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가부 폐지 공약에 민주당 '보존 vs 개편' 두 목소리
입력: 2022.03.16 00:00 / 수정: 2022.03.16 00:00

'여가부 폐지' 실현 가능성 낮지만…향후 조직개편 가능성도 무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연일 화두다. 차기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합의 없이는 공약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여가부 역할 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동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연일 화두다. 차기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합의 없이는 공약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여가부 역할 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당시 페이스북으로 한 줄로 올린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실현될까. 곧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이 '대안 없는 성별 갈라치기'라며 반대하고 있어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여가부의 역할 조정을 두고는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1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을 발표하면서 "(여가부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여가부 폐지 공약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공약) 폐기는 아니고 여러 가지 가능한 정책적인 방향들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고, 그중에서 선택을 윤 당선자가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를 정부 부처 설립·폐지하거나 개편하려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중앙행정기관 등 정부 부처가 설립 근거를 둔 근거법령인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정부조직법 제26조(행정각부)와 제41조(여성가족부)에 설립 근거를 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서는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냈을 무렵부터 이준석 당 대표와 함께 '젠더 갈라치기'를 일삼는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 선거 막바지 이 대표에 대한 반발로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쏠리기도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 이후로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이어가려면 '여가부 존치'도 양보할 수 없는 의제다. 앞선 비대위 인성 구성도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필두로 한 청년·여성 중심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조직개편 가능성을 두고 내부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 여성위는 15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 통합을 위해 여가부 존치부터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위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해온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한다고 한들, 통합과 협치가 실현될 것이라 믿을 국민은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고 성평등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윤 당선인을 겨냥했다.

정춘숙 의원은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마치 여가부를 그대로 두냐 아니면 없애냐가 성평등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안 할 것이냐의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정춘숙 의원은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마치 여가부를 그대로 두냐 아니면 없애냐가 '성평등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안 할 것이냐'의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민주당 전국여성위 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마치 여가부를 그대로 두냐 아니면 없애냐가 '성평등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안 할 것이냐'의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성 관련 정책 기능만 유지된다면 여가부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성 정책 부분은 남겨두되, 부처명에서 '여성'을 빼자는 것이 골자다. 여가부가 전담하고 있는 청소년·가족 등을 부처명에 대신 쓰고, 역할도 청소년과 가족 등으로 확대하면 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부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폐지 입장도 여가부 기능이나 역할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도 여가부가 지금의 기능대로는 안 된다는 것에 공감해 다른 이름으로 개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장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를 '평등가족청소년부'로 개편하자고 조직 개명·개편 의견에 힘을 실었다.

여성계 일각에서 여가부의 소극적인 권력형 성폭력 대응 등을 비판하며 폐지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반대만 고집할 수 없는 배경이다.

한편 이날 故 박원순 시장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인 김잔디(가명) 씨는 중앙일보에 기고문을 통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한 기자회견에 마련됐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 /남윤호 기자
한편 이날 故 박원순 시장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인 김잔디(가명) 씨는 중앙일보에 기고문을 통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한 기자회견에 마련됐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 /남윤호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인 김잔디(가명) 씨는 이날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이 필요하느냐"며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피해호소인)라 부르지조차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피부에 직접 와닿는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바란다"며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민주당 정부와는 달리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일갈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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