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우려가 현실?...尹 당선인 인수위 첫발부터 기자단과 '갈등'
입력: 2022.03.19 00:00 / 수정: 2022.03.19 00:00

민주당 26세 비대위원장 향한 우려와 비판 넘어 비난과 조롱은 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 앞에서 현판식을 하며 차기 정부 구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8일 현판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 앞에서 현판식을 하며 차기 정부 구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8일 현판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권 인수에 돌입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탈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약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무실 이전을 위한 장소 물색에 한창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탈 권위적 행보와 달리 18일 인수위 현판식에서는 취재진을 길 건너편에 배치하면서 사실상 들러리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번 주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이 돌연 취소되면서 무수한 추측을 낳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부터 공공기관 인사 등에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더불어민주당도 대선 패해 이후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26세인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상당해 오는 지방선거까지 비대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판식 구경도 못한 尹의 '현판식' 행사

-윤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현판식이 18일 진행됐잖아. 그런데, 행사 과정에서 기자단과 당선인 측 간 불화가 있었다던데?

-맞아. 이날 인수위원회 현판식은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안이었어. 특히, 윤 당선인을 포함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취재진들의 큰 관심을 끌었어. 그런데 이 행사가 사전 공지 없이 당일 '풀러(기자단 일부가 대표로 취재하는 행위)'로 운영된다고 알려진 게 문제가 됐어. 현판식 취재를 위해 현장에는 약 4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했지만, 실제로 행사장에 참석한 기자는 단 2명의 풀러 뿐이었던거지.

-현장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들은 길 건너편에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현판식 장면은 보지도 못 했다고 해.

-윤 당선인 측은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언론인들에게도 재차 강조해왔지만, 이와 반대되는 행보에 취재진은 어리둥절한 거지. 특히, 현판식 이후 이어진 회의도 '풀러단' 취재만 허용하면서 불만이 더 커진듯 해. 풀단에 끼지 못한 대다수 기자들은 경복궁 쪽 건너편에서 까치발을 들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어.

18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 행사를 풀러단만 출입한 것에 대해 기자 단체 대화방(왼쪽)에서 항의하는 글들이 올랐다. 오른쪽 사진은 인수위 측이 취재에 제한을 두면서 현판식 행사를 취재하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 /공보단 단체대화방 갈무리·종로=곽현서기자
18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 행사를 '풀러단'만 출입한 것에 대해 기자 단체 대화방(왼쪽)에서 항의하는 글들이 올랐다. 오른쪽 사진은 인수위 측이 취재에 제한을 두면서 현판식 행사를 취재하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 /공보단 단체대화방 갈무리·종로=곽현서기자

-이에 답답해진 취재진은 공보 단체 대화방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약 800여 명의 기자들과 윤 당선인 측이 속한 대화방에서 한 기자는 "현장 풀을 운영할 거면 일정 공지 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서로 풀을 짜서 할지 미리 공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현장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현판식 봐야 하는 기자들은 무슨 죄입니까?"라고 강하게 항의했어. 그러자 이에 동조한 기자들이 '좋아요'로 의견을 표시했고, 다른 기자는 "옳소"라고 동의하는 글을 올렸어.

-여기에 '현장 사진을 빨리 올려달라'는 불만 글도 올라왔지. 그런데 단체 운영방 운영진이 이 대화 글들을 모두 '삭제' 조치해버리자 더 거센 항의가 시작됐어. "소통방인데 기자들이 의견 좀 올렸다고 메시지를 가려 버리냐"는 글에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좋아요가 폭발했고, "AI가 가리는 거죠?", "인간이 가리겠죠"라는 등의 비아냥거리는 글들도 올라왔어.

-이날 현판식 행사를 비롯한 이후 행사들은 모두 풀단의 공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달려갔던 기자들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 거지. 이에 화가 난 한 언론사는 '현판식 관련 기사를 작성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어.

-결국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일정 취재는 경호 등의 사유로 풀단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점 양해를 구한다"고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어. 현장에서 국민들과 더 소통하겠다던 윤 당선인이 앞으로 언론인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집무실로 유력하게 국방부 청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남용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집무실로 유력하게 국방부 청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남용희 기자

◆당선인 집무실이 용산으로?…'정치 개혁'과 '세금 낭비' 엇갈린 시선

-윤 당선인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잖아. 왜 그런 거야?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겠다며 국민과 더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공언했어. 기존 청와대 구조가 국민보다는 대통령에 집중돼있고 비서동과 집무실이 멀어 실시간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든 거야.

-윤 당선인이 청와대 밖으로 나오겠다고 한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지 때문으로 보여. 특히, 윤 당 선인 측은 '청와대'는 구중궁궐로 느껴져서 국민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 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와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별관'이 유력하다고 하던데?

