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尹의 '식사 정치' 향한 시선..."골프 정치보단 낫다"
입력: 2022.03.20 00:00 / 수정: 2022.03.20 00:00

尹 방문 후 방문자 더 늘어...사인·사진 게시는 '아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일반 국민들이 자주 찾는 밥집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을 하지 않겠다. 사람이 밥을 나누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고 했던 말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밥 먹는 것을 가지고 오찬 정치로까지 불러야 하냐며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당선인 측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일반 국민들이 자주 찾는 밥집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을 하지 않겠다. 사람이 밥을 나누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고 했던 말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밥 먹는 것을 가지고 '오찬 정치'로까지 불러야 하냐며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당선인 측 제공

[더팩트ㅣ남대문시장·통의동=송다영 기자]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혼자서 밥먹기) 하지 않겠다. 사람이 밥을 나누는 게 소통의 기본(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 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인수위원회가 자리한 서울 통의동 주변을 다니며 일행과 함께 밥집을 찾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의 낯선 '공개 오찬'을 두고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밥 먹는 것을 가지고 "'오찬 정치'씩이나 불러야 하냐"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의 식사정치가 일반 시민에겐 어떻게 다가왔을까? <더팩트>는 윤 당선인이 그동안 다녀간 식당을 직접 찾아갔다.

윤 당선인이 지난 14일 당선 후 첫 외부일정으로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기자는 윤 당선인이 들렀던 서울 남대문시장에 4일 뒤인 18일 점심시간 무렵, 방문했다. 윤 당선인의 방문 당시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한 장면처럼 거리를 걸었던 '양복 무리'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평일 낮이라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들어차지 않아 한산했다. 시장 상인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각자 자신들이 파는 상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윤 당선인이 당선 후 첫날 들렀던 서울 남대문시장에 4일 뒤인 18일 점심시간 무렵, 다시 방문해 봤다. 평일 낮이라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들어차지 않았고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대문시장=송다영 기자
윤 당선인이 당선 후 첫날 들렀던 서울 남대문시장에 4일 뒤인 18일 점심시간 무렵, 다시 방문해 봤다. 평일 낮이라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들어차지 않았고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대문시장=송다영 기자

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큰 골목을 두 번, 좁은 골목을 두 번 들어서면 이른바 '생선구이 골목'이 나타난다. 윤 당선인이 지난 14일 남대문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점심으로 꼬리곰탕을 먹은 가게가 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곰탕집은 윤 당선인이 오기 전부터 '70년 전통 꼬리곰탕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포털 사이트에 가게 상호를 검색하면 '꼬리곰탕으로 매스컴을 엄청나게 탄 곳'이라고 나온다. 곰탕집과 함께 한 줄로 늘어선 생선구이·갈치 집들도 방송에 여러 차례 나온 유명 맛집들이다.

오전 11시 50분쯤 곰탕집 앞에 도착하자, 번호표를 들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약 15명 정도 서 있었다. 골목 내 식당들은 사람들이 거의 다 들어차 있었지만, 건물 외부에서 줄을 서 있는 곳은 이 곳이 유일했다. 곰탕집 대기자들은 골목이 좁은 탓에 가게 왼쪽과 오른쪽 반으로 나뉘어 가게 입구를 쳐다보고, 순번을 부르는 가게 주인의 말에 '내 차례일까'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 중 더러는 윤 당선인이 이 가게를 들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했다. 어떤 행인은 골목을 걷다 대기줄에 선 사람에게 "여기가 (혹시) 윤석열이 먹은 데인가"라며 물었다. 기다리던 사람 중 하나가 "맞다"고 하자 행인은 가게 입구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여기가 거기지?"라고 외치며 가게 입구를 손으로 가리키며 지나가던 50대 남성도 눈에 띄었다.

