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표심 분석한 민주당…"'내로남불'이 원인"
입력: 2022.03.18 11:00 / 수정: 2022.03.18 11:00

박용진 민주당 의원 주최 토론회, 20대 대선 분석과 정부 방향 관련 전문가들 '백가쟁명'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대 대선 이후 쇄신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패배 원인을 깊이 파고들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격려와 위로가 아닌, 철저한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세대와 젠더로 대표되는 '정체성 정치' 라는 선거판의 변화 등을 지난 대선의 주요 의제로 들었다.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대선 경선주자이기도 했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주관한 20대 대선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내외문제연구소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에서 박 의원은 패배 이후 민주당은 쇄신해야 한다며 '내로남불' 정당화가 대선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5년 전 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 이후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우리(민주당)는 자신감이 넘쳤고 희망에 겨웠다"며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정권 교체 10년 주기설'은 구문이 되었고, 승패는 명확했다"고 꼬집으며 유권자들의 냉정한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 기간 약속한 정치개혁과 통합 정치는 모두 민주당의 혁신과 쇄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더는 민주당의 약속이 빈말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내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연동형 선거제도개혁을 무력화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를 옹호하기도 했다"며 "(2020년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의 인식이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내로남불' 프레임 안에 갇히면 안 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대선 패배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당의 인식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지금은) 반성과 혁신이 필요한 때이며,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격려와 위로가 자리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해도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20대 대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향후 전망이 이어졌다. /이선화 기자
토론회에서는 20대 대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향후 전망이 이어졌다. /이선화 기자

토론회에서는 20대 대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향후 전망이 이어졌다. 우선 전문가들의 입에 오른 것은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달라진 표심이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향후 '19대와 달리 20대 대선에서는 왜 2030 남성 유권자의 지지가 적었는지'와 관련해 당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2030 남성 지지 감소의 배경으로 공정성과 페미니즘 등 이념의 문제, 주거 상황과 일자리 문제를 들었다. 그는 "(2030 남성들에게) 이념보다는 이익에 호소하는 것이 빠르다"며 "(공약의 수렴 등으로) 이익에 호소하는 행위는 모든 정당이 할 수 있고, 이념의 선입견을 깨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젊은 남성들의 표를 얻으려면 2030 세대의 대표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20대 대선과 한국사회를 분석하며 '세대'의 문제를 주목했다. 단순 나이구분이었던 '세대'가 '젠더' 문제와 복합적으로 엮이며 대선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2030 여성들이 선거 막판 민주당을 지지한 것, 이에 반해 2030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로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는 젊은 유권자들이 '보수/진보' 구분보다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젠더를 축으로 한 '정체성 정치'가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흐름이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대남과 이대녀의 갈등이라는 표피를 띠고 있기는 했지만 (젠더 문제가) 선거를 좌우할 정도의 큰 비중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당의 지지율을 분석하고 향후 개선 방안을 제언했다. 그는 "2012년(18대 대선)과 비교하면 30대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20%p가량 빠졌다"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인한 이탈 규모가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대선 이후 1년 이내에 열린 지방선거는 대체로 집권당이 크게 이기는 경향이 있다며 "민주당은 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기려면 더 쇄신하고 반성하는 등 '판'을 완전히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대선과 한국사회를 분석하며 세대의 문제를 주목했다. 단순 나이구분이었던 세대가 젠더 문제와 복합적으로 엮이며 대선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사진은 토론회를 진행 중인 박 의원. /국회=이선화 기자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대선과 한국사회를 분석하며 '세대'의 문제를 주목했다. 단순 나이구분이었던 '세대'가 '젠더' 문제와 복합적으로 엮이며 대선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사진은 토론회를 진행 중인 박 의원. /국회=이선화 기자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서울 대선 표심 변화에 주목했다. 17대 때부터 서울 대선 표심을 보면, 17대 이명박→ 18대 박근혜 →19대 문재인 →20대 윤석열 당시 후보가 우세했다. 박 교수는 "서울 표심이 전체 선거의 표심을 대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 속 서울의 투표행태의 변화로 박 교수는 "이념 성향보다는 정책 실패에 대한 '회고적 투표' 성격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국민들이 현 정권을 질책하기 위해 회초리 대신 투표지를 들었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 여론조사는 0~2%차의 박빙 승부를 예측했고, 선거결과는 그보다 더 초박빙인 0.73%를 보였다"며 "(이는) 공표금지기간동안 전환점이 발생한 것인데, 단순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차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여론의 변화일 수도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의 국정 운영 전망에 대해선 "압도적 승리도 (국정에 대한) 선명한 비전도 없는 결과"라며 "정국 운영에 대한 야당(민주당)의 협조를 구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봤다. 윤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최소한 다음 총선까지는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는 '교착상태 정치'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가 '매드맥스식(독단적) 국가 경영'을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정부에서 했던 것은 모두 뒤집겠다'는 식의 국정 운영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그리고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였던 정춘숙 의원은 토론회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이후 우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며 "선거에 준우승은 없다. 깻잎 한 장 차이라도 패배는 패배다. 우리 안의 안일함을 극복하고, 문제를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이 제1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자 혁신의 시작이라 믿는다"고 소감을 남겼다.

한편 민주당은 지방선거 대비와 당내 패배 수습을 위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진 의원들을 비공개로 만난 데 이어 오는 17일에는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비대위와 초선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대선 패배 요인 분석과 당의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한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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