-맞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7일 공지를 통해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후보지를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압축했다"고 밝혔어. 윤 당선인은 당초 1순위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고려했다고 해. 하지만 보안 및 건물 내 공간 확보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이야. 반면, 국방부 청사의 경우 애초 보완시설이기 때문에 경호에 유리하고 헬기장이 있다는 점에서 더 이점이 많아 보여. 특히, 청사 근처에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수 있는 국방컨벤션센터가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되고 있지.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설'이 돌자 '용산공원' 신축설도 돌고 있어. 국방부 청사와 맞닿은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한다는 거지. 국민과 소통하는,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애초 청와대 이전 취지를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보여.

-부동산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던데?

-응(하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이전으로 지역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현재 용산구는 일부 지역이 고도제한으로 묶여있고, 낙후된 도로가 있어. 만약 청와대가 이전한다면 규제가 완화되고 용산공원 개발이 빨라서 지역 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야. 특히, 인근 상권 정비와 용산국제업무지구, 삼각지 일대 재정비 사업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주변 반응은 어때?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것 같다'와 '굳이 집무실을 옮길 필요가 있냐'는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어. 동료 기자 A 씨는 "권력 구조의 중심으로 느껴지는 청와대에서 벗어나겠다는 당선인의 약속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외국처럼 시민들과 자주 만나고 소탈한 정치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어. 반면, 동료 기자 B 씨는 "청와대를 옮기는 게 무슨 정치개혁인지 모르겠고, '랜드마크'라는 상징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이전하기 위한 비용도 꽤 많이 드는 것으로 아는데 세금이 아까운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어.

-비용과 여건을 고려해 당장 집무실 이전이 가능할 것 같진 않아 보여. 윤 당선인 측에서 '이전을 위해선 신호등 숫자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지. 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도 '봄꽃 지기 전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어. 청와대가 예전부터 '봄꽃'이 예쁘다고 소문난 만큼 우리들이 올봄 그곳을 산책할 수 있을지 기대가 돼. (하하)

박지현(가운데)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박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줌(ZOOM)을 통해 모두발언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박지현(가운데)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박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줌(ZOOM)을 통해 모두발언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26세 비대위원장, 민주당 '박지현' 향한 기대와 우려

-이번 주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지. 특히 디지털 성범죄 'n번방'을 최초 보도·공론화한 박지현(26) 활동가가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된 게 화제지?

-난 대선에서 박 위원장이 1월 말부터 합류하면서 2030 여성들의 표심이 다수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게로 모였었는데. 대선에서 박 위원장의 공이 컸던 만큼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에 방점을 찍겠다는 인사인 것으로 보여. 박 위원장 이외에도 비대위 구성의 절반이 2030세대로 구성된 것도 정치권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다짐이 묻어나 있기도 했고.

-박 위원장이 대선부터 나타난 샛별 인재인 만큼 당 내외부에서 그에 대한 우려와 기대도 같이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박 위원장이 대선에서 표심을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을 보이는 이는 없어. 그러나 당의 비상대책 체계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서 정치 경험, 입법 경험이 없는데 박 위원장이 지방선거까지의 일정을 잘 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반응이야.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넘어 비난과 조롱 섞인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어. 또 여의도 국회 당직자들이 익명으로 글을 게시할 수 있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박 위원장이 당 대표실에 수행비서, 일정 비서, 차량 제공 등 의전을 요구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어. '정치 신동이라 벌써 각이 나온다' '26살짜리가 벌써 권력 맛을 알았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 확인해 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어.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 요구가 아니라 당이 검토한 차원의 일이었다고 반박했지. 비대위원장이면 당 대표급으로 원활한 활동을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개념이라고 하더라고.

-또 당직자 익명 커뮤니티에는 박 위원장 인선이 '당내에서 헌신한 청년 당직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 이라거나 '신데렐라로 뽑힌 것' '20대 여성이어서 된 것'이라는 등의 글도 올라왔어. 박 위원장을 비판·비난하는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오자 이를 보다 못한 이들이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이 중 청년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대선을 위해 헌신했던 이가 얼마나 있냐'는 반박 글이 올라오기도 했어.

박 위원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조문과 근조화환을 보낸 민주당 인사들을 향해 유감을 표했다. /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갈무리
박 위원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조문과 근조화환을 보낸 민주당 인사들을 향해 유감을 표했다. /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갈무리

-또 비판과 질투 섞인 비난은 구분해야 한다는 일침 성 글도 올라왔더라고. 비록 온라인 공간에서의 언쟁이긴 하지만, 인터넷 공간이 이렇게 와글와글한 만큼 국회 내부 분위기도 시끄럽지 않을까 싶어.

-박 위원장이 한 유튜브 방송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고?

-박 위원장은 첫 비대위 회의에서부터 민주당의 정치 쇄신을 위해 ▲성폭력·성비위·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 도입 ▲여성·청년 공천 확대 ▲정치권 온정주의 철폐 등이 필요하다고 강변했어. 또 한 유튜트 방송에 출연해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 조문을 하러 간 당 인사들을 향해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할 정도로 너무 화가 났다"라고 직격하기도 했지. 당내 과거 성비위 문제, 또 그간 외면받았던 청년 관련 이슈들을 박 위원장이 잘 끌어올려서 대선에 이어 오는 6월 지선까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이선영 인턴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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