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K방역·北 잇단 도발'…文정부, 임기 말 악재들
입력: 2022.03.21 05:00 / 수정: 2022.03.21 05:00

임기 내내 공들인 사안 성과 없어…정권 이양 과정서도 충돌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악재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악재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악재들이 계속 쌓이는 모양새다. 임기 중·후반 국내에서 가장 집중했던 'K방역'은 2년 이상 국민의 희생을 강조한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취임 초부터 공들였던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한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대화를 외쳤지만,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물거품이 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탄핵 바람'을 타고 집권한 민주당 정권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상황에서 정권 이양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회동은 양측이 예고한 시간 4시간 전 갑자기 취소됐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신·구 권력 간 회동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18일까지도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했다.

◆꼬이고 꼬인 임기 말

이같은 상황을 지켜 보던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윤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동을 먼저 제안한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인사권 행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 번 더 자세를 낮추고 손을 내민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의 회동이 단순히 신·구 권력이 만나 서로 덕담을 건네고, 원활한 정권 이양을 약속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다른 사안에 대한 결과물을 만드는 자리로 기대치가 달라진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안들에 대해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고, 문 대통령이 (임기가 종료되는) 5월 9일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낮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 김은혜 대변인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낮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 김은혜 대변인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국민의힘 쪽에선 "임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가 낙하산 알박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5년 내내 공정과 정의에 역주행한 정권이긴 하지만, 끝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정권의 모습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취임 초 "공공기관 인사에 낙하산·보은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낙하산 인사 근절'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부각되고 있는 점도 청와대 측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청와대 이전'을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일제 강점기 일본과 윤 당선인을 동일시하는 듯한 부적절한 비유를 하면서 조롱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직접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은 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는 했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윤 당선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상황에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끝까지 (국민의힘에 대해)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 비서관의 행태가 유감"이라며 "폐쇄적이었던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을 일본에, 국민을 왕정 시대의 신민으로 비유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고 꼬집었다.

◆자화자찬한 'K방역'의 침몰

지난 2년 3개월간 문 대통령이 집중했던 'K방역'은 임기 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8일 0시 기준 확진자는 40만7017명으로 12~18일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40만4946명이다. 평일 주 후반인 수~금(16~18일) 확진자는 각각 40만741명, 62만1328명, 40만7017명으로 일평균 47만6362명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인정했다. 위중증환자도 계속 증가해 1000명을 초과했고, 한 주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273명에 달한다.

국민들의 오랜 희생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자화자찬했던 'K방역'의 마무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국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역당국은 지난 5일 사적모임 인원 제한(6인)은 유지하면서 영업제한시간은 11시로 1시간 연장했고, 하루 6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다음 날(18일)에는 영업제한시간은 그대로 두고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8인까지 늘린다고 또다시 방역을 완화했다.

18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60대 이상 및 40대 이상 기저질환자를 제외한 확진자들은 '재택치료'라는 이름 하에 실제로는 '재택방치'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가검사키트 양성 판정을 받은 뒤 격리의 불편함, 혹은 생계 곤란 등을 이유로 7일간의 의무적인 재택방치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기피하는 '샤이 오미크론'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잦은 방역지침 변경 끝에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의 경우도 백신 접종과 관계없이 수동감시 대상으로 바뀌면서, 밀접 접촉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며칠이 지나서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선 의료체계가 한계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확진자와 자주 접촉하는 병원에선 의사와 간호사 대부분이 최근 오미크론 대확산기에 코로나에 감염돼 환자를 보기 위해 2~3일 휴식을 취한 후 방역수칙을 어기고 출근해 환자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8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예방 접종률이 상당히 높아졌고, 먹는 치료제 등 치료체계도 보강이 된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라고 하는 위험성이 좀 더 낮은 변이가 등장해 전체적으로 일상회복 쪽으로의 방향성을 잡고 방역·의료체계를 비롯한 사회적 대응체계도 함께 조정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치명률은 상당히 낮아지고 있는 중이고, 10만 명당 사망자 수 등에 있어서도 외국보다는 훨씬 원활히 안정적으로 지금 이행을 해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현장과 달리 방역 당국은 지금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NS를 통해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우선 치료할 수는 있지만 고위험군의 감염을 집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역 정책은 어디에도 없다. 유행 규모를 줄이지 않고는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을 수 없고 늘어나는 고위험군의 감염을 치료하고 싶더라도 의료체계를 넘어서는 환자가 발생하면 사망자는 급증하게 된다"라며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다 해체해 놓은 마당이니 정부는 의료체계의 여력에 한계가 왔음을 인정하고, 지금의 의료체계 붕괴 직전의 상황을 국민들께서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들이 개인적인 감염 예방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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