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사령탑' 박홍근…"거대 야당의 길" 난제 풀까
입력: 2022.03.25 00:00 / 수정: 2022.03.25 00:00

친문→친명 주류 세력 교체…개혁 완수·협치 등 과제 산적

친이재명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첫해 3기 원내지도부가 너무나 중요한 책무를 안고 있다. 부당한 탄압을 결단코 막아내고, 개혁과 견제는 확실히 해내야 한다고 야당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선화 기자
친이재명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첫해 3기 원내지도부가 너무나 중요한 책무를 안고 있다. 부당한 탄압을 결단코 막아내고, 개혁과 견제는 확실히 해내야 한다"고 야당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국회 다수당의 주류 세력 교체 신호탄일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거야(巨野)'가 될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 자리에 '이재명계' 박홍근(3선·서울 중랑을) 의원이 올랐다. 172석의 압도적 의석으로 여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협치로 개혁 과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시작과 함께 첫 시험대에 서게 됐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선거 1, 2차 투표와 결선까지 실시한 결과, 박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 서울시민포럼 공동대표 등 재야에 몸을 담았다가 19대 총선 때 서울 중랑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 3기 위원장 출신으로, 개혁 성향을 띄고 있다.

그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첫 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캠프에서 활동해온 '박원순계'로 꼽힌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경선 캠프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신(新)이재명계'로 자리 잡았다.

이에 박 원내대표 선출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주류' 세력이 친문(문재인)에서 친명(이재명)으로 교체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홍영표, 김태년, 윤호중 등 줄곧 친문계가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21대 총선 직후 원내대표 경선에선 '원조 이재명계' 정성호 의원이 9표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대선 과정에서 이해찬계 친문과 박원순계를 흡수하면서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대선 이후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 당원들의 유입 등 이재명계의 당내 입지가 탄탄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선출은 민주당 주류 세력 교체로 해석된다. 지난 9월 29일 개발이익 환수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상임고문과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우원식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박 원내대표 선출은 민주당 주류 세력 교체로 해석된다. 지난 9월 29일 개발이익 환수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상임고문과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우원식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취임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박 원내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당장 대선 패배로 조기 선출된 원내 지도부로서 당내 '통합과 단결'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강성 지지층이 상대 후보인 박광온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날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도 한 라디오에 나와 "지난 대선 과정서 있었던 서로에 대한 혐오를 극복하고 하나로 거듭나야 되고, 대선 패배 성찰과 반성에서 나온 과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우선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원내대표단을 최대한 통합적으로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5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윤석열 정부, 여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다. 첨예한 쟁점인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 조직 개편 문제, 윤 당선인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같은 현안은 물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국민의힘과의 대치가 불가피하다. 야당으로서 입법 과제 성과를 내기 위해선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도 꼼꼼하게 챙겨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상임위원회 재배분 과정에서 국회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여야가 바뀐 만큼 민주당이 그대로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 내부로부터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까지 검찰·언론·정치 등 각종 개혁을 완수하는 것은 물론 이 고문의 정치 명운이 걸린 대장동 특검 추진까지 굵직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언론중재법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을 담은 언론개혁, 위성정당 금지법과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골자인 정치개혁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윤석열 정부 첫해 3기 원내지도부가 너무나 중요한 책무를 안고 있다. 부당한 탄압을 결단코 막아내고, 개혁과 견제는 확실히 해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 고문의 지킴이를 자처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실정과 무능은 확실히 바로 잡겠다. 역사적 패행, 불통, 무능과 독선 부정부패 단호하게 맞서 나가야 한다"며 강한 야당을 예고했다.

대선 패배 이후 얼마 안 돼 치르는 6·1 지방선거 승리도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다. 선거에서 다시 패할 경우 충격에 빠져 당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당 내부의 강도 높은 개혁과제를 추진하면서도 중도층 표심을 겨냥해 특정 사안에 대해선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쉽지 않은 행보가 요구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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