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계획 무리한 면 있다"
청와대는 2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개최 후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10일부터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 새롭게 만든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청와대는 21일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진행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뜻에 공감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이 한 차례 무산된 후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언한 내용에 대해 청와대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정권 이양기 신·구 권력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날 NSC 확대관계장관회의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논의를 위해 통상적으로 참석하는 NSC 상임위원에 더해 기획재정부 장관, 합참의장도 참석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 표명이 문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 합참의장이 협의한 결과라는 뜻이다.
박 수석은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무리라고 판단한 배경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현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는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정권 이양기 신·구 권력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제공, 이선화 기자 |
또한 그는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러한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5월 9일)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며 "국방부와 합참, 관련 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소요되는 예비비 490여억 원 사용에 대한 안건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검토를 거쳐 내일(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우려를 표하면서 22일 국무회의에선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안건이 논의되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만큼 예비비 관련 내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며 "언제든지 협의가 잘 되면 임시국무회의를 바로 열어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취재진 질문에 "통상 정부 교체기에 안보가 가장 취약한 것이 역대의 대체적인 상황들이었다"라며 "4월 중에는 북한의 연례적 행사가 예정되어 있고, 그 가운데 현재 올해 들어서만 열 번째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 흐름이 지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4월 중에는 한미 간 연례적인 훈련 행사가 있는 시기인 만큼 4월은 한반도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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