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말 많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왜 취임 전만 고집하나
입력: 2022.03.19 00:00 / 수정: 2022.03.19 00:00

충분한 검토와 설명, 국민 합의 필요

윤석열 당선인은 조만간 청와대 이전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당선인은 조만간 청와대 이전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작업을 놓고 말들이 많다. 현재 청와대에 있는 집무실을 나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과 맞닿아 소통을 강화하려는 목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거나 '진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도 좋다.

하지만 시기와 방법이 문제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내용이 따라주지 못 하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은 18일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압축된 광화문 외교부 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의 실사를 다녀왔다. 이 가운데 국방부 청사가 최종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로변에 있는 외교부 청사보다 상대적으로 보안과 경호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 청사는 군사시설이니 그럴 만하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윤 당선인이 국방부 청사로 낙점한다면 안보의 빈틈이 우려된다. 기존 국방부에 있는 관련 부서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너무 촉박하다. 5월 10일 취임까지 남은 시간 동안 국방부 이전 청사를 구하고 극비를 요하는 각종 시설들을 제대로 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수위 측은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안보의 핵심인 국방부가 요즘 같은 국제적 불안정 상황 속에서 계속 거론되는 점도 우려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10번의 미사일 발사체를 쐈다. 가장 최근은 지난 16일이다. 한창 국방부 청사로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던 때다.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가 술렁인다면 지휘 혼선과 안보 업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윤 당선인의 청와대 용산 이전 추진이 초래할 안보 공백 사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공언했던 '선제타격'의 첫 대상이 국방부인가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후보지 중 한 곳인 외교부 청사 역시 보안과 경호 문제와 함께 외교부 청사 이전에 소요되는 수백억 원의 비용도 걸림돌인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 전문가는 최근 통화에서 이런 말도 했다. "윤 당선인이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다. 공약한 것은 다 하는 사람이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청와대 이전을 추진한다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지 못 하고 결국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왜 문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

청와대에선 국민과 소통할 수 없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시민이 '1급 국가보안시설' 청와대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도 본관과 비서동 등에서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다. 기자회견이든 국민 초청 방식이든 방법은 많다.

막대한 이전 비용도 결국 피 같은 국민 세금이다. 국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합의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정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지키겠다면 임기 이내에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해서 하면 된다. 코로나19 확산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 시급한 사안도 많은데, 집무실 이전이 그렇게 시급을 다툴 사안인가. 애초 윤 당선인이 공언했던 정부서울청사는 새 집무실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이미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렇게 된 이상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윤 당선인은 부지 점검을 다녀온 인수위원들의 종합적 의견을 듣고 조만간 집무실 이전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역사에 남을 국가의 큰 일이다. '당선증에 잉크도 안 말랐다'는 비아냥을 윤 당선인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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