곰탕집 앞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길게 줄을 서 있다. 18일 오전 11시 50분쯤 곰탕집 앞에 도착하자, 번호표를 들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약 15명 정도 서 있었다. /송다영 기자
곰탕집 앞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길게 줄을 서 있다. 18일 오전 11시 50분쯤 곰탕집 앞에 도착하자, 번호표를 들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약 15명 정도 서 있었다. /송다영 기자

윤 당선인의 방문 이후 가게에는 손님이 더 늘어난 듯했다. 식당 입구 쪽에는 식사를 다 마치고 가게 밖을 나서는 사람과, 이제 자신의 순번이 돼서 식당을 들어가는 사람들이 엇갈리며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리 예약(지난 14일 윤 당선인이 식사했던 '그 테이블' 자리)을 하고 찾아온 단체손님은 가게에 들어서며 가게 직원에게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졌나? 대통령이 왔다갔다 더니"라며 웃음을 보였다. 시장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추정되는 한 40대 남성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윤석열이 왜 굳이 여기 와가지고..."라며 기다림이 지루한 듯 농담 섞인 볼멘소리를 옆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건넸다. 동료는 "원래 매스컴을 타면 한 한 달은 이렇게 사람이 많아져"라며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기자는 약 20분 정도 대기 후 식당에 들어서서 2층에 있는 자리를 안내받았다. 앉고 보니 윤 당선인이 꼬리곰탕을 먹었던 테이블 옆자리였다. 식당 입구나 내부에는 윤 당선인이 왔다 갔음을 알리는 사인이나 기념사진 등은 따로 붙어 있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식사했던 자리를 미리 예약해 둔 이들이 있었다. 6명의 노년 남성들 중 한 명은 지난 14일 윤 당선인과 꼬리곰탕 회동을 함께했던 남대문시장 상인연합회 회원 중 하나인 김 모씨(가명, 87)였다. 그는 오찬 당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회상했다.

'윤 당선인의 회동에 식사 정치라는 말이 붙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김 씨는 "골프치면서 '골프 정치'하는 것보다야 밥먹으면서 소통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윤 당선인을 칭찬했다. 김 씨는 최근 윤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을 두고도 "그 분은 정치 신인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역대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자기 편이나 아는 사람 대신 전문성 있는 인사를 데려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야기도 나왔다. 김 씨는 26세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언급하며 "요즘 2030 세대들이 똑똑하다. 정치에 획기적인 새 바람이 필요하다"며 호평했다.

식당 1층 내부 사진. 2층에는 약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10000원짜리 설렁탕을 시킨 사람은 기자 혼자였다. 나머지는 한 사람도 남김없이 꼬리곰탕을 주문했다. /송다영 기자
식당 1층 내부 사진. 2층에는 약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10000원짜리 설렁탕을 시킨 사람은 기자 혼자였다. 나머지는 한 사람도 남김없이 꼬리곰탕을 주문했다. /송다영 기자

가게 직원은 윤 당선인의 방문 이후 방문자가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전에는 사람이 많았다가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이 줄었었다. 그런데 윤 당선인 방문 이후 방문자 수가 다시 살아나는 중"이라고 했다. 가게 주인도 "(윤 당선인 방문 이후) 많이들 오셨었다"며 "(손님들이 오면) 당선인이 먹었던 메뉴로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방문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는 듯했다. 가게 내부에 윤 당선인의 방문 흔적이 따로 없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사인이랑 사진도 다 받았다. 근데 손님마다 의견이 서로 다르기도 하고, 아직은 사진과 사인 등을 어디다 어떻게 붙일지는 (가게 차원에서) 의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0.73%포인트 차로 팽팽했던 20대 대선의 여파가 반영된 듯했다.

16일 윤 당선인이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 근처 한 가게를 찾아 김치찌개 점심을 하던 당시. /윤 당선인 측 제공
16일 윤 당선인이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 근처 한 가게를 찾아 김치찌개 점심을 하던 당시. /윤 당선인 측 제공

같은날 오후 1시 반 무렵엔 자리를 옮겨 지난 16일 윤 당선인이 인수위 관계자들과 김치찌개를 먹은 통의동의 찌갯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가게 내부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들어차 있었다. 이날 김치찌개 집에서 식사를 한 직장인 최 모 씨(26)는 "대기는 없었지만 12시부터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사장님이 '여기가 윤 당선인이 식사했던 자리다'라며 웃으며 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14일 꼬리곰탕집을 시작으로 경북 울진에서 짬뽕(15일)→김치찌개(16일)→파스타⁺피자(17일)→육개장(18일) 순으로 공개 오찬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 뭐 먹지'에 방점이 찍힌 소탈한 오찬 회동에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의견과, '당선인 식사 메뉴까지 매번 알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엇갈린다. 일명 '허니문' 기간 언론의 당선인 행적 부풀리기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도 인수위 기간 윤 당선인의 '합동 먹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 비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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