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당선인 회동 4시간 전 무산…'尹당선인 측 책임' 우회적 시사
청와대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회동이 4시간 전 갑자기 무산된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당선인과의 회동을 먼저 제안했고, 당선인께서 어떤 말씀을 다 하셔도 좋고 그것을 잘 들을 준비가 돼 있다"라며 "실무적으로도 모범적인 정부의 인수인계 정부 이양을 실무자, 참모들에게도 여러 차례 지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진심은 그랬다"고 윤 당선인 측에 회동 무산의 책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청와대는 전날(16일) 예고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오찬회동이 4시간 전 무산된 것과 관련해 "약속드린 회동을 연기하게 된 것은 이유를 떠나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17일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께서 굉장히 궁금해하시겠지만, 현재 실무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인해드릴 사안이 없는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전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고 함구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기로 예고한 뒤 일정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인 회동 무산에 대해 양측이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다만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은 당선인과의 회동을 먼저 제안했고, 당선인께서 어떤 말씀을 다 하셔도 좋고 그것을 잘 들을 준비가 돼 있다"라며 "실무적으로도 모범적인 정부의 인수인계 정부 이양을 실무자, 참모들에게도 여러 차례 지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진심은 그랬다"고 말했다. 이는 윤 당선인 측의 문제로 회동이 무산됐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사면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한 게 회동 무산의 주요 배경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박 수석은 권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권 의원 개인의 견해를 밝히신 것에 대해 청와대가 거기에 답변하거나 의견을 말씀드릴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대통령이) 결단하실 사항이기 때문에 두 분(대통령과 당선인)이 아마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시도록 환경을 마련해드리는 것이 좋았겠다는 개인적 생각은 들지만, 권 의원 말에 제가 어떤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수석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결단의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임기 말 한국은행 총재와 공기업 인사 등에 대해 당선인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당선인 측의 주장에 대해선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일인 5월 9일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기 이전에 '임무'"라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