에 미묘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
-다만 두 전임 대표 모두 20대 대선에서 선봉에 섰던 인물들이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더구나 서울과 부산 지역 민심이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지선에서 패했을 때 타격은 매우 크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송 전 대표 측근인 한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출마한다고 하면 나서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말리겠다"고 할 정도야.
-'이재명계' 박홍근 원내대표 선출로 이 전 후보의 조기 등판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어. 이 전 후보가 이번 지선에서 후보들을 측면 지원하면서 승리로 이끌 경우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려볼 수 있다는 거야. 지선에서 패하더라도 역시 '위기론'이 분출하면서 그를 소환하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만약 당대표에 도전한다면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면서 당내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있다는 거지. '총선 때 등판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물음에 한 의원은 "정치인들은 '부고' 기사 빼면 다 좋아한다. 잊히는 게 가장 무섭다. 지금 이런 열풍도 2년 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하더라고.
-차출설은 지방선거 판세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가라앉거나 분출할 것 같아. 민주당 내부에선 '서울시장을 제외하고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야.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복잡한 상황에 놓이면서 취임 전부터 부정 여론이 높기 때문이야. 여야 모두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는데, 이번에는 '역대급 선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책 중심으로 경쟁했으면 좋겠어.
◆국민의힘 '공직후보자역량강화시험'에 대한 '기대와 우려'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잇달아 열리는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지?
-맞아.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 최적의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특별한 '시험'을 본다고 해. 지난 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과정이야.
-어떤 시험이지?
-이준석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 공직후보자역량강화시험(PPAT)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어. 공천 개혁의 일종이지.
-PPAT가 도대체 뭔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1 지방선거 공천에 공직후보자역량강화시험(PPAT)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PPAT는 지방선거 비례대표 출마자를 대상으로 당 차원에서 실시하는 시험이야. 정당법, 지방자치법, 정치자금법 등을 묻는 시험으로 9등급 상대평가제로 시행하며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이상 성적을 받아야 공천 신청을 할 수 있어.
-갑자기 이 시험을 보게 된 이유는 뭐야 ?
-시험은 이 대표 주도로 신설됐어. 평소 지방선거 비례대표 출마자는 공천 과정에서 지역 당협위원장의 의중이 지나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어. 이 대표는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개혁'에 나서겠다며 시험 제도를 도입한거지.
-이 대표는 "돈 공천 고리 끊고 민주적 공천이 이뤄지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며 "PPAT의 최소 등급 기준 적용은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해 충분한 역량을 갖춘 비례대표 의원들이 공천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어.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PPAT 시험에 대해 "개혁적이고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내세운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비례대표 자격시험을 의무화하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라며 "자격시험은 상대평가"라고 설명했어.
-시험 도입에 대한 반응은 어때?
-기존의 몇몇 기초의원들의 자격 미달 모습에 대해 비판 의식을 갖고 있던 지역 내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야. 특히, 청년층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아. 사실상 지역 내 '유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천 기회가 주어졌던 기존의 지방선거가 '시험' 방식으로 확대되면서 정치경험이 부족했던 청년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리게 돼 '형평성'의 문제가 개선됐다고 바라본거지. 일각에선 공천을 받고자 국회의원에게만 충성하는 행태가 줄어들 것 같아 적극 환영한다는 의견도 있더라고.
-일반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도 각종 시험과 면접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기초의원도 마땅히 시험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취업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의원'들에게도 공정의 잣대를 재기 시작한거지(웃음). 국민의힘 의원실 소속 한 청년 보좌진은 PPAT 시험에 대해 "이제서야 공정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어. 그는 "지역구를 방문할 때마다 기초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는데, 이분들의 전문성이 거의 없는것 같았다"며 "정당과 정치, 기초적인 지식 없이 '감투'만 쓰려는 사회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고 기대했어. 또, 그동안 자질 논란을 빚었던 기초의원 행보에 환멸을 느낀 탓에 기초의원 비례대표뿐 아니라 모든 공천 과정에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다만, 시험으로만 후보들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와. 실제로 기초의원들은 구청장부터 시작해서 지역 주민 생활을 잘 알아야 하는 인물이 필요해. 그만큼 주변 공감 능력과 주민들의 삶의 궤적, 지역내 신망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또, 대부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연령대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시험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와.
-이 대표와 국민의힘 측은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을 보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시험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하지만 인터넷에 취약한 일부 고령의 후보들, 비대면 학습에 익숙지 않은 일부 인원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지.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명확한 상태에서, 당장은 PPAT 시험이 열릴 것으로 보여. 어쨌든 기초의원들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명확한 인사 검증이 부족하다는 '깜깜이' 공천이라는 오명은 벗어 던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시험으로 뽑힌 기초의원들이 기존 방식으로 뽑힌 의원들보다 더 지역 주민들의 삶과 환경을 잘 보살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이선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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