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공방…"날치기" "볼모" "대장동 특검" 언급도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더불어민주당 안이 24일 국회 정개특위에 상정됐다. 지난 22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및 지방선거구제개편 심사소위원회 모습.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야가 6·1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더불어민주당 안을 2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했다. 절차상 문제로 공방을 벌인 끝에 상정 후 논의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이와 맞물려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지방선거 광역의원 조정과 선거구 획정 문제도 조속히 처리할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기초의원을 최소 3인 이상 뽑자는 중대선거구제를 담은 민주당 안(김영배 의원 대표발의) 상정의 절차상 문제로 여야가 의견이 갈리면서 설전을 벌였다.
여야는 지난해 정개특위를 구성할 당시 합의문을 통해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불합치 사안 △피선거권 연령 조정(만 25세 이상→만 18세 이상) △기타 공직선거 등과 관련해 여야 간사 간 합의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하며, 안건은 여야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중대선거구제 민주당 안은 여야 합의 사안이 아니기에 특위 상정 절차에 어긋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구제 문제도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불합치 사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되기에 상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를 일괄 처리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민의가 반영된 만큼 지방선거에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선거구 획정과 함께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커 숙의할 시간이 필요해 시급한 선거구 획정 문제부터 처리한 후 충분히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지방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지난해 12월 1일)을 훌쩍 넘기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실무 일정상 지난 18일까지 마무리해달라고 한 비공식 요청도 지키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오늘 특정 법안을 상정한다고 하면 국회법 82조 1항에 위반된다"며 "여야 간사 간 합의하면 국회법 규정을 우회해서 상정되는 건데 지금까지 계속 합의가 안 돼 왔다"고 했다. 이어 "당에 논의는 해봐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시급한 광역의회 정수와 선거구 획정 처리되고 그다음에 계류된 법안이 처리되면 (중대선거구제 도입 안건도) 논의는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었다.
그는 "문제가 생긴 건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안 대선 전에 이미 확정 단계에 이르러서 의결만 앞두고 있는 상황까지 갔는데 민주당에서 연계를 시켜버렸다"며 "광역의원정수와 선거구획정은 여야 국회 전체 사안이고 집권당이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 부분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거꾸로 볼모로 잡고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처리를 안 하면 (선거구 획정도) 처리 안 해주겠다고 나와 이해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정하고 나면 토의해야 하는데 어차피 양당 입장이 확인이 돼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합의를 이루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릴 텐데 그사이 지선 시간이 다 와버린다"며 민주당에 광역의회 정수와 선거구 획정 먼저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기초의원의 선거제도와 정수 지역구 획정은 전적으로 공직선거법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공직선거법 관련된 사안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중대선거구제를 약속했다며 "그런 정치적 변화의 와중에 정개특위가 후속조치를 하기 위해 지선 제도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안 상정을 끝까지 반대할 경우 이미 정개특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정의당 안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다만 그는 "일방처리는 정개특위에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법을 상정하고 진지하게 절차에 따라 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40여 분 간 절차상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인 끝에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통해 해당 법안을 상정하고 소위에 회부한 뒤 산회했다. 다만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 중대선거구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 향후 소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여야는 언성을 높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것도 날치기 처리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민주당이 아직도 다수당의 횡포를 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민주당 소속 김태년 정개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 승리 축하드린다"면서 "말씀은 조금 삼가면 좋겠다. 날치기라는 표현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야 간사가 해당 법안을 상정하기로 합의한 이후에도 전 의원은 "김영배 의원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상정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하는데 지난 9월 국민의힘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 법안을 민주당이 온몸을 다해 저항적으로 막고 있어 아직 상정이 안 되고 있다"며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합의해서 의사일정을 진행하는데 꼭 그렇게 하실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다당제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하고 2인 선거구를 만들 수 없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당론으로 채택했다. 기초의원 선거는 현재 선거구별 당선인 수를 2~4인으로 정할 수 있지만 심의 과정에서 2인 선거구로 축소되는 경우가 많아 군소정당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